음성읍 한벌1리
음성읍 한벌1리
  • 김진수
  • 승인 2012.03.09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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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지바른 언덕 봄햇살이 따스하게 퍼지는 평화로운 마을을 찾아


음성읍에서 청주-충주간 36번 국도를 따라 충주방면으로 가다보면 가파른 언덕 아래로 아기자기한 마을이 풍경처럼 눈에 들어온다. 가섭산(710m)을 뒤로, 수정산(393m)을 앞세운 마을. 양지바른 언덕에서 하루 종일 햇살을 받는 평화로운 마을. 음성읍 한벌1리(이장 이원필)다. 기자는 봄햇살이 따스하게 퍼지는 한벌1리 마을회관에서 이원필 이장과 함께 마을을 취재할 수 있었다.

● 가섭산 아래 조성된 명품마을,
감탄이 절로
구전에 의하면, 고 박정희 대통령이 충주를 방문하러 가는 길에 36번 도로에서 잠깐 휴식을 취했다. 이때 박 대통령은 가섭산 자락에 고즈넉한 마을, 한벌리를 보고는 참 아름다운 마을이라고 감탄하며, 수행 관리에게 명품마을로 잘 가꿔보라고 지시했다. 이에 한벌리는 충북도 새마을과장이 직접 내려와 지도하며 다양한 색깔로 지붕개량을 하고, 마을길을 정비했다고 한다.

한벌1리 지명은 옛날 대전지명과 흡사하다. 대전이 '큰 밭'이듯 한벌리는 '큰 벌판'이란 뜻. 본래 음성군 동도면 지역인 한벌리는 1914년 행정구역 통폐합에 따라 한상리와 한하리를 병합해 '한벌리'로 부르게 됐다. 한벌리는 박씨, 이씨, 남씨가 집성촌을 이루었으나, 요즘은 다양한 성을 가진 주민들이 많아졌다. 자연부락은 가섭산 물줄기인 한벌천을 따라 길게 흩어져 구석구석 색다른 이름을 갖고 숨어 있다. 재갑말은 가섭산 바로 밑에 있는 마을이다. 중담은 한벌리 중앙에 위치하고, 그 밑 마을회관이 있는 마을은 말래라 부른다. 또 중담너머 서남쪽에는 골말, 중담 너머 동쪽에는 넘말이다. 마을 주변에 있는 들판과 골짜기 이름 또한 정겹기만 하다. 구레들, 덩재들, 모로평들, 살구징이들, 이반창들, 이싱들, 학바위들, 무덤이들이 있고, 매봉재, 거사지골, 득심이터골, 장수바위골 등에선 어지럽게 아지랑이가 올라오고 있었다. 또 마을엔 바위도 비교적 많은 편. 그 대표적인 바위로는 굴바위가 있는데, 바위에 굴이 있어서 붙여진 이름. 장수가 오줌을 누어 15cm 가량 홈이 파인 장수바위가 있고, 가섭산 밑에 소반처럼 생긴 소반바위, 마을 입구 느티나무 밑에는 학이 날아와 앉곤 했다는 학바위가 있다.
무엇보다 마을회관을 올라가는 길 옆으로 3개의 낡은 비석이 궁금증을 자아낸다. 하나는 남창원 씨 기념비, 또 하나는 박갑동 씨 시은비고, 다른 하나는 새마을기념비가 세월의 흔적을 묻힌 채 서 있다. 남창원 기념비는 이장으로서 마을을 위해 헌신한 남 씨를 기리기 위해 주민들이 세운 것. 박갑동 씨 시은비는 마을 대지주로서 토지개혁 때 많은 전답을 마을 소작농들에게 베푼 것을 기리는 비석이다.

● 300여 주민들 화합하며 하나돼
이원필 이장은 한벌1리는 현재 100가구, 300여명 주민이 살고 있다고 설명한다. 그는 공장지대에 유동성많은 20여 가구가 더 있다고 덧붙인다. 주민들 70%가량이 과수 농사를 짓고 있는데, 주 소득작물은 사과와 복숭아. 연령분포를 보면 65세 이상이 30% 정도, 50대 10여 명, 초·중·고 학생이 10여 명 있다. 마을에선 노인회 중심으로 매년1~2회 효도관광을 갖는다. 올해 3월말에 여수 해양박람회를 다녀올 예정. 지난 여름 복날엔 주민들이 단합해서 음식을 어르신들에게 대접하며 효행과 화합의 자리를 마련하기도 했다. 출향인들 또한 연반계를 자체적으로 조직하고, 활발하게 활동하면서 마을 애경사가 있으면 협력하여 일을 진행한다.

● 마을진입로 확포장으로
시내버스 운행이 시급
서울매트로(구. 서울지하철공사)와 자매결연을 맺고, 1년에 2회 가량 방문행사를 갖는 한벌1리. 해마다 하천정비사업을 해온 한벌1리는 몇 년전 120m 암반을 뚫어 과수기반공사를 완료했으며, 축사와 채석장 문제는 환경에 그다지 별 지장이 없는 것 같다. 하지만 한벌1리에도 오랫동안 이루지 못한 숙원 사업이 있다. 바로 36번 도로에서 마을까지 약 700m 가량되는 진입로를 확장해서 시내버스를 운행하는 것. 박노봉 개발위원장은 군청이 가까운 마을 중에 버스가 운행되지 않는 마을은 한벌리 뿐인 것 같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특히 36번 도로에서 마을까지 이어진 도로는 모두 좁고, 경사가 급하다. 겨울철이면 주민들이 눈을 치우지만 금방 얼어붙어서, 교회와 사찰을 찾는 많은 외부인들이 불편을 하소연한다. 주민들은 이구동성으로 진입로 확포장과 시내버스가 운행될 수 있도록 무엇보다 행정관청이 확고한 의지를 가져달라고 촉구한다.
마을에서 현재 가장 눈에 띄는 건물은 흰돌교회다. 흰돌교회는 28년 전, 이원필 이장 집 앞으로 이사와 교회를 개척한 이수일 목사가 담임목사로 섬기고 있다. 이제는 완전히 한벌리 주민이 됐다는 그. “양지바른 가섭산 기슭에 자리잡은 한벌리는 볼수록 정감있고 아름다운 마을이다. 세상을 만드신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가 햇살처럼 주민들 가정마다 가득해서 행복하시길” 오늘도 그는 기도한다.


우/리/동/네/사/람/들

이원필 이장
이원필 이장
부모님 모시려고 귀향한 젊은 이장,
마을에 자부심도 대단!

이원필 이장은 젊은 피다. 수봉초 66회 동창회장과 음성읍 지역개발위원회 총무를 맡고 있는 그. 대학 졸업후 수도권에서 살다가 부모님을 모시기 위해 귀향한 이 이장은 사과 농사를 짓고 있다.
“한벌1리는 음성읍내 자연부락 중 큰 동네지만 주민들이 단합을 잘한다. 풍수해가 없고,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고 있다”고 자랑하는 그. 출향인들을 향해 안부도 잊지 않는다.
이 이장은 현재 금왕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아내 양순복 씨 사이에서 두 아들을 두고 있다.

이성진 노인회장
이성진 노인회장
회원들 모두 무병장수하고, 풍년농사 지으세요

음성군 지역에 있는 여러 중학교에서 교사로 근무했던 이성진 노인회장. 현재는 사과농사를 짓고 있다. 아직까지 농사뿐만 아니라 장거리 여행에도 끄떡없을 정도로 건강을 유지하고 있는 이 노인회장.
그는 “노인회원들이 65명 정도 있다. 회원들 모두 무병장수하시고, 올해도 풍년농사를 짓기 바란다”고 인사한다.
현재 이 노인회장은 부인 전순근 씨와 함께 살고 있다. 자녀는 2남 1녀를 두었는데, 모두 외지에서 화목하게 살고 있다고….


신동숙 부녀회장
신동숙 부녀회장
바쁜 가운데도 마을 일마다
잘 호응해줘 감사

친정 음성읍 읍내리에서 33년 전 남편 이경진 씨와 결혼하여 한벌리에서 쭈욱 살아온 신동숙 부녀회장. 그녀는 현재 정이품송과 닮은 소나무가 서 있는 집에서 남편과 함께 축산과 과수원 사과 농사를 짓고 있다.
50여명의 부녀회원들을 향해 “마을 행사때마다 바쁜 가운데도 잘 호응해줘서 고맙습니다. 부녀회원들 모두 건강하시고, 올해도 대풍을 거두시길 바랍니다”고 덕담한다.
남편 이 씨 사이에 둔 두 아들이 신 부녀회장의 가족.

박노신 새마을지도자
박노신 새마을지도자
명품마을을 가꾸기 위해
이장 이하 주민들과 적극 협조

박노신 새마을지도자는 말래마을에서 살고 있다. 건축업을 하면서 사과농사를 겸하는 그. 한벌1리를 귀농하기 좋은 마을이라고 믿고 있다. 그는 “무턱대고 하지말고, 현지인들과 어울리며, 현지인들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귀농을 계획하는 이들에게 조언한다.
젊은이들이 점점 없어지는 마을을 걱정하고 사랑이 많은 박 새마을지도자는 젊은 이 이장과 잘 협조해 명품마을을 만들겠다고 다짐한다. 부인 이규연 씨와 학생인 두 아들이 그의 가족.

박노봉 개발위원장
박노봉 개발위원장
음성군이 의지를 갖고
진입로 확장과 시내버스를 운행해달라


부인 최익인 씨와 1남3녀를 가족으로 둔 박노봉 개발위원장. 그는 기자를 만나기 전 대소까지 갔다왔고, 취재 후에도 읍내에 나가 일을 봐야 할 정도로 바쁘다. 날이 풀리며 사과농사를 지어야 하는 그의 일손은 쉴틈이 없는 듯. 그 가운데도 그의 마음은 마을을 떠나지 않는다. 오랜 시간 이루지 못한 마을 숙원사업, 마을 진입로 확장과 시내버스 운행! 주민들 힘으로는 도저히 가능하지 않기 때문에 군수를 비롯해 국회의원과 도·군의원들이 의지를 갖고 적극 추진해달라고 그는 강조했다.


우/리/마을/자/랑/거/리

정이품송 닮은 골말 소나무 / 군 보호수 느티나무


정이품송처럼 우아한 자태 일품
방문객을 먼저 반기는 느티나무의 추억


이원필 이장은 마을 자랑거리라며, 골말 이경진 씨 집으로 주저하지 않고 기자를 안내한다.
골말 이경진 씨 집 뒤편 언덕을 이르는 순간 기자는 저절로 감탄사가 나왔다. 그곳에는 속리산이 자랑하는 정이품송과 비슷한 소나무 한 그루가 우아한 자태를 뽐내며 우뚝 서 있었다. 수령이 5백년 정도 추정되는 이 소나무는 둘레 2m, 높이 15m 정도로 가지를 휘영청 늘어뜨리고 있다. 이 소나무는 조선시대 몽현현감이 이곳 잉홀현으로 부임하며 심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져오고 있다. 이런 내용들을 담은 비석을 세우고, 울타리를 치는 등 체계적인 보호가 필요하다.
또 만남의광장에서 내려오면 마을 입구엔 학바위 느티나무가 마을을 찾는 이들을 먼저 반긴다. 이 나무는 보호수로 음성군이 1982년 지정했다. 수령은 150년, 둘레 2.6m, 높이 10m 가량. 텅빈 나무 속을 메우고, 주변을 가꾸는 등 계속해서 관리가 이뤄지는 가운데 주민들에겐 아늑한 휴식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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