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의 힘으로 움직이는 ‘무궁화 전도사’
긍정의 힘으로 움직이는 ‘무궁화 전도사’
  • 임요준
  • 승인 2015.11.23 11: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여기, 이사람! ] 송석응 대봉수목원 대표
▲ 대봉수목원 송석응 대표가 온실하우스에서 주렁주렁 열린 바나나를 보며 즐거워 하고 있다.
▲ 대봉수목원 송석응 대표가 온실하우스에서 주렁주렁 열린 바나나를 보며 즐거워 하고 있다.

“잎은 나물을 무쳐 먹고 꽃은 차로 마시고 뿌리는 약재로 사용하는, 그야말로 무궁화는 버릴 것 하나 없는 우리에게 귀한 나무이다.”

전국에 우리 꽃 무궁화를 전하는 송석응(63·원남면 대봉수목원 대표) 씨는 무궁화 매력에 빠진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25년 간 농촌지도소(현 농업기술센터)에서 근무한 송 대표는 16년 전부터 본격적인 나무기르기에 나섰다. 하지만 불과 1년 뒤 위암 말기 선고를 받고 항암치료에, 4년 전 담낭제거수술까지 참으로 험난한 길을 걸어왔다. 하지만 오늘에 그를 있게 한 것은 매사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긍정의 힘'이였다. 송 대표의 인생이야기 속으로 들어간다.


“나무마다 제 주인 따로”
송 대표는 원남면 보룡리에서 3남2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초등학교를 입학하자마자 가족들이 소이면으로 이주하면서 소이 대장초등학교를 졸업하게 됐다. 음성중과 음성고를 거쳐 건국대 최고경영자과정을 수료했다.

고등학교 졸업 후 4H운동에 참여하면서 농촌활동을 펼치다가 1971년 농촌지도소 증산요원으로 근무하면서 첫 공직에 발을 딛게 됐다. 정직원 근무는 그로부터 6년 후다. 공직자로서 성실함과 청렴함을 지닌 그는 도지사상과 장관상 등 10여 개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러기를 25년 뒤인 그의 나이 49세, 아직은 공직자로서 할 일은 많았지만 취미로 시작한 분재기르기에 빠지면서 나무쟁이 인생은 시작됐다.

“처음에는 과일나무분재를 했다. 과일분재는 봄에는 꽃이 피고 가을에는 열매를 맺는 등 4계절 변화를 느끼게 한다. 사과, 감, 대추나무 등 그 매력에 취했었다.” 송 대표는 대봉수목원 첫 운영 당시를 이렇게 회고했다.

“분재의 매력은 공산품과 달리 내가 생산하고 기르고 판매 가격까지 결정한다. 가격이 정해져 있지 않다. 손님을 보면서 진정한 주인이라고 생각하면 5만 원짜리가 2만 원에도 판매된다.”
분재 하나하나, 나무 하나하나에도 주인이 따로 있다는 그의 나무
철학이야기다.


무궁화 첫 대면 “바로 이거다”
대봉수목원은 온실하우스 400평과 노지 3000평 규모다. 종류만도 수생식물과 아열대나무를 비롯하여 모과나무, 소나무 등 각종 조경수들이 있다. 특히 수천 그루의 무궁화들이 자라고 있다.

10년 전 일이다. 손님으로 온 어느 교장선생님이 무궁화 10주를 건넸다. 처음 봤을 때 무척 친밀감이 있었다. 전에 느끼지 못했던 무궁화의 아름다움이 느껴졌다. “아, 바로 이거다!”

송 대표와 무궁화와의 인연은 이렇게 시작됐다.

“무궁화는 끈기와 인내를 지닌 우리 국민성과 비슷하다. 가뭄에 매우 강하다. 진딧물은 다른 나무에 비해 아주 적다. 다만 다른 나무에 있는 진딧물보다 색깔이 검다보니 많은 것으로 착각하게 된다. 그나마도 꽃이 피기 시작하면 진딧물은 모조리 사라진다”

“꽃은 색깔이 아름다워 차로 많이 이용된다. 뿌리는 동의보감 등 문헌에 기록돼 있듯이 무좀치료에도 사용된다. 최근에는 모 화장품회사에서는 뿌리를 이용 기능성화장품을 개발했다.”

“문제는 무궁화가 우리의 국화(國花)라는 것을 모든 국민이 알고 있지만 법으로 정해져 있지 않다는 것이다. 애국가 가사에도 나오는 무궁화가 법에 규정돼 있지 않아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

송 대표의 무궁화는 전국에 더 잘 알려져 있다. 4년 전부터 대구광역시를 시작으로 의정부시, 오산시 등에서 전시회를 갖고 있다. 무궁화 분재만도 5000개가 넘는다. 노지에서 자라고 있는 무궁화만도 몇 십만주다. 하와이 품종 등 외래종이 19종, 국산종이 120종이다.


“무궁화학교 세우고 싶어요”
16년 간 수목원을 운영하면서 송 대표는 “이기용 전 충북도교육감님과 함께 도교육청에 무궁화 기념식수를 한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보람된 일이였다.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을 한 것이다. 심고 가꾼 나무가 잘 자라고 있는 것을 볼 때 참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무궁화 전도사 송 대표는 지난 2009년 음성군민상 수상, 지난해에는 국가선양부문 국무총리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앞으로도 무궁화를 심고 전하는 일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특히 무궁화학교를 세워, 단순히 가꾸는데 머물지 않고 그 이념까지 가르칠 수 있기를 바란다. 꿈은 반드시 이루어지리라 확신한다”며 무궁화학교 세우기에 굳은 의지를 밝혔다.

송 대표는 부인 김창순(63) 여사 사이에 3녀1남을 두고 있다. 장녀 정숙(38) 씨는 서울대 간호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병원 수간호사로 근무하다 지금은 전업주부다. 차녀 선호(37) 씨도 전업주부다. 정선(34) 씨는 공무원이며, 준호(29) 씨는 풀무원에서 조리사로 근무중이다. 다복한 송 대표의 가정에서 화려하진 않지만 평온한 마음과 순수한 끈기를 지닌 우리 꽃 무궁화가 연상되는 것은 당연할 성 싶다. 자칭 '머슴'이라 부르는 송 대표에게서 행복한 음성군을 그려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