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고풍풍물패
천고풍풍물패
  • 김진수
  • 승인 2011.08.25 11: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신명난 장단에 행복한 인생을 연주하는 지혜로운 여인들


“덩기덕 덩더러러 쿵기덕 쿵더러러러…” 기자가 숨가쁘게 발걸음을 들여놓은 여성회관. 3층에선 장구를 비롯한 국악기들에 의해 굿거리장단이 신명나게 울리고 있었다.
이번에 기자가 찾은 여성단체는 '천고풍풍물패'(단장 유기향, 부단장 이화순, 지도 서현택 선생, 이하 '천고풍')다.

◆ 하늘의 높은 바람, 음성 땅으로
주민들은 이 '천고풍'을 흔히 '설장고반'이라고 알고 있다. 여협회관 3층 연습실 문에는 '천고설장고반'이라고 쓰여 있다.
기자는 취재를 시작하며 정확한 이름을 물었다. 이에 지도교사 서현택 선생과 이화순 부단장은 '천고풍풍물패'라고 분명하게 밝혔다. '천고풍(天高風)풍물패.' 풀어보면 '하늘의 높은 바람을 풍물'에 담아 연주한다는 의미. 이름에 그들이 지향하는 게 담겨있지 않은가? 그렇다. 이 여인들은 단순히 장고를 두들기는 게 아니었다. 이 여인들은 풍물을 통해 음성 땅으로 하늘의 높은 바람을 불어오게 하는 게 아닐까?
물론 주민들이 알고 있듯 천고풍 회원들은 주로 장고를 연주한다. 하지만 '풍물패'란 이름에서 보듯이 장고만 고집하지 않는다. 징, 꽹과리, 북을 비롯해 나팔, 태평소, 소고 등 악기까지 연주 영역을 다양하게 넓혀가는 중이다.

◆ 난이도 높은 가락도 너끈, 쾌감을 넘어 감동을
천고풍은 1999년 '음성군 여성단체협의회'(회장 유기향)가 설립되며 활동을 시작했다. 군내 여성들이 취미생활을 영위하고, 특기를 계발하는 목적으로 운영하기 시작한 여성단체협의회의 대표적인 단체가 천고풍이다. 현재 꾸준히 연습에 참여하며, 활동하는 회원은 14명. 이들은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마다 2시간 가량 빠짐없이 연습한다. 회원들은 음성읍을 비롯해 원남, 금왕 등지에서 매주 이틀씩, 달려오고 있는 것. 회원들을 지도하는 서 선생은 “회원들 참석률이 매번 90% 이상이다. 또 회원들 평균연령이 높은데도 불구하고 난이도 높은 가락을 지도해도 소화를 잘한다. 이런 회원들의 열정적인 모습을 보면서 지도하는 쾌감을 넘어 감동을 받는다”고 침이 마르도록 칭찬한다.
현재 회원들 가운데 이화순 부단장을 비롯해 최영숙 씨 등 3명 회원은 이미 나이 60을 훌쩍 넘겼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들은 다른 회원들에게 모범이 될 정도로 연습과 연주에 열정적으로 임한다. 창단 초부터 활동해온 이들은 이화순 부단장과 황순호 회원. 베테랑 실력으로 조금은 싫증도 날 법하다. 하지만 황순호 회원은 “아무리 배우고 연주해도 장고의 리듬과 풍물 장단은 즐겁기만 하다”고 털어놓는다.
회원들은 농사를 짓거나 전업 주부들이 대부분. 그 가운데 금왕에서 서양화를 그리는 김경희 회원이나 음성읍에서 피부마사지 학원을 운영하는 회원은 비교적 젊은 편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장고와 풍물 연주재미에 시간가는 줄 모르는 건 매 한가지다.

◆ 기분전환과 건강까지 담보
천고풍 활동을 시작한지 3개월밖에 안됐다는 한 회원은 “아직까지 뭐가뭔지 잘 모르겠다”고 고백한다. 하지만 “연습에 몰두하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어깨가 들썩이고, 흥이 나면서 스트레스와 걱정을 날리게 된다”고 연습의 즐거움을 소개한다. 김경희 회원은 “열정적으로 연주하는 언니들이 정말 멋있다. 올때마다 회원들로부터 에너지를 받고 간다”고 말한다.
특히 이화순 부단장은 “한 곡을 연주하는 15분간 땀을 쏟고 나면 기분이 좋아진다”고 말한다. 따라서 장고를 비롯한 풍물 연주는 치매예방과 오십견 같은 신경통에 걸릴 염려도 없단다. 천고풍 회원들은 일석이조를 얻고 있는 셈.
과거 천고풍은 청주문화예술의전당, 남산 한옥마을, 경복궁 등에서 연주를 했었으며, 충북민속예술공연대회를 비롯 전국 각종 대회에서도 우수한 성적을 거둬 그 실력이 널려 알려졌다. 그러나 근래는 활동의 폭을 좁혔다. 설성문화제, 반기문 마라톤대회, 여성대회 등에서 연주에 주력하는 것. 또 관내 양로원과 복지기관을 수시로 방문해 연주하고 있다.
서현택 선생은 “앞으로 젊은 연령을 비롯해 회원을 확충하여, 다양한 연주 품목을 지도하겠다”고 계획한다. 유기향 단장은 “수순한 모습으로 장고와 풍물연주로 지역봉사활동과 여성의 긍지를 키워가는 회원들이 자랑스럽다. 앞으로도 천고풍 활동에 더 열심히 지원하겠다”고 다짐했다.
기자와 함께 한 천고풍 회원들은 참 지혜로운 여인들이었다. 기자는 감히 말한다. 신명난 장단에 행복한 인생을 연주하는 여인들이 여기에 있다고!



미·니·인·터·뷰

순수한 열정으로 조화로운 삶을 연주해가길

유기향  단장
유기향 단장
“음악만을 위한 순수한 열정으로 여럿이 조화를 이뤄 아름다운 삶을 연주해가는 회원들”이라고 청고풍풍물패를 소개하는 유기향 단장. 유 단장은 “서현택 선생님과 이화순 부단장에게 감사한다. 회원들도 항상 건강하고, 우리 전통을 지켜가는 여성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활동해주기를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변함없는 열정으로 참여·협조해줘 고맙다

이화순  부단장
이화순 부단장
이화순 부단장은 음성읍에 살며, 천고풍 창단 때부터 활동해오고 있다. “연습이나 연주에도 변함없이 열정적으로 참여하며, 협조를 잘 해주는 회원들이 정말 고맙다. 회원들 가정이 평안하고, 하시는 일에도 좋은 일이 많이 있기를 바란다”고 인사하는 이 부단장. 남편 유종완 씨와 2남1녀의 자녀가 가족이다.






이광수 선생 제자로, 지역의 풍물 전문가

지도 서현택 선생
지도 서현택 선생
지도교사 서현택 선생은 민족음악원 이광수 선생의 제자다. 민족음악원 홍보분과에서 활동하며 이광수 선생의 연주활동을 주로 사진 찍었다는 그는 천고풍 지도 외에 1999년부터 '풍물굿패 울림', 관내 초등학교, 어린이집 등에서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으로 풍물을 지도하고 있는 지역의 풍물 전문가라 할 수 있다. 그는 어머님과 아내 민경미 씨, 세 딸과 함께 살고 있으며, 취미는 목공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