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유(無所有)를 실천하는 봉사자 황숙실씨
무소유(無所有)를 실천하는 봉사자 황숙실씨
  • 오선영
  • 승인 2009.08.08 13: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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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것을 가지지 않아도 나눌 수 있어 행복한 봉사자

많은 이들에게 봉사가 훨씬 가깝게 다가온 것은 사실이지만 막상 내가 시작하겠다 생각하면 이래 저래 걸림돌이 많다. 봉사를 하자니 가진 것도 없고, 시간도 없고 시작하기가 쉽지 않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많은 것을 가져서 나누는 사람보다 적게 가지고 있지만 나누는 사람이 더욱 가치있다.

그렇게 20여년 이상을 내가 가진 것이 적지만 나누는 즐거움으로 마음이 즐겁고 행복하게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는 황숙실(62)씨를 만났다.

음성읍 한벌리에 황토집을 짓고 이름도 없는 쉼터를 만들어 놓고 아프고 가진 것 없는, 때로는 마음이 다친 사람들을 도닥이고 있는 황숙실씨는 “나보다 주위에 더 어려운 이웃이 있다면 서로 돕고 살면 오히려 내가 얻는 것이 더 많아진다”라며 끝없는 봉사를 펼치고 있다.

환갑을 넘긴 황씨는 지난 1970년에 고향 경남 남해시의 작은 섬에서 음성으로 시집와 터를 잡았다.

월남참전용사였던 황씨의 남편은 고엽제질환임을 알게 되기 훨씬 전부터 병을 앓아 왔고 그렇게 아이들을 어떻게 키웠는지 모르겠다 할 만큼 보따리 장사부터 안 해본 것 없이 생활전선에서 바쁘게 뛰고 28여 년을 남편의 병수발로 힘겨운 삶을 살아왔다.

그러던 중 남편 김석인씨가 1997년 세상을 등지자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남을 위해 봉사 하기로 결심했다.

그렇게 봉사를 시작한 그녀는 자신이 운영하는 음식점에서 끼니를 해결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무료급식을 하게 된 것을 계기로 현재까지 비인가 사 회복지시설, 양로원,경로당 등을 방문하며 그들의 말벗이 되어주고 청소나 목욕 등을 돕는가 하면 독거노인 150여명을 돌보면서 주일 마다 반찬과 옷가지 등을 전하기도 했다.

그녀가 이렇게 봉사활동을 펼칠 수 있는 것은 넉넉한 살림 덕이 아니다. 남편의 병간호로 지친 그녀 역시 병을 얻어 그나마 꾸려나가던 음식점까지 문을 닫아야 했던 상황 속에서도 그녀 앞으로 나오는 보훈연금까지 털어 봉사를 펼쳐왔다.

내가 가진 것을 나누어 나보다 덜가진 자들에게 세상의 따뜻함을 전달하는 그녀는 봉사를 하며 나이를 먹어가고 그렇게 인생의 마침표를 찍어가고 싶다며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봉사의 뜻을 펼치는 것은 '내가 편해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된 것이란다.

남에게 나누는 삶으로 더욱 행복하다는 황씨는 지난 2005년에는 한벌리에 115.5㎡의 황토집을 신축해 누구나 들러 숙식을 해결하거나 단식, 요가 등 자연요법을 받을 수 있도록 이 쉼터를 24시간 개방하고 있다. 틈나는대로 텃밭에서 친환경으로 재배한 각종 농작물을 수확해 불우한 이웃들과 황토방을 찾아오는 방문객에게 전달하기도 한다.

이렇게 낯 모르는 객들의 방문이 귀찮을 법도 하지만 이집을 찾아 평온을 찾고 몸이 좋아지는 모습에 행복을 느낀다며 그녀 스스로 아파 봐서 이들의 고통을 더욱 잘 알고 자연요법을 통해 병 호전을 도울 수 있어 더욱 보람 있다고 한다.

'저 사람은 좋아질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며 방문하는 이들에게 봉사하고 조금씩 좋아지는 모습에 보람을 느끼고 있는 그녀의 집으로 전국에서 스트레스 받는 사람, 아픈 사람들이 찾아와 이곳 쉼터에서 평온을 찾고 이렇게 맺어진 한번 인연은 지속적으로 이어져 편안한 안식처로 한밤중에도 거리낌없이 찾아오는 곳이 되었다. 황씨 역시 자다가 손님이 온다는 전화를 받아도 “내가, 여기가 좋아 찾아온다니 감사하다”며 오히려 반기니 이곳을 찾는 이들은 더욱 편하게 찾아온다.

그렇게 그녀의 따뜻한 정성이 있었기에 독거노인 어르신이나 거동이 많이 불편하고 통증에 시달리던 어르신들도 황토방에서 목욕도 시키고 자연요법으로 찜질로도 기운을 회복할 수 있었을 것이다.

가진 것이 없어도 나눌 수 있는 진정한 무소유를 실천하고 있는 황씨, 할 것은 많은데 돈이 없고 시간이 없어서 못하는게 아쉽다고 할만큼 봉사에 대한 욕심만은 대단하다.

황씨는 “건강이 허락하는 대로 이 일을 계속 하겠다”며 본인이 어려운 삶을 살아왔기 때문에 이웃에 어려운 사람들이 있으면 언제라도 달려가 돕고 싶다”고 말했다. 또한 “내 여건과 건강이 허락하는 한 나눌 수 있어 행복한 봉사를 계속하고 싶다”고 전했다.

'돈이 있으면 아들보다 아픈 사람에게 베풀고 싶다'는 황씨를 닮은 두 아들은 대학을 졸업하고 결혼후에도 어머니가 세상에 베푼 사랑을 이해하고, 큰아들 김응균씨는 군청의회사무과에서, 작은아들 김용균씨는 서울에서 컴퓨터 프로젝트강사로 일하고 있다.

돈이 있어야, 시간이 있어야 봉사를 시작하겠다는 기자를 부끄럽게 만드는 황숙실씨를 통해 기자는 내가 가진 것이 무엇인가를 돌이켜보고 핑계 아닌 핑계로 주위의 힘든 이들을 모른채 하지 않았는지 반성해보는 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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