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성군노인복지관 동화구연반
음성군노인복지관 동화구연반
  • 김진수
  • 승인 2011.07.05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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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수한 동화로 세대간 벽을 허무는 여성 어르신들, 여기



장마와 무더위가 한창이다. 기자는 여름철, 원두막에서 할머니 무릎을 베고 누워, 부채질하면서 할머니가 들려주는 옛날 이야기로 더위를 쫓고 꿈을 키웠던 유년의 로망을 갖고 있다. 오늘 우리 지역에도 손주같은 아이들을 찾아가 동화로 가족의 소중함을 심어주는 할머니들이 계시다. 바로 음성군 노인복지관(관장 유지숙)에서 운영하는 '음성군 노인복지관 동화구연반.'(회장 손옥순, 이하 '동화구연반')
'동화구연반' 할머니들이 들려주는 또 다른 동화같은 이야기가 여기 있다.

◎ 아이들로부터 뜨거운 호응
'동화구연반'이 시작된 때는 2005년. 노인복지관은 노인일자리 창출 사업 일환으로 '동화구연반' 운영을 비롯해 여러 가지 사업을 시작했던 것. 현재 활동하는 회원은 22명. 회원들은 금왕을 비롯해 감곡, 음성 등 각 읍면에서 살고 계신다. 그런데 '동화구연반'에는 여성 어르신들만 있는 건 아니다. 회원 가운데는 3명의 할아버지들(김재희, 박무성, 정관헌)도 함께 활동하고 있기도 하다.
'동화구연반' 회원들은 찾아가는 곳곳마다 아이들로부터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다. 현재 동화구연반 회원들은 2인 1조가 되어 보통 두 기관을 방문해 동화를 구연하며 활동하고 있다. 회원들이 찾는 곳은 무려 22곳. 음성군청 뒤에 위치한 향애원 병설 어린이집을 비롯해 22개 기관을 찾아가고 있다.
그렇다고 동화구연반 회원들이 그저 어수룩한 옛날 이야기를 들려주는 수준이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 동화구연반 회원들은 끊임없이 능력을 계발하고, 점검하고 있다. 회원들은 20분 가량의 수업을 준비하기 위해 매주 목요일마다 2시간 넘게 교육을 받고 있다. 이 교육이 바로 회원들의 능력을 계발하고 점검하는 현장이다. 참, 대단한 할머니들이시다. 할머니들을 지도하는 강사 선생님이 매번 긴장하며 수업에 참여한다고 동화구연반 담당자인 장미연 대리는 토로한다. 그만큼 할머니들이 한결같이 의욕적으로 수업에 참여하고 있기 때문. 강사 선생님이 준비한 것 그 이상으로 요구하기가 비일비재하단다.

◎ 삶의 의미와 노후활동의 동기 충족
유지숙 음성군노인복지관장은 “동화구연반 회원들 모두가 음성을 책임지는 분이라고 생각한다. 어르신들의 작은 손짓과 발짓이 지역을 아름답게 해나가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자랑스러워했다. 장미연 대리는 “동화구연반은 올바른 어른상을 정립하고, 어르신들의 삶의 질을 향상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졌습니다. 특히 동화구연반은 회원들이 활동의 만족감과 성취도가 다른 반에 비해 아주 높습니다”라고 설명했다. 동화구연반 회원들은 동화구연을 위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공부하고 있다. 그래서 치매에는 절대 걸릴 수 없는 행복한 분들이 아닐까 생각한다. 다른 노인들에게 삶의 의미를 제공하고, 노후활동의 동기를 부여하는 모범적인 반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동화구연반 할머니들을 아이들은 선생님이라 부른다. 그렇기 때문에 회원들은 스스로 도서관에서 책을 찾아 읽는 것을 비롯해 자기계발에 열심이다. 그 결과 2009년엔 청주지역사회협의회에서 실시하는 60시간 교육과정을 수료해 자격증까지 취득했다. 또 동화구연반 회원들은 매년 말 노인복지관에서 20분짜리 동극을 공연하고 있다. 이 행사는 지금까지 6회째 계속해오는데, 이때 수익금은 저소득층 독거노인들이 따뜻하게 겨울을 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 회원들 모두 즐겁게 활동하고 있어
이제 회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먼저 총무 김선희 할머니. 김 할머니는 감곡에서 5년 동안 빠짐없이 교육받으며 활동하고 있다. 초창기부터 활동해오고 있는 진기인 할머니. 그녀는 다리를 다쳐 깁스를 했는데도 불구하고 교육받고, 수업을 준비한다. 왜냐하면 1주일간 자신을 기다리는 아이들을 생각하면 빠질 수 없다고 말한다. 감곡에 사는 강옥자 할머니는 교통사고로 우울증에 시달렸는데 노인복지관에 나왔다가, 진기인 할머니의 권유로 동화구연반에서 활동하며 인생의 즐거움을 누리게 됐다. 젊었을 때 의상디자이너였던 그녀는 아이들에게 옛날이야기를 들려주는 꿈을 가졌었는데, 이렇게 이루게 되었다고, 전화위복의 경험을 털어놓는다. 손옥순 회장은 회원들이 “앞으로도 계속 건강을 유지하며, 자기 계발을 게을리하지 말고, 친목을 다지는데도 적극 협조해달라”고 당부했다.
유지숙 관장은 “동화구연 활동을 매개로 해서 어르신들이 정서적 안정을 찾고, 삶의 질이 향상되어 즐거운 노년을 보내시길 바란다”고 직원들을 대표해 인사했다.
황혼의 인생을 선생님이 되어 동화로 세대간의 벽을 허물고, 아이들에게 꿈을 심어주는 동화구연반 할머니들. 기자는 '동화구연반'을 취재하며 유년의 기억을 더듬을 수 있었다.


미·니·인·터·뷰

제2의 고향으로 여기며 / 부모님 모시는 자세로 어르신들 섬길터

손옥순 회장    유지숙 관장
손옥순 회장 유지숙 관장
음성군노인복지관 동화구연반 손옥순 회장은 20여년전 서울에서 금왕으로 이사와, 제2의 고향으로 여기며 살고 있다. 노인복지관 합창반에서도 활동하고 있는 손 회장은 현재 금왕주공아파트에서 남편 염재희 씨와 함께 살고 있다. 자녀로는 서울에서 결혼해 살고 있는 외아들이 있다.
유지숙 음성군노인복지관 관장은 음성장로교회 김완식 목사 아내다. 자녀로는 결혼하여 외지에서 사는 두 아들이 있다. 1985년 남편과 함께 음성에서 교회를 개척한 유 관장은 2003년부터 교회에서 시작한 경로대학 문화교실이 모태가 되어 노인복지관을 시작하게 됐단다. 교회 일과 여러 가지 벌린 일 때문에 자주 찾아뵙지 못하는 부모님을 모시는 자세로 어르신들을 섬기고 있다고 밝히는 그녀의 웃음이 화사하다. 유 관장은 청소년 문화공간 운영의 꿈도 놓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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