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전하는 가위손 삼성면 황숙자씨
사랑을 전하는 가위손 삼성면 황숙자씨
  • 오선영기자
  • 승인 2009.08.31 14: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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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머리를 다듬으며 자신의 달란트를 기부하는 가위손 천사

이제는 더 이상 현물이나 현금으로만 기부하는 시대가 아니다. 달란트(재능) 기부라고 하여 교육, 번역, 이?미용, 의료 등 자신이 기부할 수 있는 재능을 선택해 사랑을 실천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음성군에서도 이처럼 자신의 재능을 기부하며 사랑을 실천하고 있는 사람이 많다.

그들 중 한 명을 만나기 위해 어르신의 안내로 삼성면 덕정리에 위치한 '헤어월드샵'으로 들어서자 여기저기 백발의 어르신들이 앉아계신다.

크게 화려하지 않은 미용실이지만 실버 손님으로 북적이는 곳… 지켜보다 보니 이상한 것이 있다.

마음에 들게 머리를 손질하신 어르신들이 다들 '고맙소'라는 말 한마디를 미용비 대신 지불한다.

이곳에서는 매월 마지막 주 목요일 빵, 우유, 사탕 등을 마련하고 특별한 손님들의 맞이하는 이런 광경이 펼쳐진다.

'08년 4월부터 봉사를 시작한 황숙자(52) 씨는 음성군 삼성면에 뿌리를 내린 지 15년이 되었다.

이곳에서 대사리 대명성결교회(담임목사 오세현)에 다니면서 봉사활동 시작하고 섬김의 삶을 경험하여 자신이 가진 달란트를 이용해 봉사를 펼치고 싶다는 생각을 오래도록 품어왔다고 한다.

그러나 기반을 잡아놓고 봉사를 시작하겠다는 마음으로 시기를 가늠하다가 나중에는 하고 싶어도 못할 것 같아 교회에서 꾸준히 매월 마지막 주 목요일에 펼쳐오던 경로당 점심봉사와 연계하여 미용봉사를 펼치기 시작했다.

미용경력 20여년 이상의 황원장은 '96세계미용선수권대표 선발대회'에 참가해 아이롱파마(최우수)부문과 업스타일(금상)부문의 수상경력이 입증하는 것처럼 미용실력 역시 상당하다. 때문에 무료미용 때문이 아니더라도 어르신들은 미용에 만족한다.

황 원장은 “예쁘게 머리손질을 하고자 봉사 날만 학수고대 기다리는 분들을 생각하면 가슴 설레일 때가 많다”며 “자신이 가진 소중한 것을 아무런 대가 없이 내놓을 수 있다는 것이 나눔이라면 나에게는 미용기술이 있기에 내 달란트를 필요로 하는 분들을 찾아 아낌없이 나누며 하나님의 사랑을 알리는 것이 즐겁다”고 전했다.

이런 마음가짐 때문인지 봉사하면서 어르신들 만나는 날이 즐겁다는 그녀. 별세하신 친정부모님을 대신해 어르신들께 봉사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하나님께나 어르신들께나 감사하는 마음이 크단다.

미용봉사가 있는 날이면 30-40명씩 70세 이상 어르신의 은빛 머리를 만져드리면서 힘들기도 할 터지만, 얼마 전 아파서 봉사활동은 물론 가게도 2달을 쉬는 동안 더욱 아쉬웠던 것은 어르신들을 만나 뵙지 못하는 일이라고 할 만큼 미용봉사가 그녀 삶의 활력소가 되어준다고 단언한다.

이렇게 매월 마지막주 목요일은 영업 안하는 날이라고 일반 고객들에게는 양해를 구하고 어르신들의 머리를 만져드리는 황원장은 일손이 딸리면 사람을 더 쓰더라도 더 많은 어르신들이 찾아주셨으면 좋겠다고 한다.

취재요청을 완강히 반려하던 황원장이 그나마 이렇게 취재를 응해준 것도 혹시나 기사를 읽고 몰라서 못 오셨던 어르신이 찾을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에서 였다.

이렇게 1년 반 가까이 같은 지역에서 봉사를 하다보니 이제 뵙던 분들이 안 오시면 ' 어디가 편찮으신가', '서운하신 게 있으신가', '머리가 마음에 안 드시나' 괜히 염려스럽다고 하며 어르신들에대한 애정을 표시했다.

매일 어르신들을 기다리며 매사를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가는 황원장은 “봉사란 내가 베푸는 것이 아니라 내가 얻는 것이다”며 “봉사를 하는 날은 부자가 되는 날”이라고 봉사 예찬론을 펼쳤다.

때문에 건강이 허락하는 한 오랫동안 봉사활동을 지속할 수 있기를 바라며 하나님이 주신 달란트로 다른 분들께 봉사할 수 있어 항상 감사히 생각하고 있다.
또한 어르신들이 편하고 무조건 '머리가 맘에 든다' 하시니 더욱 고맙다며 어르신들께 “건강하게 오래 사시고, 자식을 찾는 마음으로 찾아달라고 전했다.

황원장의 손길로 미용봉사를 받으신 이회한 어르신은 “혼자몸으로 아이들 공부시키고 살기에도 빠듯한 요즘에 매월 마지막주 목요일에 내 자식마냥 나를 섬겨주어 고맙다”고 전하며 “우리에게 베푼만큼 황원장도 복 많이 받길 바란다”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또한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어르신도 “단돈 천원이 모자라도 머리를 안 해주는 데 친정아버지 맞아주듯이 반갑게 인사해주며 공짜로 머리를 다듬어줘서 고맙다”고 하며 “공짜지만 머리도 너무 마음에 든다”고 황원장에게 감사의 마음과 만족감을 전했다.

슬하에 2남을 두고 있는 황원장은 착하게 자라준 아이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끝으로 인터뷰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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