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동행, “사랑은 여기에 있습니다”
아름다운 동행, “사랑은 여기에 있습니다”
  • 고병택
  • 승인 2013.07.03 11: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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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 봉사단’ 그리고 ‘라온제나’

▲ 민들레봉사단원들이 '사랑의 털모자뜨기'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 민들레봉사단원들이

“누군가 펌프에서 물을 긷고 있었는데, 앤 설리번 선생님은 물이 뿜어져 나오는 꼭지 아래에다 내 손을 갖다 대셨다. 차디찬 물줄기가 꼭지에 닿은 손으로 계속해서 쏟아져 내렸다.

선생님은 다른 한 손에다 처음에는 천천히, 두 번째는 빠르게 '물'이라고 쓰셨다. 갑자기 잊혀진 것, 그래서 가물가물 흐릿한 의식 저편으로부터 서서히 생각이 그 모습을 드러내며 돌아오는 떨림이 감지됐다. 언어의 신비가 그 베일을 벗는 순간이었다”

“어떤 기적이 일어나 내가 사흘 동안 볼 수 있게 된다면… 먼저, 어린 시절 내게 다가와 바깥 세상을 활짝 열어 보여주신 사랑하는 앤 설리번 선생님의 얼굴을 오랫동안 바라보고 싶습니다.

선생님의 얼굴 윤곽만 보고 기억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것을 꼼꼼히 연구해서, 나 같은 사람을 가르치는 참으로 어려운 일을 부드러운 동정심과 인내심으로 극복해 낸 생생한 증거를 찾아낼 겁니다”

말하지도, 듣지도, 보지도 못하는 엄청난 장애에도 결코 절망하지 않았던 '빛의 천사' 헬렌켈러와 사랑을 주려고 찾아온 앤 설리번, 그녀들의 우정은 전설처럼 남아, 수많은 헬렌 켈러와 앤 설리번을 탄생시키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소중한 것은 보이거나 만져지지 않는다. 단지 가슴으로만 느낄 수 있다”

따뜻한 손길로 쓴 손바닥 글씨, 희망을 전달하는 또 다른 앤과 헬렌의 이야기가 있었다.

장애를 가진 여성과 비장애 여성으로 구성된 연합 동아리 '민들레 봉사단'과 여성장애인 자조모임 '라온제나'가 그들이다.


■ 행복을 전달하는 민들레 봉사단

▲ 라온제나 회원들이 성금을 전달하고 있다.
▲ 라온제나 회원들이 성금을 전달하고 있다.
음성군장애인복지관 민들레 봉사단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구성된 동아리로 자원봉사활동을 통해 사회공헌활동은 물론 장애극복과 장애에 대한 편견을 감소, 사회통합의 기반을 조성한다는 목적으로 2012년 1월 창단됐다.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조성자 회장 외 11명 (장애인 6명, 비장애인 5명)의 회원들은 매월 2회, 중증재가장애 가정을 방문, 집안청소 및 말벗서비스를 제공, 쾌적한 주거공간 마련과 정서적 안정감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관내 지역이나 시설에 거주하고 있는 아동, 노인, 장애인들에게 직접 제작한 털모자를 선사, 따듯한 사랑을 전달하기 위해, 올해 2월부터 매주 목요일 오후 1시, 음성군장애인복지관 2층 취미교실에 모여, 사랑의 모자뜨기를 실시하고 있다.

회원들은 현재 털실을 구입, '사랑의 털모자뜨기' 활동을 진행하고 있으며, 모자뜨기 사업이 종료되면 지역 사회의 재가장애인 가정 및 아동, 노인 요양시설 등을 방문해 사랑을 전달할 예정이다.

민들레의 꽃말은 행복, 그늘에 머물고 있는 이웃에게 행복을 전달하기 위한 '파랑새의 방문'은 계속되고 있다.


■ 역지사지의 심정, '희망의 빛' 발산

한편, 여성장애인들이 자신의 장애를 긍정적으로 인식, 회원들 간 상호지지체계 형성을 도모하기 위한 여성 장애인 자조모임 '라온제나'는 2006년 2월 결성이래, 민들레 봉사단 소속 김미자(61·지체3급) 회장을 필두로 20여 명의 회원들이 힘을 합쳐, 장애인들의 동반자를 자처하고 있다.

역지사지의 심정일까? 이들은 2010년 11월, 천연비누 판매 수익금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여성장애인을 위한 후원금 1백만 원을 조성, 기탁하고, 복지관에서 비장애 유아 및 아동을 대상으로 천연비누 체험교실을 운영하는 등 스스로 역경을 극복하며, 주위의 경탄과 찬사를 불러 일으키고 있다.

복지관 관계자는 “회원들이 제작한 천연비누를 음성 품바축제 및 설성문화체 체험장 코너를 통해, 주민들에게 선 보이고 있다”며 “주민들이 제품의 우수성을 인정하고, 호평도 이어지고 있다”고 귀뜸했다.


■ “고개 숙이지 말고, 세상을 똑바로 정면으로 바라보라”

'즐거운 나'를 뜻하는 순 우리말 '라온제나' 회원들은 자신들의 장애에도 불구하고, 꿋꿋히 이겨나가는 모습을 통해, 신체장애자에 대한 세상의 이해와 협력을 구하며, 사람들에게 커다란 희망을 심어 주고 있다.

이들은 “고개 숙이지 말고, 세상을 똑바로 정면으로 바라보라”는 헬렌 켈러의 유지를 그대로 실천하고 있었다.

어느 날 헬렌은 정원에서 꽃 한송이를 꺾어서 설리반 선생에게 드렸습니다. 그때 설리반은 헬렌의 손바닥에 글을 썼습니다.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헬렌은 고개를 갸웃거렸습니다. 사랑이란 말을 이해하지 못한 것입니다. 설리반은 헬렌의 손을 잡아 헬렌의 가슴에 대고 '사랑은 여기에 있습니다'라고 글을 썼습니다.

'민들레 봉사단'과 '라온제나'의 아름다운 동행, “사랑은 여기에 있습니다”


미·니·인·터·뷰

“편견이 없는 세상, 공동체 성찰, 필요”

조성자 회장(60)
조성자 회장(60)
“매사를 기쁜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며 살고 있다”는 조 회장의 싱그러운 미소가 더없이 상쾌하다.

조 회장은 “작은 것 하나라도 기쁘게 나누는 것이 봉사”라며 “회원들의 온기와 작은 정성을 지역내 더 많은 재가 장애인 분과 나눌 수 있기”를 소망했다.

그녀는 “무엇보다 중요한 건 장애인을 가족처럼 한 사회인으로 받아주고, 따뜻한 사랑으로 대해주는 일”이라며 “편견이 없는 세상, 모두가 함께 하는 공동체를 위한 성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 회장은 “아직은 회원수 등 부족한 면이 많으나, 동참하고자 하는 주민들이 많다”며 “조만간 회원들을 보강, 봉사영역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한 “처음 한 마음, 한 뜻을 가지고 시작했던 마음을 변치말고, 사랑으로 열심히 봉사활동에 참여해 주길 바란다”며 “서로 아끼고 격려하며 힘든 일을 이겨나가자”고 회원들에게 당부했다.

지체5급의 장애를 극복, 열심히 한결같은 삶을 살며 진정한 아름다움을 발현하고 있는 조 회장의 사랑의 메시지, '민들레 봉사단' 그리고 '라온제나'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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