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훈 음성우체국 노조지부장
박태훈 음성우체국 노조지부장
  • 김진수
  • 승인 2010.03.05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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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천후에도 묵묵히 일하는 집배원의 근로환경 개선에 최선다할 것”


비가 오나, 폭설과 같은 기상 악화에도 불구하고 군내 구석구석 주민들을 찾아 각종 우편물을 배달하는 집배원. 그들의 변함없는 열정 덕분에 주민들이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한다. 음성 우체국 소속 집배원과 계리원들의 대변자로 일하고 있는 사람. 유난히 강추위와 많은 눈이 내렸던 겨울에도 수고한 집배원들을 생각하며 기자는 음성우체국을 찾아갔다. 충청체신청 음성우체국에 소속한 57명의 기능직 조합원들의 대표, 노조지부장 박태훈 씨. 이번에 기자가 만난 사람이다.
박 지부장은 감곡우체국에서 근무하는 자형 권형훈 씨와 누나의 권유로 30세에 우체국에 특채로 입사해 15년 넘게 집배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현재 그는 '중간수두 역할'을 감당하고 있다. 중간수두 역할이란 생소한 단어에 당황하는 기자에게 그는 “중간수두 역할이란 다량의 우편물을 읍면 관내 우체국에서 일하는 집배원들 업무에 편의를 도모하기 위해 마을 슈퍼나 상점 등 지정한 중간지점에 전달해주는 일”이라고 설명해준다. 또 바쁜 시기에는 업무가 많은 지역에 직접 나가서 집배원 일을 분담하기까지 한다. 지난 설 명절을 앞두고는 대소 지역에 우체국장님을 비롯한 직원들과 함께 지원을 나가 직접 우편물을 배달했단다.
편지 및 각종 고지서를 포함한 일반 통상물과 등기, 소포를 가가호호 배달하는 집배원에게 '시간은 정말로 황금과 같다'고 말하는 박 지부장은 집배원들의 하루를 간략하게 소개한다. 집배원들은 매일 아침 7시면 출근하여 1시간 넘게 우편물을 분류하고, 하루에 평균 1,500여 통을 배달하고, 다시 우편물을 분류하다보면 보통 저녁 8시까지 근무하게 된다. 읔, 하루 13시간을 근무하다니! 이렇게 과중한 업무를 감당하는 데도 종종 젊은 세대중 일부가 인터넷에 '불친절하다'는 등 악성 댓글을 올릴 때엔 정말 안타깝고 속상하다고 박 지부장은 속내를 털어놓는다. 하지만 육체적으로 고되고, 요즘처럼 인터넷과 휴대폰이 발달해서 우편업무가 많이 변질된 부분도 있지만, 그래도 힘들게 찾아 우편물을 전해줬을 때 반갑게 맞는 주민들을 만날때마다 보람을 느낀다고 박 지부장은 말한다. “어려운 근로 환경과 동절기 악천후 속에서도 맡은 바 직무를 다해주는 조합원들이 자랑스럽습니다. 모두들 건강하고 화목한 가정이 되길 빌며, 조합원들의 업무편의와 복지향상을 위해 최대한 노력하겠습니다. 사랑합니다”라고 박 지부장은 조합원들에게 인사하는 것도 빼놓지 않았다.
김영기 우체국장은 박 지부장을 성실하고 책임감이 강해 결근은 물론 조퇴 한번 하지 않은 직원이라 평하며, 박 지부장을 취재하도록 기자에게 적극 추천했다. 특히 박 지부장은 7~8년 동안 매년 삼생리에 사는 어르신들에게 효도잔치를 베풀며 섬겨왔다고 칭찬했다. 박 지부장의 은밀한 선행은 삼생리 주민들에 의해 알려져, 이제는 우체국장을 비롯해 우체국 직원이 동참하게 되었다고 한다. 경기도 포천 고향에 계시는 부모님을 자주 찾아뵙지 못하기 때문에 부모님 모시는 마음으로 어르신들을 섬긴다는 박 지부장은 매년 2월 9일 어르신 위로잔치를 해오고 있다. 2월 9일로 정한 이유를 묻자, 2월 9일이 그가 처음 삼생리 주민들을 만난 날이기 때문이란다.
박 지부장은 경기도 포천에서 태어나 고등학교 때까지 생활한 후 인천에서 공업용다이아몬드 가공하는 일을 했었다. 남들보다 조금 일찍 결혼한 박 지부장은 2남 2녀의 자녀 가운데 벌써 큰 딸은 출가시켰고, 두 아들이 군대생활을 하고 있다. 박 지부장은 부인 진복순 씨에게 “부족한 남자한테 시집와서 고생이 많다. 지금도 일하면서 항상 따뜻하게 대해줘서 고맙다. 사랑한다”고 아내사랑을 표현했다. 또 자녀들에겐 “남들한테 손가락질받지 말고 살며, 뚜렷한 주관으로 살라”고 당부했다. 유난히 혈색이 좋아보이는 박 지부장에게 특별히 즐겨하는 운동이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운동을 다 좋아한다고 흔쾌하게 대답한다. 특히 생각할 게 많을 때는 집 뒤에 있는 성체산을 등산하며 생각을 정리하고, 기분전환도 한다는 박 지부장은 앞으로 가족과 함께 자주 등산을 하고 싶다고 말한다.
기자가 좌우명이나 인생관에 대해서 묻자 박 지부장은 “오늘보다 내일이 더 힘들다는 생각으로 살자”라고 대답했다. '오늘 힘든 일 닥치더라도 내일보다는 덜 힘들 것이라 여기고, 감사하며 살아가'는 박 지부장의 긍정적인 현실인식이 반영된 말이다. 이 말은 박 지부장이 20대 때 인천에서 직장생활하며 개인적으로 힘든 일이 있을 때 업무상 만난 건설회사 모 회장님이 해준 말이다. 요즘도 힘들 때 이 말을 되새기면 힘과 용기가 생긴다고 박 지부장은 말한다.
노조지부장은 3년 임기. 지난해 3월에 당선돼 4월부터 임기를 시작한 박 지부장은 지난 1년간 조합원을 위해 이룬 게 많지 않다고 반성한다. 그래서 앞으로 조합원의 건강과 복지향상을 위해 조합원 입장에 서서 일하겠다고 박 지부장은 각오를 새롭게 다졌다. 총무부장을 포함한 7개 부장들, 5명의 집행위원들이 3개월마다 모여 뜻과 힘을 모아 사업을 추진하는데, 1년 결산총회인 3월 정기지구대회 이후, 4월 20일 정보통신의 날엔 조합원 체육대회를 갖고, 6월경엔 농촌 일손돕기 봉사활동 계획을 박 지부장은 밝혔다.
눈비가 올 때면 조합원들에게 사고가 날까봐 걱정이 많아진다는 박 지부장. 몸이 아파 병원에 입원하여 일할 수 없는 형편인데도, 동료들 업무가 많아지는 것 때문에 내색하지 않고 일하는 조합원들을 볼 때마다 가슴 저릿저릿하다는 박 지부장. 지난 12월 아픈 자녀를 위해 청주시내 우체국으로 전출한 15년 동료 이기종 집배원을 얘기하는 박 지부장의 눈가는 촉촉이 젖었다. 취재를 마친 기자는 박 지부장 어깨와 그 너머 우체국 간판과 창문으로 햇살이 쏟아지는 걸 보며, 모든 집배원들에게도 따뜻한 봄기운이 가득하길 기도하며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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