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간 복숭아 열애…장인정신 투철한 농업리더
17년간 복숭아 열애…장인정신 투철한 농업리더
  • 민광분
  • 승인 2016.01.29 13: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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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최고농업기술명인 김종오
승승장구 설비사업 IMF때 문 닫고 복숭아와 인연
명품음성복숭아 생산기술 확대 위해 선도적 역할


논과 밭이 메워지고 야산이 깎인 자리에는 어김없이 공장이 들어서고 있다. 비가 오면 흙이 신발에 척척 달라붙던 황톳길은 도로포장이 되었다. 경제발전이라는 명목으로 들녘과 야산이 사라지고 빗물이 스며들지 못하도록 포장된 도로를 볼 때 생활의 농촌이 사라지고 있다는 상실감에 젖어들곤 한다. '대한민국 최초 농업기술 명인 김종오'라는 탄생 소식을 듣고 반가운 마음에 그를 만났다.

명인의 복숭아 사랑

제법 높은 야산에 자리한 김종오(56) 명인의 과수밭은 비탈진 부채꼴 모양의 만 여 평에 천주의 복숭아나무가 있다. 30년 된 고목과 2~3년 된 어린묘목들의 배열이 아버지와 아들 같다. 곱디고운 연분홍 복사꽃이 피는 계절이 오면 사진작가들이 즐겨 찾는 명소가 되고 복숭아가 탐스럽게 익어 갈 때면 TV프로 '6시 내고향', '체험 삶의 현장'에서 촬영을 올 정도로 경관이 수려하고 이미 복숭아로 이름이 난 과수원이다. 명인의 복숭아 사랑은 눈물겹도록 진하다.

복숭아나무에 물이 오를 무렵 따끈한 모닝커피 잔을 들고 복숭아밭으로 간다. 일일이 나무들을 살펴보고 만져보는 그는 잘 길러서 좋은 가격의 열매를 거두겠다는 생각보다 어떻게 하면 과즙이 풍부하고 당도가 높은 대과를 열릴 수 있게 할까에 초점을 둔다고 한다.

그는 17년간 복숭아를 꾸준히 관찰하며 다양한 방법으로 애정을 쏟은 결과 과수부문에서 대한민국 최고농업기술명인에 이름을 올렸다. 이는 그가 그동안 복숭아에 쏟은 사랑에 대한 보답이자 명품 음성복숭아 생산기술 확대를 위해 선도적 역할을 한 공로를 인정받은 것이다.

IMF는 인생의 터닝 포인트

감곡면 오향리 태생인 그는 2남3녀 중 장남으로 감곡초와 감곡중을 거쳐 직업훈련소에서 전기를 배웠다. 금왕읍에서 설비사업을 시작한 그의 사업은 승승장구하여 17명의 직원을 두었지만 IMF가 터지면서 사업을 접어야 했다. 고향으로 돌아 온 그는 아버님이 하시던 복숭아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마이스터가 과학적인 농사기법 이라면 농림부에서 주관하는 W.P.L은 각 분야의 베테랑 농업인과 전문가들이 현장에서 교수가 되어 직접 실시하는 맞춤형 멘토교육이다.

김종오 씨의 성품은 느긋하며 여유가 많다. 목표와 계획을 세우고 달성하는 성취감도 좋지만 자칫하면 조급함에 쫓겨 일을 그르칠 수가 있다고 했다. 사람의 일이 계획과 목표를 세운다고 다 되어 지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본인이 추구하는 일에 있어 관심을 가지고 애정을 쏟다 보면 일이 즐거워지면서 무엇을 얻어 내려는 욕심이 아닌 잘 자라고 튼실한 열매를 맺는 것으로 만족할 수 있다.

식물일지라도 교감이 이뤄지면 반드시 보답을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그가 복숭아를 사랑함에 있어 혼자만의 생각으로 하는 것은 아니다. 30~40년 복숭아와 함께한 선배들을 만나 정보를 얻고 그 정보를 실행에 옮겨 보는 것이다. 성실하게 인내하며 가꿔 온 결과 농림부장관으로부터 2010년 현장교수로 임명 받았다.

명인의 숙제…신품종 개발

복숭아는 7월부터 수확하는 조생종 그린황도, 다음으로 수확하는 중생종 미백이 있는데 단맛과 신맛이 어우러진 복숭아의 대표라고 할 수 있다. 10월에 수확하는 엘바도는 당도가 높아 망고 맛을 느낄 수 있다. 과수부문 복숭아재배의 명인이 된 그는 할 일이 많다. 현장교수로서 그동안 습득한 기술도 전수해 주어 농가의 소득을 올리는 일도 있지만 더 큰 일은 신품종 개발이다.

신품종을 개발 하는 방법은 2가지가 있다. 눈접과 목접이 있는데 눈접은 원목의 꽃눈을 갈라서 접붙이려는 꽃눈을 그 안에 넣는 것이고, 목접은 원목의 밑둥을 갈라서 역시 접붙이려는 가지를 그 안에 넣는 것이다.

이름을 무엇 이라고 지을 것이냐고 묻자 “그 때 가서”라며 환하게 웃는다. 농작물은 주인의 발걸음 횟수에 따라 수확을 낸다는 옛 어르신들의 말이 명언이라는 말을 김종오 명인을 만나면서 사실임을 알았다. 바라기는 들판의 벼이삭이, 과수원에는 달디 단 열매들이, 화훼농원에서는 아름다운 꽃들이 경제를 살리는 주역이 되기를 간절히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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