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성읍 평곡5리 이장 유모열씨
음성읍 평곡5리 이장 유모열씨
  • 유재윤
  • 승인 2011.09.29 14: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11 새 농민상 본상 대통령상 수상

충청북도 사과 연구회장, 충청북도 사과특화 작목 협력단 기술전문위원, 음성읍 평곡5리 이장 등을 역임하면서 지역농업발전을 위한 선도농업인의 역할을 충실히 해오고 있는 유모열 씨(56세). 그는 '주경야독'으로 터득한 사과농사로 연 1억2,000만원의 수익을 올리며 35년 째 사과 농사를 짓고 있는 사과재배 전문 농업인이다.

그런 그가 중학교 졸업 후 만난 은사 따라 낮엔 실습, 밤엔 이론공부를 하며 터득한 기술로 사과재배농법 개선에 기여한 공로로 지난 9월6일 서울 상암 월드컵경기장에서 전국의 농업인 5만여 명이 모인 가운데 농업인 최고의 영예인 2011 농협 새농민 본상인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새농민 본상은 농협중앙회에서 매월 선정하는 '이달의 새농민상' 수상자 가운데 우수농산물을 생산해 농업인의 소득증대에 기여하고 선진영농기술 보급에 앞장서 농업기술 수준을 향상시킨 농업인에게 주어지는 농업인 최고의 상이다.

음성군 감곡면 주천리 농부의 집안에서 3남4녀중 다섯째로 태어난 유 이장이 사과재배 농업인의 길로 접어든 것은 어쩌면 필연이었는지도 모른다.

중학교 졸업당시 담임선생님이 고등학교에 가봐야 건달밖에 더 되겠느냐며 학업 포기를 권유, 고등학교 진학을 포기하고 1972년 평생의 은사이신 노상영(작고) 선생을 만나 사과농사를 배우기 시작했다.

노씨는 서울대 농대를 졸업한 농업지식인이었다. 유씨는 충주 일대에서 사과농장을 운영하던 노씨의 농장에서 3년 동안 낮엔 실습을, 저녁엔 농법 이론공부를 했다. “노 선생님 댁엔 서울대 농대 교수나 학생들도 자주 와서 실습을 하곤 했어요. 제가 중졸 학력이긴 하지만 그 사람들이랑 같이 토론하고 공부하면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죠.”

은사 밑에서 과학농법을 익힌 유씨는 군 제대 후 충북 충주, 경기 이천 일대의 대규모 과수원에서 기술 지도를 하며 자본금을 만들었다. 1988년 충북 음성에 처음 자신의 이름으로 농지를 구입했다. 23년 동안 자신의 농장을 운영해온 유씨는 은사로부터 배운 과학농업을 이어가고 있다.

소이면 문등리에서 2만9,700여㎡(9,000평) 규모의 사과농장을 운영하는 그는 올해로 35년째 사과를 생산해오고 있다. 유씨는 “농업도 경영”이라며 “계산기 두드려 보고 투자해야지 무조건 돈을 쏟아 붓는다고 성공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감곡에서 벼농사를 짓는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사과 재배로 남부럽지 않게 돈을 벌었다”는 유씨의 성공은 생산성 향상을 위한 끝없는 연구의 결과였다.

음성읍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6km 정도 떨어진 소이면 문등리 보람농장에서 유씨는 2003년부터 시나노레드, 홍로, 부사 등 5종의 사과를 재배하고 있다.

'농업도 과학이다'라고 말하는 유 씨는 사과 밀식재배 방식에 사용되는 염지기의 도입으로 1999년 농림부 주관 과수분야 신지식인에 선정되며, 새농민상, 농협중앙회장상 대상 등을 수상했고 충청북도 사과증산왕, 자랑스런 음성인상, 농업경영인 대상 등 수많은 수상이력을 가지고 있다.

그가 도입한 염지기는 'M'자 모양으로 구부러진 5㎝ 폭의 철사로 된 핀으로 사과 밀식재배 방식에 사용되는 장치로, 밀식재배는 나무를 심을 때 밀도를 높게 하여 심는 방법으로 단위면적당 생산성을 높이고 나무의 밀도를 높이기 위해 옆으로 뻗어가는 나뭇가지의 방향을 아래로 틀어 나무의 성장을 해치지 않으면서 나무사이 간격을 줄이는 재배방식으로 이때 나뭇가지의 방향을 틀 때 사용하는 기구다.

유씨는 1981년 일본의 사과 생산지인 나가노에 선진농법 연수를 갔다가 일본 농가에서 M자형 핀을 이용해 나무의 형태를 잡는 것을 보고 국내에 이를 처음 도입했다. 그때까지 국내 사과농가에선 이쑤시개나 노끈으로 나뭇가지를 고정해 오고 있었다. “일본에선 핀을 사용하니까 가지 고정작업 시간이 훨씬 줄고 단단하게 고정되더라고요.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우리 동네에 있는 공업사에 가서 '어떻게 하면 그런 모양을 만들 수 있을까'를 한참 연구했어요” 염지기를 사용한 밀식재배는 유씨가 국내 최초로 시도한 것으로 도입 당시 “사과나무 수형(樹形) 구성에 한 획을 그었다”는 평을 받기도 했다.

그가 최초로 도입한 사과농법은 이것뿐만이 아니었다. '열십(十)'자 모양으로 고정한 쇠파이프로 버팀대를 만드는 방식 역시 유씨가 일본 선진농법을 국내에 최초로 도입했다. 그는 “태풍 한번 오면 1년 공들여 재배한 사과나무가 다 쓰러지는데 농사만 잘 지어놓으면 뭐하냐”며 “튼튼한 버팀목의 중요성을 깨닫고 십자 모양의 쇠파이프 버팀목 방식을 농림부에 건의했다”고 말했다.

유씨는 지난해 매출 1억5,000만원을 달성했다. 순수익은 약 1억2,000만원 정도. 순수익이 매출의 80%에 달한다. 유씨는 “생산과정에 들어가는 인건비를 최소화하고 직접 일하는 부분이 많아 이윤이 크다”고 말했다. 유씨는 평소에 혼자 농장을 관리한다. 매일 오전 4시30분에 일어나 오후 7시까지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작업이지만 “손이 많이 갈수록 품질이 향상된다”며 “남들 시키면 몸은 좀 편하겠지만 맘에 들게 작업이 이뤄지지 않아 직접 일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농업인으로서 최고 권위의 상을 받아 기쁘기도 하지만 한편 무거운 책임감도 느낀다”는 유 씨는 “그동안 고생만 시켜온 아내에게 모든 공을 돌린다”며 “앞으로도 최고 품질의 사과를 생산하는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는 포부로 인터뷰를 마쳤다.

이렇게 말하는 유 씨의 모습에서 어느 분야든 간에 그 분야에서 최고가 되기 위해서는 그에 따른 노력이 수반되어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 하루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