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왕양조영농조합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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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선옥
  • 승인 2012.01.01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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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의 손으로 빚어낸 63년의 역사”

▲ 금왕양조장에서 생산되는 막걸리는 친환경 다올찬 쌀을 주원료로 만들어 진다.
▲ 금왕양조장에서 생산되는 막걸리는 친환경 다올찬 쌀을 주원료로 만들어 진다.
마음을 뺏는 뽀얀 빛깔, 코끝을 간질이는 은은한 과실향,
혀끝에 닿는 청량감, 곧장 혈관을 타고 흘러들 것만 같은 부드럽고
매끈한 목 넘김 이것이 다올찬 쌀막걸리의 진정한 매력!


쌀과 누룩, 물로 만들어 지는 것. 바로 막걸리다. 이 세 가지 재료만으로도 단맛(甘), 신맛(酸), 매운맛(辛), 쓴맛(苦), 떫은맛(澁)을 낸다 하여 예로부터 오미주(五味酒)라 불리는 술이기도 하다. 그러나 진정한 막걸리가 되기 위해선 여기에 반드시 가미 되어야 하는 것이 있다. 수 십 년을 양조장의 시큼한 발효실에서 행여 술이 제대로 되지 않을까 숨죽이며 부글부글 술이 끓는 소리를 들어 본 이의 마음으로 빚어야만 비로소 제대로 된 막걸리가 탄생한다.
여기 젊은 청춘을 양조장의 독을 씻고, 고두밥을 짓고, 누룩을 부수고, 술을 거르는데 바친 마디 굵은 손을 가진 이가 있다. 40년이 훌쩍 넘는 세월 금왕양조장을 지켜온 조성민 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 금왕양조장에서 생산된 다올찬 쌀막걸리
▲ 금왕양조장에서 생산된 다올찬 쌀막걸리
■ 63년의 양조장 역사, 변하지 않는 장인의 손길유서 깊은 금왕양조영농조합법인
금왕양조영농조합법인은 63년의 역사를 지닌 유서 깊은 양조장이다. 지난 1947년 12월 1일 금왕양조 합명회사로 시작된 양조장의 역사는 1991년 맹동양조장과 합쳐지면서 탁주합동제조장으로, 그리고 2007년 3월 지금의 자리로 이전하면서 금왕양조영농조합법인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양조장의 겉모습도 변하고 사람도 바뀌었지만 한 가지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다면 술을 빚는 장인의 마음을 다하는 손길이다.

■ 양조장이 인생의 전부였던 선친. 선친의 유지 이어 2대째 이어온 가업
현재 금왕양조영농조합법인을 경영하고 있는 조성민 대표의 아버님은 평생을 양조장 밖에 모르는 분이셨다. 5개의 양조장을 경영하셨을 만큼 사업성도 뛰어나셨지만 그보다 전통주에 대한 애착이 크셨던 분이다.
아버님의 뜻에 따라 일찍 가업을 이을 생각을 했던 조 대표는 제대 직후에 고향으로 돌아왔다. 그의 나이 스물 네 살 되던 해였다.
조 대표의 아버님은 하나부터 열까지 술 빚는 법을 가르치기 보다는 아들이 스스로 술 빚는 법을 터득하길 원하셨다. 때문에 조 대표는 술을 빚을 때마다 아버님을 따라 다니며 어깨 너머로 혼자 공부해야 했다. 쉽지 않았지만 그런 수업방식은 조 대표로 하여금 술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고 애착을 갖도록 만들었다.
술맛을 제대로 내기까지 셀 수도 없을 만큼 많은 날을 손을 꼽으며 기다렸던 술이 제 맛을 갖지 못해 수없이 바닥에 쏟아 버려야 했던 때가 있었다. 이제는 조금 편해질 만도 하건만 술을 기다릴 때마다 그는 아직도 출산을 기다리는 부모의 심정이다.

■ 느림의 미학, 설렘과 기다림 끝에 오는 짜릿함
규합총서에 이르기를 '밥 먹기는 봄같이 하고, 국 먹기는 여름같이 하고, 장 먹기는 가을같이 하고, 술 먹기는 겨울같이 하라'했다.
이는 단지 음식이 먹기 좋은 때를 이르는 것이 아니라 그 음식을 만드는 적당한 때를 이야기 하는 것이기도 하다.
요즘이야 냉장시설이 보편화 되고 사철 원하는 재료를 손에 넣을 수 있으니 크게 계절을 가리지는 않지만 저온에서 긴 숙성기간을 거쳐야 만이 풍부한 맛과 향을 지닌 술이 탄생한다.

▲ 코끝을 스치는 시큼한 술내음이 넘쳐나는 발효실에선 금왕 명주 다올찬 쌀 막걸리가 한창 익어가고 있다.
▲ 코끝을 스치는 시큼한 술내음이 넘쳐나는 발효실에선 금왕 명주 다올찬 쌀 막걸리가 한창 익어가고 있다.
저온숙성을 원칙으로 하는 다올찬 쌀 막걸리가 소비자들에게 선을 보이기 위해서는 꼬박 열흘이라는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아늑한 숙성실에 퍼지는 술 끓는 소리와 코끝을 간질이는 시큼한 술 익는 냄새가 아련한 할머니의 옛이야기처럼 기다리는 이의 가슴을 설레게 한다.
조 대표가 이 순간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이유는 이 순간에 술 맛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농사를 지을 때 온도나 습도, 일조량 등 어느 한 가지만 부족해도 한 해 농사를 망치듯이 술을 빚는 일도 농사와 같아서 조금만 환경이 바뀌어도 술맛이 변하고 만다. 맛이 변한 술은 그대로 폐기처분 되고 열흘간의 기대감 역시 물거품이 되고 만다.
하지만 꼬박 열흘을 기다려 원하는 술을 만났을 때의 짜릿함은 수 십 년 술을 빚어온 장인을 흥분시키기에 충분하다.

■ 친환경 다올찬 햅쌀로 빚는 음성군의 대표 특산품 '다올찬 쌀 막걸리'
양조장에서 만들어지는 막걸리는 음성군에서 그 해에 생산되는 '다올찬 쌀'을 주원료로 빚어진다. 다음해 추수 전까지는 2010년도에 생산된 쌀만을 사용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그동안 마셔온 막걸리는 밀가루를 주원료로 한 것이 많다.
지난 1965년 극심한 식량난으로 국가에서 양조에 쌀 사용을 금지시킨 이후 대부분의 막걸리는 밀가루로 만들어져 왔다.
금왕양조영농조합법인은 전통적인 쌀 막걸리를 재연함으로써 전통주의 맥을 이어가고 있다. 잘 숙성된 쌀 막걸리는 뽀얀 빛깔에 은은한 과실향이 올라온다. 그리고 혀끝에 닿았을 때 느껴지는 탄산의 적당한 청량감과 그대로 혈관으로 흘러들어갈 것 같은 부드러운 목 넘김이 다올찬 쌀 막걸리의 특징이다.
막걸리 자체가 워낙 대중적인 술이기 때문에 '싼 술'이라는 인식이 있지만 생산원가만을 따져 본다면 소주나 맥주와는 비교도 안될 만큼 가장 비싼 술에 속한다. 우리가 시중에서 막걸리를 싸게 구입할 수 있는 건 가장 낮은 주세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 현대화 시설을 갖춘 양조장 내부
▲ 현대화 시설을 갖춘 양조장 내부
■ “막걸리는 막걸리다워야지” 막걸리의 순수성을 지켜가는 고집
막걸리에는 라이신, 메티오닌 같은 필수 아미노산과 각종 비타민, 그리고 유산균이 다량 함유돼 있어 알콜 성분을 뺀다면 영양제나 다름없다. 이런 막걸리의 영양학적 우수성이 슬로우푸드·웰빙식품 바람을 타고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일본열도를 강타한 막걸리 열풍은 막걸리의 저변 확대는 물론 다양한 상품 개발로 이어져 각종 과실류나 약초류, 잡곡류 등을 혼합한 수 십 가지의 막걸 리가 시중에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러나 조 대표의 생각은 다르다. “막걸리는 막걸리다워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인 것이다. 때문에 금왕양조영농조합법인에서 생산되는 막걸리는 한 가지 뿐이다. 기본에 충실한 막걸리. 시류에 흔들리지 않고 고집스럽게 막걸리의 전통과 순수성을 지켜가는 조 대표다.

■ 또 한 번의 도전, '햇사레 와인'
일부러 외지에서 자신이 만든 막걸리를 찾아오는 이들을 위해 개업 이래 하루도 양조장 문을 닫아본 적이 없을 만큼 성실하기로 소문난 조 대표의 유일한 외도라면 인근에서 재배되는 친환경 복숭아로 만든 '햇사레 와인' 개발이다. 무농약으로 재배된 당도 높은 복숭아만을 원료로 한 햇사레 와인은 은은한 복숭아 향과 부드러운 끝 맛을 자랑한다.
음성지역에서 생산되는 햇사레 복숭아의 판로 확대를 위해 와인을 개발하게 되었다는 조 대표는 “가장 한국적인 맛으로 해외시장을 공략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힌다.
복숭아 와인뿐만 아니라 현재 택배로나마 외지로 팔려나가고 있는 막걸리 역시 유통망만 구축이 된다면 해외 시장에 소개하고 싶은 것이 조 대표의 바람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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