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성읍 동음1리 '勸孝歌'
음성읍 동음1리 '勸孝歌'
  • 고병택
  • 승인 2015.03.24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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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박한 웃음이 소매를 붙잡다"

고즈넉한 마을 전경, 아랫창골, 바깥섬이, 승주골 등 아름다운 자연부락이 그 수려함을 자랑하고 있는 동음1리. 함박눈에 덮힌 모습이 눈에 시리다.
고즈넉한 마을 전경, 아랫창골, 바깥섬이, 승주골 등 아름다운 자연부락이 그 수려함을 자랑하고 있는 동음1리. 함박눈에 덮힌 모습이 눈에 시리다.

마을 언저리를 들어서자 '아랫창골'이라는 심상치 않은 마을명이 보인다.

한가한 일요일 오후, 어르신들이 섬섬히 마을경로당으로 들어선다, 곽태규 이장의 안내 방송이 한껏 정겨롭다.

주민들이 마을회관을 불쑥 찾은 기자를 반갑게 맞으며, 따뜻한 정담을 건낸다.

기자는 문득 고향을 찾아온 듯 편안함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주민들의 두런두런 소리가 정겨롭기 그지없다. 마을에 자리잡은 '보은문'이 효도의 근간을 보여준다.

마을회관 처마밑에는 강남으로 돌아 간 제비들의 흔적이 여전히 남아, 새로운 봄을 기다리고 있었다. 세파에 찌들렸던 마음이 어느새 노곤하다.


3개의 자연부락을 지키는 사람들

동음리는 음성읍 서쪽에 위치하며 동으로 신천리와 소여리, 서로는 맹동면, 남으로는 삼생리, 북으로는 감우리 보현산과 접하고 있다.

동음리는 아랫창골, 바깥섬이, 승주골로 불리는 3개의 자연부락으로 이루어졌다.

아랫창골 마을은 창골 아래쪽에 있는 마을로, 일제시대 금광 발파를 위한 탄약창이 있다 하여 창골이라 했다.

아랫창골 남쪽에 있는 산, 매봉재는 예전에 매사냥을 하였다 하여 이름지어 졌다.

바깥섬이 마을의 섬이(스미)는 함박산, 옥녀봉, 매봉재의 세봉우리의 중앙에 있다하여 '스미'라 불렀다.

함박을 덮어 놓은 모양의 함박산, 봉우리가 아름답고 옥녀(옥녀)가 단정히 앉아 있는 것 같은 옥녀봉, 한 필지의 밭인데 사흘을 간다 하여 붙여진 사흘가리들 등이 그 수려함을 자랑한다.

승주골은 윗창골 서쪽에 있는 마을로, 동음리 소류지, 배터고개, 밤나무골 등이 자리하며, 마을을 지켜 왔다.


'권효가'가 절로 나는 고즈넉한 마을

▲ 선조를 공경하는 '보은문'이 마을 정서를 보여주고 있다.
▲ 선조를 공경하는
동음1리에는 50여세대 약 100여명의 주민들이 거주하고 있다. 맑은 공기와 천혜의 자연조건을 갖추고 있으나, 노인 인구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농기계를 사용하지 않는 고추, 콩 농사 등을 주로 짓고 있다.

과거 3만근의 고추를 생산한 적도 있으나, 해마다 일손 부족으로 고충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때문에, 고향을 떠난 마을 청년들의 애향심도 남달라, 매년 경로잔치를 열어 어르신들을 위로하고, 부족한 일손 돕기에도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지난 2013년 음성군노인회에서 수여하는 '효도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대몸이 소중커든 부모은덕 생각하고 / 내부모가 소중하면 시부모도 소중하다

부모님이 죽은후에 효자나고 효부나네 / 가신후에 후회말고 살아생전 효도하세

'권효가(勸孝歌)'가 절로 나는 고즈넉한 마을 동음1리, 어른을 공경하는 참한 후손들의 미소가 햇살처럼 따스하다.


전형적 농촌 실정, 대비책 '절실'

▲ 곽태규 이장이 지난해 촬영한 '제비집'.
▲ 곽태규 이장이 지난해 촬영한
동음1리 주민들도 비껴가지 못하고 있는 농촌 노령화 문제, 위급한 환자 발생,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한 보이스피싱 등 예기치 못한 사고에 대비. 곽태규 이장의 하루는 늘 긴장의 연속이다.

가구마다 인터폰을 설치, 스피커를 통해 도움을 요청하는 시스템 마련이 시급해 보이나, 경비문제가 발목을 잡고 있다.

곽태규 이장은 “어르신을 공경하는 일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며 “그러나, 어르신들을 모시는 과정에서 가끔 역부족을 느낀다, 항상 송구스러운 마음”이라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현재로선 속수무책...충북도, 음성군의 전향적인 대안 마련책이 절실한 시점이다.

특히, 마을에는 대한전문건설협회, 전문건설공제조합에서 운영하는 약 43만평의 27홀 골프장, 코스카컨트리클럽이 자리잡고 있다.

클럽은 매년 1500만원의 마을 발전기금을 지원하며, 주민들과의 유대를 돈독히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골프장을 출입하는 차량들로 인해 마을 어르신들이 교통사고 위험에 노출되고 있어, 클럽 이용자들의 감속 운전이 각별히 요구된다.

한편, 동음1리는 지난 2013년 음성군보건소가 시행하는 '고지혈증 Zero 치매·중풍없는 음성만들기 사업'에 선정된 동음1리 주민들은 채혈, 보건교육, 체조교실, 노래교실, 식생활개선 영양교육 등을 통해, 합병증을 예방하는 등 건강한 삶을 유지해 나가고 있다.

곽태규 이장은 “어르신들이 80%이상을 차지하는 마을 여건상, 심뇌혈관 질환에 대한 교육은 필수”라며 “이를 예방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주기적으로 마련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투박한 웃음이 소매를 잡아두는 마을, 취재를 마친 기자의 발걸음이 좀체로 옮겨지지 않는다.


▲ 3개의 자연부락을 지켜온 정겨운 마을주민들이 한자리에 모여,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 3개의 자연부락을 지켜온 정겨운 마을주민들이 한자리에 모여,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우/리/동/네/사/람/들

곽태규  이장
곽태규 이장
“성실한 인품의 자랑스런 이장님”

주민들의 신뢰를 한 몸에 받고 있는 곽태규 이장은 현재 음성군블루베리연구회장을 맡고 있다.
'하늘농장'을 운영하는 그는 동음리 제1농장과 진천군 덕산리 제2농장에서 블루베리를 재배하고 있다. 주민들에 따르면 곽태규 이장은 “일을 미루는 법이 없다”고 한다.
성실하고 열정적인 모습에 매료된 주민들은 “자랑스러운 이장님”이라며 입을 모은다. 2남이 모두 해병대를 지원할 정도로 건장하게 장성, 주위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자식 농사도 풍년이다.



고선순  부녀회장
고선순 부녀회장
'효부상'을 수상한 마을 살림꾼

90세가 넘은 연로한 시부모를 봉양하며, 주위를 숙연케 하고 있는 고 회장, 그는 “봉양의 어려움보다 '받은 사랑을 되돌려드린다'는 마음으로 모시고 있다”고 했다.
마을노인회의 추천으로 지난해 '효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매일 마을 경로당 식사 준비, 어르신 관강여행 등 이웃사랑 실천에도 한몫을 하고 있다.
고 회장은 “회원들이 적극 협조해 준다. 별 어려움 없이 보람있게 일하고 있다”며, 회원들에게 공을 돌렸다.



김재헌  아랫창골 노인회장
김재헌 아랫창골 노인회장
위선지가 만복지원(爲先之家 萬福之原)

'선조를 잘 모시는 게 가정 질서와 효의 근본'이라는 의미인 '위선지가 만복지원(爲先之家 萬福之原)이라'는 좌우명을 갖고 있다.
의성김씨 양소공파 공덕비를 소개하는 그의 손길이 한층 부드럽다.
포근한 미소가 인상적인 김 회장은 “주민들이 모두 가족같이 서로서로 돕고 살고 있다. 우리 마을은 화합이 잘되기로 소문이 나 있다”고 전했다.
힘찬 목소리로 마을을 소개하는 그는 '9988'의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었다.

곽병권  바깥섬이 노인회장
곽병권 바깥섬이 노인회장
마을 건강전도사, 순박한 미소 '일품'

“노인회원들 모두가 건강하고, 동네화합을 위해 잘 협조해줘서 고맙다”
조용히 마을일을 챙겨 나가는 부락의 어른이다. 81세의 나이가 무색하게 왕성한 활동을 해 나가고 있다.
농사는 물론 마을 대소사에 빠지는 법이 없단다.
그는 회원들에게 “건강이 우선이다. 환절기 독감에 주의하고, 잘 챙겨야 한다”며, 건강 전도사를 자처하고 있다.
순박한 표정을 내내 잃지 않는 그의 모습이 싱그러운 바람처럼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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