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와중에”…해외 연수비 올린 정신 나간 도의회
“이 와중에”…해외 연수비 올린 정신 나간 도의회
  • 임요준 기자
  • 승인 2021.02.24 15: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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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억2천90만 원서 올핸 1억2천650만 원
교육청 연수비 깍고 본인들 연수비는 슬그머니 올려
도의원 한 명당 408만 원 가량 여비 지원 꼴

김기창 도의원 “작년에 반납, 올해도 반납하면 된다”
이상정 도의원 “예결특위에서도 큰 쟁점 되지 않아”
주민들 “하루살기 빠듯...선거 때 좌시하지 않겠다”

 

‘무늬만 연수, 관광 일색 외유성 국외 연수’라며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충북도의회 국외 연수가 코로나 시국에도 연수비를 증액해 비난의 중심에 서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도의회는 해외 여비와 자매도시 방문 여비로 올해 1억2,650만 원을 책정했다. 2019년 1억2,090만 원 예산이 작년엔 1억2100만 원, 올핸 물가상승률을 감안했다며 작년 대비 4.5%를 인상했다. 
당초 2년에 1번씩 갈 수 있었던 내부규정도 바꿔 올해부턴 의원 전원이 참여하는 방식으로 싫어도 어쩔 수 없이 가야될 형편이다. 국외 연수에 대한 비판 여론이 들끓자 일부 의원들이 참여를 꺼려하는 것에 대한 방어책인 셈이다. 뭇매를 맞아도 같이 맞자는 식이다.

교육청연수비는 삭감
도의회 교육위원회는 지난해 11월 금년도 교육청 예산안을 심의하면서 ‘첨단교실 연수 국외여비’ 항목 2,438만4,000원을 전액 삭감했다. 
이어진 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황규철(옥천군 제2선거구) 위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에서 외국에 나가는 것은 별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의견을 제시했고, 결국 교육청 국외 여비는 전액 삭감됐다.
하지만 8일 뒤 도의회는 자신들의 국외 여비는 지난해보다 4.5% 인상한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도교육청 국외 여비를 삭감하며 부적절 의견을 제시했던 황 위원은 이번 도의회 국외 여비 심의 과정에선 오히려 “부족하지 않냐”며 되묻기도 했다. 
이에 이경태 도의회 사무처장은 “의원님 한 분당 300만 원씩 전체 의원님들 다 계상했다. 의원님들에게 조금 부족하다라고 판단이 되는데 부족하다고 해서 많이 늘릴 수 없는 것이 지방의회 경비한도에 묶여 있어 국외여비를 늘리면 다른 예산을 줄여야 되기 때문에 그래서 부득이하게 의원님 한 분당 300만 원씩 정도로 편성했다”고 답변했다. 
도의회는 상임위원회 국외 연수에 9,300만 원을 편성했다. 유관기관 연수와 국제우호교류에 2천만 원과 1천350만 원을 각각 편성했다. 도의원 한 명당 408만 원 정도의 여비가 지원되는 셈이다. 

일부 의원들, 부적절 알면서도 ‘인상’ 강행
김기창(음성군 제2선거구) 도의원은 음성자치신문과 인터뷰에서 “물가상승분을 따져서 (국외연수)예산을 인상한 것 같다”며 “작년에 (예산을) 반납했다. (올해 예산도) 상반기 중 반납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해 코로나 상황에 사용조차 할 수 없는 예산을 편성해 실제 서민에게 지원될 예산이 그만큼 부족했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김 의원은 도의회 건설환경소방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이상정 의원은 “2019년 이후 국외 연수에 대한 긍정적 분위기가 일면서 예산 인상에 대해 문제의식이 없었다. 전체 의원들 간에도 큰 쟁점은 되지 못했고, 개인적으로도 크게 생각하지 않았다. 몇몇 의원들은 인상에 적극적이었고 예결위에서도 큰 쟁점이 아니었다”고 당시 예산 심의 과정을 설명했지만 모든 예산을 심의하는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부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 의원도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는 비난을 피해가긴 어렵게 됐다. 
이 의원은 기자와 전화통화에서 “저는 (국외 연수에) 갈 생각이 없다. 도민 눈높이에 맞추겠다”고 어필했다. 

“사과하고 반납하라”
도의회를 바라보는 주민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음성읍에서 작은 가게를 운영하는 주민 A씨는 “1년 넘게 지속된 코로나 상황에 소상공인은 하루 벌어 하루 살기도 빠듯하다. 이 와중에 주민의 고통을 살피기보다 자기네들 외국에 나갈 궁리를 했다는 게 정말 실망스럽다”며 혀를 찼다.
또 다른 주민 B씨는 “국외 연수를 못가면 예산은 반납하면 된다지만 처음부터 1억2천만 원이 넘는 돈을 한 푼이 아쉬운 주민들을 위해 편성했다면...”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선거가 1년 앞으로 다가오고 있다. 이번 사태에 대해 절대 좌시하지 않겠다”며 입술을 깨물었다.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이하 참여연대)는 해외연수 예산을 세운 도의회는 도민에게 사과하고 예산 전액을 즉각 반납하라고 촉구했다.
참여연대는 성명을 통해 “코로나19로 도민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와중에 정작 주민의 대표라고 하는 도의회는 도민들의 어려움을 살피기는커녕 해외연수 예산을 세웠다”고 비난했다. 
이어 “코로나19의 여파로 해외여행 가능성이 매우 낮은 것이 뻔한 상황임에도 도의회의 ‘어차피 못쓰면 반납할 것’이라는 무책임함에 도민들은 씁쓸함을 넘어 허탈하기까지 하다”고 탄식했다.
또 “공무국외연수를 격년 시행에서 매년 시행으로 변경한 과정도 명확하지 않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사실상 마지막 해외연수가 가능한 올해, 전체 의원에 대한 해외연수를 강행하려고 했던 것은 아니냐”며 의구심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도의회는 무리한 해외연수 예산 수립을 도민 앞에 사과하고 전액 반납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진아 참여연대 시민자치국장은 기자와 인터뷰에서 “해외연수가 필요하다면 다녀와야 한다. 하지만 시기적 문제다. 재난지원금은 실질적 도움이 되지 못하고 도민은 여전히 어려운데...예산 편성 자체가 문제”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이어 “권리만 챙기고 의무는 이행하지 않아 화가 난다. 도의회가 변화된 모습을 보이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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