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을 위로하는 울림, 소리처럼 퍼져 나가”
“영혼을 위로하는 울림, 소리처럼 퍼져 나가”
  • 고병택
  • 승인 2013.03.27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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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소면 주민자치센터 가야금 ‘현’ 교실
지난해 4월 제 2회 가야금 '현' 정기 연주회 모습. 심금을 울리는 소리가 압권이다.
지난해 4월 제 2회 가야금

행여나 다칠세라 너를 안고 줄 고르면/ 떨리는 열 손가락 마디마디 에인 사랑/ 손 닿자 애절히 우는 서러운 내 가얏고여/ 둥기둥 줄이 울면 초가 삼간 달이 뜨고/ 흐느껴 목메이면 꽃잎도 떨리는데/ 푸른 물 흐르는 정에 눈물 비친 흰 옷자락/ 통곡도 다 못하여 하늘은 멍들어도/ 피 맺힌 열 두 줄은 굽이굽이 애정인데/ 청산아, 왜 말이 없이 학처럼만 여위느냐/ - 정완영 시인의 '祖國'
오동나무로 만든 길다란 공명판 위에 명주를 꼬아 만든 열두줄을 드리우고 인고의 손가락으로 튕기고 뜯는다. 고운 음색과 부드러운 선율이 정한(情恨)의 격정을 토해낸다.

우주 만물을 상징하는 12현에 비애의 樂聖 우륵은 '음악에 도를 실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전설처럼 남겼다.

오른손을 용두에 올려놓고 현침 너머의 줄을 뜯고, 퉁기면, 왼손은 농현, 퇴성, 전성으로 이를 조율, 절대 음고를 휘몰아 치듯 넘나든다.

왼손으로 줄을 흔들고, 흘려 내리고, 굴러 주어, 오른손이 내준 소리를 장식하면 영혼을 위로하는 울림이 소리처럼 퍼져 나간다.

“악기는 제2의 자신이며 영혼”이라며 또 다른 연륜을 쌓고 있는 사람들을 찾아갔다.
◑ 가슴을 설레게 하는 연인같은 '악기'
대소면 주민자치센터 가야금 '현' 교실은 쉽게 접할 수 없는 우리 고유의 악기 대중화를 목표로 2010년 어완선 단장에 의해 시작, 현재 초.중.고생을 포함, 다양한 연령대의 회원 16명이 이현주 강사의 세밀한 지도아래, 연습에 몰두하고 있다.

“가야금 배우기가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우문에 이들은 “처음 배울때는 손에 물집이 잡히고, 조금 쓰리기도 했지만 매력에 빠지면 문제가 안된다”며 “좋아하면 힘든 것도 즐거움이 된다”는 말로 웃어 넘겼다.

또한 “모든 악기의 레벨은 연습량에 비례한다”며 “정말 힘들때도 있지만 노력한 만큼 결과는 반드시 돌아온다”는 현답을 덧붙였다.

이같은 열정의 결과, 이들은 2010년 10월 가사모란 이름으로 첫 정기연주회를 시작, 2011년 음성 품바축제 축하공연. 대소면 열린음악회 축하공연. 2012년 4월 가야금 '현' 제2회 정기연주회. 5월 대소면 어버이날 행사공연 등 관내 행사에 참여, 심금을 울리는 소리를 군민들에게 선사했다.

특히, 올해 5월 개막 예정인 품바축제 '작품전시회'에도 대소면 주민자치센터 프로그램을 대표해 선정되는 등 이들을 찾는 관내 행사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가야금 '현' 교실의 현실은 녹록치 않아 보인다.

끈기와 인내심을 요하는 악기 특성상 회원들의 부침이 심하고, 타 지역 전출로 인한 회원수 확보 문제 등 악재들이 강좌의 존폐를 위협하고 있는 안타까운 상황이다.

인원 제약으로 인한 문제는 더욱 심각해, 항상 불안한 마음으로 강좌에 참여하는 이들은 “편안한 마음으로 연습에 몰두할 수 없다”는 고충을 토로하고 있다.

혹자는 “한국음악의 고유한 창조성은 '연주가들의 전승과정'에서 구현된다”고 밝히고 있다.

가슴을 설레게 하는 연인같은 악기 '가야금', 전통악기를 지키려는 이들의 노력에 관계기관의 애정과 관심이 절실한 시점이다.

◑“즐거운 마음으로 계속 하면 길이 열린다”
이현주 강사는 “가야금은 진짜 열심히 하면 극복되겠지만, 연습한 만큼 실력이 잘 늘지 않을 때도 있다”며 “즐거운 마음으로 계속 하면 길이 열린다. 즐거워야 진도도 제때 제때 나간다“며 회원들을 독려했다.

그녀는 “매일같이 연습하기란 힘들지만, 열정을 가지고 시작하면 된다”며 “악기를 배우는 일에는 다소 빠르거나 늦는건 없다”고 강조했다.

또한 “연주할때 잘못된 버릇 같은 것이 생긴다”며 “회원들의 열정과 노력으로 이를 극복하는 모습을 볼때 보람을 느낀다”는 소회를 피력했다.

직장맘이 있다 보니 정기연주회 도중 어린자녀가 연주하는 엄마 옆으로 오는 바람에 연주에 집중 못했던 일이 기억에 남는다는 그녀는 “아직은 관내 행사에만 참여하고 있지만, 봉사연주회를 기획하고 있다“는 향후 행보를 예고했다.

그녀는 “복지관, 노인요양원, 양로원 등 필요한 곳이면 달려갈 채비를 하고 있다”며 “가야금 연주로 이웃들에게 위안을 줄 수 있는 방법을 모색 중”이라고 전했다.

범람하는 퓨전음악과 현대음악들 사이에서 국악의 정체성을 지키고 있는 그녀는 용인대 국악과 졸업, 동대학원 교육학과 석사 취득, 충주 전국국악경연대회 '입상'의 경력을 지니고 있다. 남편과 슬하에 2남1녀를 두고 있다.


-미·니·인·터·뷰 -
유상분 회장
위축된 회원들의 어깨에 힘을 불어 넣는 교실의 맏언니 유상분 회장은 “초심을 잃지 않는 마음으로 매사에 임하고 있다”는 말로 서두를 꺼냈다.

그녀는 “악기 연주는 하루 아침에 이루어 지는 것이 아니”라며 “오랜 시간의 수고와 노력의 결실이니까 힘들어 하지 말고, 꾸준히 배우길 바란다”고 회원들에게 당부했다.

아울러 “이현주 선생님의 지도로 회원들의 실력도 일취월장하고 있다”고 소개하고 “그동안 주민자치센터와 연결된 봉사만 했지만, 활동영역을 넓힐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녀는 “매년 정기연주회 개최, 오랜 연륜의 회원들로 구성된 봉사연주회 등을 구상하고 있다”며 “가야금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매력에 빠져, 항상 설레는 마음으로 생활하고 있다”고 전했다.

때론 교실과 관련한 문제 때문에 고민도 하게 되지만, 가야금에 대한 그녀의 무한사랑은 여전히 진행형인 듯 보인다.

유 회장은 남편과 1남 1녀를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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