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향순 대동새마을금고 전 부장
김향순 대동새마을금고 전 부장
  • 유재윤
  • 승인 2013.03.14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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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아하고 온화하며 늘 한결같은 여자


그것이 자의였든 타의였든 아니면 우연이었든 필연이었든 간에 한 사람이 어떠한 일을 시작해 그 직종에서 한 평생을 바쳐 일 할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그를 두고 성공한 인생을 살아온 사람이라 말한다.

여기 본인의 의사와는 전혀 관계없이 우연한 기회에 새마을금고에 발을 들여놓은 후 명예퇴직하기까지 35년이라는 세월동안 오로지 서민의 생활 안정을 위해 애써온 사람, 그래서 주민들 사이에서 천상여자로 통하는 사람..

바로 대동새마을금고 전 부장 김향순(55) 씨다.

김향순 씨는 맹동면 쌍정리에서 방앗간을 운영하는 부모님의 3남1녀 중 둘째로 태어나 맹동초등학교를 다니다 당시 아버님의 권유로 청주로 전학 일신여중과 청주여고를 졸업하고 맹동 새마을 금고에 입사하게 된다.

당시 청주여고라 하면 충북의 유수한 인재들이 모이는 명문학교로 그 학교를 졸업한 능력 있는 젊은 처자가 시골의 마을금고에 입사한다는 것은 부모입장에선 그리 탐탁했던 일이 아니었다.

더군다나 당시의 마을금고라면 지금처럼 체계적인 금융 업무를 취급하던 시절도 아니고 장래가 보장되는 직업도 아니었으며 그저 사채가 많던 시절 사채를 없애보자는 차원에서 생겨난 어찌 보면 자구책을 찾기 위해 생겨난 자생 단체였을 뿐 장래가 불투명한 비젼없는 직장이었기에 더더욱 그랬을 것이다.
일을 시작했다.

그러나 인문계 출신이라 그런지 그 일이 적성에 맞지 않았다.
업무적으론 별 어려움이 없었지만 정신적으로 힘든 일이 많았다.
한편으론 업무적으론 맞지 않았지만 사고와 이념이 자신의 뜻과 맞았다. 그래서 버텼는지도 모른다.

나름대로 보람도 많았다.
예전의 마을 금고는 365일 24시간 대기하며 돈을 받고 빌려주는 일이 허다했다.
마을단위 시골 주민을 고객으로 모시다 보니 시도 때도 없었다.

급한 일이 생겨 병원비라도 구할라 치면 밤11시건 12시건 나가서 돈도 빌려주곤 했다.
그렇게 해서 치료를 받고 완치 된 후 찾아와 건강한 모습을 보일 땐 보람도 느꼈다.
반면 98년 IMF시절 금고가 합병 될땐 심적으로 너무 힘들고 어려웠다.

그러나 그러한 인고의 세월을 슬기롭게 극복하지 못했다면 오늘의 김향순 씨는 존재 할 수 없었을 것이다.
타의에 의해 선택했던 길이지만 자신이 걸어온길에 대한 선택에 대해 후회는 없다. 이제 그일을 마치고 일반인으로 돌아온 지금 아쉬움도 없다.
그동안 자기가 선택한 일에 대해 최선을 다해왔기 때문이다.

김향순 씨는 자신과 함께 금고에서 동고동락을 같이해 온 후배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항상 초심을 잃지 말고 늘 처음처럼 열심히 해라”라고.

흔히들 처음에 일을 시작할때엔 열심히 하지만 시간이 흘러 세월이 지나다 보면 나태해지고 대충대충 하는 경향이 생기는데 그러다 보면 반드시 문제가 생기므로 언제나 처음처럼 열심히 해 달라는 당부의 말을 전한다.

그동안 새마을 금고 발전을 위해 기여한 공로로 충청북도 연합회장 표창 등 각종 상을 수상한 업적을 굳이 거론하지 않더라도 김향순 씨가 마을금고 발전을 위해 기여한 공로는 이루 다 헤아릴 수가 없다.

그와 함께 근무해 온 동료직원들은 김향순 씨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업무 능력이 탁월하고 변덕 없이 늘 한결같은 여자다. 단아하고 온화하며 청순가련형의 마음이 따뜻한 여자. 천상 여자라고 한다.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는가.

오늘의 김향순 씨가 있기까지는 가족의 도움을 빼놓고 말할 수 없다.
같은 교회에서 신앙생활을 하면서 만나 사랑을 키워온 남편 승만식(56) 씨와 지난 86년 결혼해 두 아들을 두고 행복한 가정을 꾸려 나가고 있는 김씨는 자신이 아무 불편 없이 직장생활을 마무리 할 수 있게 외조해 준 남편과 두 아들에게 한없이 고맙고 감사하다고 말하고 특히 두 아들을 키우는데 옆에서 많은 도움을 주신 시어머니와 친정어머니께 너무너무 감사하다고 전했다.

이제 긴 직장생활을 마치고 그동안을 뒤돌아보며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는 김향순 씨.
그가 지금껏 살아온 인생이 화려하진 않지만 그 살아온 과정 순간순간에 열심히 살았고 최선을 다해 살아왔기 때문에 앞으로 그가 어떤 선택을 해서 새로운 제 2의 인생을 설계한다 해도 우린 그가 그 일을 충분히 소화시켜 성공적인 삶으로 이어나갈 수 있으리란걸 믿어 의심치 않는다.

35년을 한 직장에서 머물러 있음이 다른 능력이 없어서 움직일 수 없었던 실패한 인생이 아니냐고 기자에게 되묻는 김향순 씨의 순수함에 동료들이 말하는 이 여자가 왜 천상 여자이었던가를 어렴풋이나마 짐작할 수 있었다.
단아하고 온화하며 늘 한결같은 여자 김향순 씨.
그래서 사람들은 그를 천상여자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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