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해학과 풍자 담아내는 화가
민족의 해학과 풍자 담아내는 화가
  • 안창규
  • 승인 2015.08.19 15: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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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혜 식 전통민화 작가

제2회 한국전통민화공모대전서 '대상' 수상
꽃과 나비가 노니는 평화 주제로 작업 진행

▲ 김혜식 전통민화 작가가 그의 작품이 걸려있는 작업실에서 인터뷰를 마치고 포즈를 취했다.
▲ 김혜식 전통민화 작가가 그의 작품이 걸려있는 작업실에서 인터뷰를 마치고 포즈를 취했다.

음성군 대소면 대로변에 위치한 중부새농사마트에 들어서면 농자재 판매점과는 어울리지 않는 대형 그림 한 점이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다. 금방이라도 날아오를 것만 같은 나비와 꽃을 주제로 한 민화 작품이다. 어울리지 않아 보였던 민화 한 폭이 이곳을 찾는 손님들에게 농사에 지친 피로감을 씻어준다.

지상낙원을 꿈꾸며 '평화'를 그리는 김혜식(61) 화가. 이곳 농약마트를 운영하는 이준용(64) 대표의 부인이기도 하다.

2남4녀 중 넷째로 태어난 김 화가는 어려서부터 그림에 남다른 소질이 있었다. 선천적 재능인지 형제들이 그림에 관심이 많다. 대전광역시에 거주하는 김 화가의 여동생 미식 씨는 현재 주부서양화가로 활동 중이다. 미술교사가 꿈 이였던 김 화가는 어려운 가정형편에 뜻을 이루지 못해 늘 가슴에 설움을 안고 살았다.

다행히 30대에 서예를 접한 김 화가는 마음을 가다듬고 글씨에 몰두하면서 잠시나마 세상 고뇌를 잊게 했다. 당시 김 화가는 전국신춘휘호대전 한문분야에 수회 입선할 정도다.

남편과 함께 농자재 가게를 운영하며 그렇게 하루하루를 보내던 어느 날. 우연히 펼친 신문에 전통민화계의 거목, 야촌 선생이 충북대 평생학습원에서 민화를 강의한다는 기사를 보게 된다.

순간 '기회가 왔다'며 김 화가는 불문곡직 그를 만나 민화에 첫발을 내딛는다. 그녀 나이 50세 때다. 늦깍이 민화 수강생 김 화가와 민화의 만남은 그렇게 시작됐다.

“그림을 할 수 없다는게 늘 가슴에 사무쳤어요. 현실이 미웠습니다. 다행히 민화는 가게를 운영하면서도 좁은 공간에서 가능했습니다. 풍경사진을 담아 올 필요도 없었죠. 가게에 얽매여 있는 나에게는 아주 적합했습니다” 김 화가는 민화를 시작하게 된 동기를 이렇게 전했다.

지난 2013년 개인전도 열어

김 화가는 시작 1년 뒤인 2005년 제23회 신미술대전에 입선한다. 2013년 제2회 한국전통민화공모대전에 대상을 수상하면서 그녀의 작품 활동은 절정에 이른다. 이때 출품작은 현재 연풍 한지박물관에 전시돼 있다. 그러면서 그녀는 2013년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국제아트페어전에서 개인전을 개최하는 등 지금까지 수많은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또한, 충청북도에서 추진하는 도민 모두 '1인1취미'를 갖자는 '충북문화재단 문화예술플랫폼사업'에 음성민화부문이 선정, 2015년 상반기(4~6월)에 이어 하반기(8~10월)까지 민화 대중화에 나선다.

지난해 음성군 9개 읍면으로 부터 민화에 입문한 제자들에게 그의 작품세계를 전달하기 위한 강좌를 개설했다. 회원전도 열었다. 오는 12월 가칭 '제1회 음성전통민화작가전시회'를 음성문화예술회관에서 개최할 계획이다.

작품 유엔평화관에 내걸리길…

김 화가에게 고마운 사람은 수없이 많지만, 그 중에서도 민화그림에 가장 좋은 화지(畵紙)인 '청풍 한지(딱종이)'를 전해주고 작고한 故 촌노 유원형 옹을 꼽는다. 청풍한지는 충주댐 건설로 지역이 매몰되면서 지금은 생산되지 않고 있다. 촌노 선생이 건내 준 청풍한지가 마지막 생산품이다. 촌노 선생은 소중한 '청풍 한지'를 김 화가에게 전해주고 지난해 세상을 떠났다.

김 화가는 청풍한지에 '평화'를 주제로 수개월 작업 중이다.

“꽃과 나비가 노니는 평화를 주제로 작업 중에 있습니다. 군은 음성 출신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기념해 '반기문 유엔평화관'을 건립 중입니다. 이 작품과 유엔평화관은 '평화'를 주제로 한다는 것이 공통점입니다”며 “이후 이 작품이 유엔평화관에 내걸리는 것이 나의 최대의 목표입니다”고 소망을 밝혔다.

음성군의 새로운 관광명소로 떠오를 것으로 기대되는 유엔평화관을 찾을 관광객들에게 우리 한국적인 예술의 미를 전통민화를 통해 소개하고픈 간절한 마음이 담겨있다.

한편 오는 9월 괴산세계유기농산업엑스포 환영 리셉션장에서도 김 화가의 작품 '연화도', '평생도', '십장생도' 등 8개의 병풍작품을 통해 한국의 순수한 전통미를 선보일 예정이다.

“민화는 행복 가득한 그림”

민화라는 전통적인 한류문화는 한국인의 마음을 넘어 세계인의 마음에 다가서고 있다. 서울 인사동 화방에서는 '민화 없으면 밥 굶는다'는 말이 공공연히 나오고 있다.

김 화가는 “병자호란과 정묘호란 이전에는 민화에 있어 초본 또는 선(線)이 우선이었지만, 두 호란 이후 청나라로부터 뛰어난 채색문화가 들어왔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조선의 전통적인 사·농·공·상 계급사회에서 양반층이 몰락하고, 상업에 종사하는 층이 번창하면서 경제적으로 부유해진 상업계층으로 부터 그림(민화) 수요가 크게 늘어 민화가 크게 발전했다”고 전했다.

특히, 조선시대 '일월오봉도'에는 해와 달, 다섯 개의 산봉우리, 넘실거리는 파도, 한 쌍의 폭포, 그리고 네그루의 소나무 등이 좌우 대칭으로 그려져 있다.

민화를 그릴 때 가장 행복하다는 김 화가. 현재 그녀의 작품을 전수받고 있는 제자만도 40여 명이다.

김 화가는 “'민화는 행복이 가득한 그림, 민화는 행복을 그리는 작업'이라는 공감을 나눌 때 가장 큰 보람”이라며 제자들이 있는 금왕읍사무소 평생학습센터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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