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왕 한지공예교실
금왕 한지공예교실
  • 정선옥
  • 승인 2012.09.21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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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공예의 자부심 갖고 공부하죠”

세월이 갈수록 결이 고와지고 농익어 천년을 간다는 한지. 그 한지가 섬세한 손길에 맡겨져 때로 서로의 마음을 나누는 찻상이 되고, 때로 소중한 추억을 담아두는 보석함이, 또 때로는 단정히 접은 철지난 옷들을 넣어두는 반닫이가 되기도 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주인의 손때가 묻으면 애초부터 그를 위해 만들어졌던 듯 서서히 주인의 성정을 닮아간다. 이런 은근한 한지의 매력에 푹 빠져 지내는 이들이 있으니 바로 금왕읍주민자치센터 한지공예교실(회장 이상미) 회원들이다.

◑ 누구나 시작할 수 있는 한지공예 강좌
매주 수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금왕읍주민자치센터에서 열리는 한지공예교실은 최근 일고 있는 수공예품의 인기를 반영하듯 올해로 벌써 3년째 개설되고 있는 강좌다. 강의시간이 유난히 긴 이유는 시간 조절이 쉽지 않은 주부회원들이 가능한 시간에 와서 강의를 들을 수 있도록 한 전유순 강사의 배려다.
그래서인지 수업 분위기는 개방적이고 자유로운 편이다. 이곳에서는 차근차근 기초를 다져야 하는 초보자는 물론 높은 수준의 작품을 원하는 이들도 한지공예가인 전유순 강사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강좌가 시작된 지는 3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훨씬 이전부터 한지공예를 공부해 온 실력 있는 회원들의 도움도 받을 수 있어 손이 서툰 초보자들도 누구나 어렵지 않게 시작할 수 있다.

◑ 시간과 정성이 필요한 공예작품
회원들의 작품은 매년 설성문화제와 금왕읍주민자치발표회에서 전시된다. 회원들의 작품은 다수의 공모전에서 객관적으로 실력을 인증 받은 터다. 보는 이들이 연신 탄성을 자아낼 만큼 작품성이 높아 늘 인기가 많다. 사람의 눈이라는 것이 많이 다르지는 않아서 전시회가 끝나고 나면 수준 높은 작품을 감상한 이들의 수강 문의가 줄을 잇는다.
하지만 한지공예품이라는 것이 톱질 몇 번, 못질 몇 번에 뚝딱 하고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어서 기능을 손에 익히고 감각과 예술성을 살려 좋은 작품을 완성하기 까지는 엄청난 시간과 정성이 요구된다. 아무리 작은 소품일지라도 그에 소요되는 정성과 시간이 적지 않다.
그렇다고 해서 무작정 겁을 낼 일만은 아니다. 욕심 부리지 않고 차근차근 단순한 기법으로 시작해 하나하나 작품을 완성해 나간다면 어느 순간 자신의 작품에 만족하는 순간이 찾아온다는 것이 회원들의 설명이다.
한지공예작품은 만드는 이뿐만 아니라 받는 이들에게도 인기 만점이어서 최근에는 결혼식이나 집들이 선물로 인기다.

◑ 한지의 또 다른 매력, 한지그림
한지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지면서 이제 한지는 단순히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종이에서 벗어나 다양한 공예품으로, 청바지로, 스피커 등으로 재탄생 하고 있다. 그리고 여기에 빠트려서는 안 되는 것이 있으니 한지그림의 매력이다.
얼핏 낯설어 보이지만 한두 번쯤은 의식하지 못하고 지나쳐 보았을 터다. 눈으로 보았으되 그것이 한지그림이 아닌 채묵화나 수채화 정도로 여겼으리라는 이야기다.
은근한 색상의 한지를 조심스레 찢어 풀을 먹이고 덧붙이기를 반복해 색의 농담과 사물의 형태를 표현하고 자연스레 생성된 입체감은 작품의 깊이를 더한다. 규방에서 시작된 여인네의 섬세하고 고운 감각이 그대로 묻어나 한 폭의 고풍스런 그림이 탄생하는 것이다. 어려운 작업임은 더 이상 이를 필요도 없다.

◑ 우리의 것. 전통공예의 자부심
한지를 만지면서 회원들은 우리 것에 대한 자부심이 높아졌다고 이야기 한다. 취미생활로 시작한 한지공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한지와 한지공예품의 우수성을 깨달으면서 전통문화와 전통공예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하게 되고 아이들에게도 엄마가 느낀 자긍심을 일어준다.
특히 한지공예품의 경우 시간이 지나면 뒤틀리는 나무와 달리 틀림 현상이 없고, 공예품이지만 꼼꼼한 후처리와 응용으로 실생활에서 얼마든지 사용이 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한지와 전통공예품은 그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일본의 경우 우리나라보다 50년 먼저 한지 연구와 개발을 시작했을 정도로 한지의 우수성을 먼저 알아봤다. 한지를 만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안타까워하는 부분이요, 그렇기에 더더욱 한지에 대한 적극적인 연구와 개발이 시급하다는 데 입을 모은다.

◑ 한지와 공예에 대한 애정이 기본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기 까지 감수해야 할 것이 너무도 많지만 자신의 손끝에서 막상 완성된 작품을 대하면 그간의 수고로움은 금방 날아가 버린다.
손에 묻은 풀이 말라붙고 눈이 침침해져도 작업하던 손길을 멈추지 않는 회원들을 보고 있노라니 知之者 不如好之者 好之者 不如樂之者(지지자는 불여호지자요, 호지자는 불여락지자니라 : 아는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만 못하고, 좋아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만 못하다)라는 공자님 말씀이 떠오른다.
작품을 완성했을 때의 성취감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한지와 공예를 대하는 회원들의 애정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자리였다.


미·니·인·터·뷰

이상미 회장
이상미 회장
“우리 전통문화에 대한 자부심 가졌으면”

“봉사활동을 하고 싶어도 사범자격증이 필요 하더군요.”
서운한 듯 첫마디를 꺼내는 이상미 회장은 현재 한지공예 사범과정을 밟고 있다.
20년 전 한지공예를 처음 시작했으니 자격증을 취득하고도 남았을 시간이지만 자신의 특기를 살려 봉사활동을 하기 위해 자격증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기 전까진 전유순 강사의 권유도 그저 흘러 넘겼었다. 이제야 조금은 후회가 된다고.
느낌이 강렬한 서양화 보다 질리지 않고 품위 있는 은은함이 한지의 매력이라고 극찬하는 이 회장은 한지공예를 하면서 우리 것에 대한 자부심도 커졌단다.
더 많은 이들이 우리 전통문화에 관심과 애정을 가졌으면 한다고 말한다.

전유순 강사
전유순 강사
“좋은 기회 놓치지 말았으면”

오랜 작가 활동으로 독특한 작품세계를 펼치고 있는 전유순 강사는 작품활동과 강의 외에도 따로 짬을 내 복지시설 등지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너무 많은 것을 주고 싶어 하는 것이 탈”이라는 회원들의 애정 어린 표현에 미소만 짓는 전 강사는 자신은 스승에게 어렵게 배웠으되 자신의 제자들에게는 하나라도 더 가르쳐 주려 채근이다.
회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왕 마음먹고 시작한 것이니 좀 더 적극적으로 공부하고 한지공예를 소중하게 생각했으면 하는 것이다.
더불어 이처럼 좋은 기회를 놓치지 말고 많은 사람들이 한지공예를 접하고 공부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이야기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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