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이면 비산3리 돌뫼마을
소이면 비산3리 돌뫼마을
  • 김진수
  • 승인 2011.11.01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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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는 마을에서 찾아오는 건강 장수마을로 변신중


기자는 소이면사무소에 들를 때, 종종 젊고 패기넘친 이장을 만나곤 한다. 짧은 머리, 구리빛 그을린 피부, 짙은 눈썹에 서글서글한 눈매, 오똑한 콧날과 굳게 다문 입에서 참 심지가 굳은 사람이란 걸 직감한다. 소이면이장단 총무로서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고 뛰는 그에게 기자는 불쑥, 다음에 연락하겠다는 말만 남겼다. 그후 기자는 추수로 한참 바쁠 그에게 연락하며 마을 취재를 부탁하니, 흔쾌히 응했다. 그렇게 기분좋게 그가 살고 있는 마을을 찾았다. 바로 소이면 비산3리(이장 박광순). 박광순 이장과 함께 주민들이 소개하는 비산3리로 기자는 독자들을 초청한다.

◈ 36번 국도를 두고 서로 마주보고 있는 마을
소이면소재지에서 북쪽으로 군도 18번 도로를 타고 2km 정도 가면, 청주~충주간 국도 36호선과 합류하는 비산삼거리를 만난다. 왼쪽으론 비산1리 음성방향이고, 오른쪽은 충주방향으로 비산2리, 인삼약초연구소가 있다. 여기서 충주방향으로 1km 못미치게 가다보면 비산3리다. 마을 형세는 서북쪽으로 가섭산 자락인 기운들산이라고 불리는 '상봉' 품에 안겨있다. 그리고 36번 도로 동쪽으론 절바우가 있다는 절바우산, 일명 뾰족산 발아래 마을이 서로 건너다보고 있다. 도로 맞은편으로 삐딱(?)하게 서 있는 비산3리 '돌뫼'라고 쓰여진 표지석을 보면 속도를 줄여야 한다. 주유소에서 굴다리로 턴해야만 비로소 비산3리 마을회관으로 들어가게 된다. 비산3리로 들어가는 진입로엔 조롱박을 키운 듯한 터널이 30여m 도열해 있고, 날씨가 스산해지며 주민들 발길이 뜸해진 정자가 기자를 맞는다. 마을회관 마당 구석엔 노인회원들이 다듬던 조롱박들이 가지런히 널려져 있다.
비산3리는 본래 충주군 사이포면 지역, 1914년 행정구역 통폐합에 따라 비석동, 조도리, 돈산리를 병합해 음성군 소이면에 편입되었다. 비산리란 행정구역명은 비석동(碑石洞)의 '비'자와 돈산리(敦山里)의 '산'자를 딴 것. 이후 비산3리는 돌뫼마을 중심으로 분구하여 오늘에 이르렀다. 자연부락 지명인 돌뫼마을은 '돈산'이라고도 불렸었다. 아마 산을 돌아가며 마을을 이뤘다는 뜻이 아닌가 짐작한다. 또 도로변 마을은 주막걸이다.
돌뫼마을 앞엔 들판이 소하천 '돌미천'을 따라 충주 주덕까지 비교적 넓게 펼쳐져 있다.

◈ 과수농가가 늘고, 회관 터 등기 완료해
현재 마을엔 57가구 100여명 주민이 살고 있는 실정. 농사를 짓는 가구가 40여 가구인 비산3리는 전형적인 농촌마을이다. 음성군지는 1930년대에 금광이 있었다고 설명하지만, 현재 그 흔적은 찾아볼 수 없다.
요즘 들어 복숭아와 사과를 재배하는 과수농가가 점점 늘고 있다고 박 이장은 설명한다. 박 이장도 사과와 복숭아를 재배하고 있다. 비산3리도 여느 농촌마을과 다르지 않게 주민들 대부분이 노령화 추세다. 박 이장 같은 경우 마을에서 아주 어린 축에 든다. 초등학교와 중학교에 다니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은 고작 6-7명에 불과하다. 박 이장은 비산3리만의 일이 아니라, 농촌마을 대부분이 그렇듯이 연중 일손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형편을 토로한다. 특히 비산2리에 인삼개발연구소가 들어서면서 인력 구하기가 더 어렵다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돌뫼마을에 있는 마을회관은 1982년에 건립됐다. 박 이장은 기자에게 반가운 소식을 전한다. 지난 30여년간 마을 회관터가 개인소유였었는데, 마을 소유로 최근 등기이전을 마쳤다고. 특히 이를 위해 이름을 밝히길 꺼리는 출향인 모 씨가 토지를 기부해, 마을회관 터와 맞바꿀 수 있었다. 박 이장을 비롯해 주민들은 출향인 모씨에게 감사하고 있다.

◈ 다시 찾는 건강장수마을을 향해
비산3리는 농업기술센터에서 추진하는 건강장수마을 시범마을로 선정돼 3년간 사업을 시행중이다. 그 일환으로 지난해부터 분재사업을 시작했으며, 마을 앞 소하천인 돌미천에 이팝나무와 두릅나무 등을 식재했다. 얼마 있지 않으면 돌미천 주변 1.5km 가량이 주민 산책로로 바뀌어 마을의 아름다운 명소가 될 것이라 잔뜩 기대하고 있다.
비산3리는 매년 정월대보름 행사를 갖는다. 정월대보름 행사는 출향인까지 초청해서 쥐불놀이, 윷놀이 등으로 주민간 화합의 장이 되고 있다. 무엇보다 비산3리의 자랑이라면 겨울마다 운영하는 무료썰매장이다. 무료썰매장은 매년 1월부터 2월말까지 2개월간 운영하는데 올해로 3년째. 무료썰매장에선 단순히 놀거리만 제공하는 게 아니다. 먹을거리도 제공하여 참가자들의 반응이 뜨겁다. 그러나 올해는 구제역 파동으로 실시하지 못했다. 그런데도 무료썰매장을 경험한 분들의 문의전화가 상당히 많았다고 박 이장은 소개한다. 내년엔 좀더 알차게 준비해서 운영해보겠다고 박 이장은 말한다.

비산3리 주민들은 마을을 다시 찾아오는 마을로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 떠났던 이들이 다시 귀향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귀농프로젝트를 세워서 최종적으로는 체험마을을 운영할 계획을 갖고 있는 비산3리 박 이장과 주민들. 취재를 마치고 정자에 잠깐 앉아 기자는 다음과 같은 시를 지어본다.

“마을 앞을 질러가는 충청로 / 충주에서 청주로 가는 발걸음, 뭬가 그리 급할까 / 돌뫼마을 표지석은 할 말을 잃었다 / 뒤춤에 숨겨놓은 게 뭐니 / 가섭산 자락 상봉 무릎엔 복숭아 빛이 / 뾰족산을 넘어가는 사과의 향과 소망이 / 대롱대롱 매달린 조롱박들 마을길 터널을 이루고.” - 기자의 졸시, “돌뫼마을을 지나며” -



우/리/동/네/사/람/들

패기넘치는 젊은 이장, 지역의 미래를 본다

박광순 이장
박광순 이장
박광순 이장은 “자신은 부모님 품에서 산다”고 감히 표현한다. 부모님을 모시기보다 오히려 아직까지 부모님 은혜로 산다는 생각이리라. 이처럼 부모님에 대한 효심이 가득한 박 이장. 돌뫼마을에서 나고 자란 패기넘치는 젊은 이장.
4년째 이장을 맡으며 소이면이장협의회 총무를 맡고 있는 박 이장을 보면 소이면, 나아가 음성의 미래를 보는 듯 하다. 뾰족산 자락에서 사과와 복숭아 과수농사를 짓고 있는 그. 부모님과 부인 이정연 씨, 딸(상아), 아들(상원)이 그의 든든한 가족으로 함께 한다.



젊은 마을 일꾼들 믿고, 열심히 돕고 후원할터

안병창  개발위원장(대동계장)
안병창 개발위원장(대동계장)
음성 소여리에서 태어나 13세부터 비산3리에서 살고 있는 안병창 개발위원장은 대동계장을 겸하고 있다.
복숭아와 벼농사를 짓고 있는 안 개발위원장은 “젊은 이장과 젊은 총무 윤찬희 씨 등이 패기있게 일하고 있어, 믿음직하다. 열심히 돕고 후원해주겠다”고 말한다.
특히 그는 “마을회관 부지를 마을소유로 등기이전해서 기분이 좋다”고 웃는다. 그의 가족으로는 부인 임종숙 씨가 있고, 1남2녀의 자녀는 모두 출가했다.



효성깊고 순박한 농부, 그의 농산물엔 웬지 믿음이

김연홍 새마을지도자
김연홍 새마을지도자
70이 넘은 어머니를 모시고 있는 김연홍 새마을지도자는 어머니의 굽은 등과 불편한 모습을 보며 마음이 아프다. 복숭아를 재배하고, 논밭 농사를 병행해서 짓고 있는 김 새마을지도자.
“이장님과 총무를 비롯해 마을 분들과 잘 협조해서 일하며, 마을 발전을 위해 열심히 하겠다”는 자세를 가다듬는다. 김 새마을지도자 가족으로는 노모와 부인 변숙자 씨, 자녀로는 1남1녀의 남매가 있다.




바쁠텐데 건강조심하고, 좋은 일이 많기를

김명숙 부녀회장
김명숙 부녀회장
김명숙 부녀회장은 충주 금릉동이 친정이다. 23년전 남편 구영서 씨와 결혼하며 비산3리에서 살아온 김 부녀회장. 그녀의 목소리는 듣는 사람을 기분좋게 한다.
축산과 논밭 농사를 병행하는 김 부녀회장은 “추수를 비롯해 여러 가지로 바쁠텐데, 회원들 모두 건강조심하길 바란다. 또 가정과 하는 일마다 좋은 일이 많이 있기를 바란다. 마을 일에 잘 협조해주셔서 항상 감사하고 있다”고 40여명 부녀회원들에게 말한다. 그녀의 가족은 남편 구 씨와 1남1녀의 자녀.




마을 일에 헌신적으로 일한다고 주민들 신뢰와 칭찬받아

전희근 청년회장
전희근 청년회장
돌뫼마을이 고향인 전희근 청년회장은 군대생활과 3년간 외지생활 외에 평생을 비산3리에서 살아 왔다. 현재 마을에 거주하며 논밭농사를 짓는 전 청년회장은 음성읍에서 가게도 운영하고 있다. 박광순 이장, 윤찬희 총무 등과 함께 마을 일에 헌신적으로 일한다고 주민들로부터 칭찬이 자자한 전 청년회장.
“주민들이 화목하게 사는 마을, 나갔던 사람들이 돌아와 살고 싶은 마을을 만들겠다”는 그. 아내 김애경 씨와 1남1녀의 자녀가 그의 가족.







우/리/동/네/자/랑/거/리 조롱박 터널과 무료눈썰매장

조롱박터널에서 아늑함을 눈썰매장엔 놀거리와 추억, 그리고 동심이












38번 도로에서 돌뫼마을을 들어가는 진입로 입구에는 30여m 아치형 터널이 세워져 있다. 그리고 그곳엔 조롱박이 매달렸던 흔적들이 있다.
기자가 마을을 찾았을 때는 아쉽게도 조롱박은 마을회관 앞 마당에 옮겨져 있었다. 마을 어르신들이 한참 조롱박을 다듬어 상품으로 내걸 준비를 하고 있는 중.
며칠 전까지 대롱대롱 조롱박으로 가득한 터널을 지날 때마다 주민들이 아늑함과 기분이 좋아지는 장관을 이뤘다고 박광순 이장은 회상한다.
또 다른 비산3리의 자랑거리는 겨울마다 마을에서 운영하는 무료눈썰매장이다. 매년 1월부터 2월까지 운영되는 눈썰매장은 어린이들에겐 또다른 놀거리를, 어른들에겐 추억과 동심을 선물한다.
눈썰매장을 찾았던 방문객들이 때만 되면 문의전화가 쇄도할 정도로 주민들이 애정을 갖고 있는 마을 알리기 사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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