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응 소이면 새마을부녀회 회장
김순응 소이면 새마을부녀회 회장
  • 유재윤
  • 승인 2012.05.29 11: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그 여자의 또 다른 이름은 ‘여장부’


“나눔을 통해 지역의 희망 등불이 되겠다”

남존여비(사회적 지위가 남자는 높고 여자는 낮음), 여필종부(여자는 남편의 뜻을 받들고 순종해야 한다), 삼종지도(여성은 어려서는 아버지를, 결혼 후에는 남편을, 남편이 죽은 뒤에는 아들을 따라야 한다)와 같이 유교적 규범이 여성들의 목줄을 죄고 있던 시절이 있었다.
그로부터 수 백년이 흘러 남녀평등이 대세를 이루고 외려 여성의 사회적 입지가 남성보다 넓어진 지금.
실로 음성군에 '김순응'이라는 걸출한 여성이 존재 하고 있음은 여간 자랑스런 일이 아니다.
120마지기의 논농사와 3,000여 평의 수박하우스, 역시 3,000여 평의 복숭아 과수원을 경영하는 농사꾼으로, 소이면 새마을부녀회장, 한국여성정치연맹 음성군 지부 부회장, 음성군 생활개선회 부회장, 고향주부 모임 음성군 회장, 소이면 적십자회, 주부대학 등 이루 열거 할 수 없으리만큼 많은 사회단체에서 활동하는 봉사꾼으로, 14년째 거동이 불편한 85세의 시어머니의 병수발을 불평 한마디 없이 견뎌내는 효부 며느리로서 묵묵히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하며 살아가고 있는 김순응 회장, 우리는 그를 여장부라 부른다.
괴산군 소수면 수리마을에서 태어나 스물다섯 되던 지난 80년, 시당숙의 중매로 지금의 남편(58·조봉)을 만나 결혼, 음성과 인연을 맺게 된 김 회장의 원래 꿈은 간호장교가 되는 것이었다.
여고시절(괴산여고) 싸이클 선수로 명성을 날리던 터라 특채로 간호사관학교에 진학 할 수 있었지만 당시 가정사정과 담임선생님의 권유로 진로가 바뀌어 오늘에 이르게 됐다.(주변 사람들의 말을 빌리면 그때 간호장교가 되었으면 지금쯤은 여장군이 되었을 것이란다)
김순응 회장은 욕심이 많은 사람이다.
남자의 그늘 아래 여성이라는 이름으로 과소평가 되었던 여인들의 삶을 뒤엎기라도 하듯 그는 남자로서도 힘든 일들을 척척 해내고 있다.
흔히들, 남자로 태어났더라면 하는 말은 그를 두고 하는 말일께다.
그러나 그는 남자가 아니더라도 이 사회에서 남자 이상의 역할을 해내고 있다.
그의 하루는 어김없이 새벽 4시부터 시작된다. 그러지 않고서는 농사꾼으로서, 봉사자로서, 며느리로서의 그 많은 일들을 추단 할 수 없어서이다.
사회적으로 많은 단체에서 많은 직함을 가지고 활동하고 있지만 그는 소이면 새마을 부녀회장이라는 자리가 가장 애착이 간단다.
마을이 점차 노령화되어가며 젊은이들이 3년씩 돌아가며 부녀회장을 맡기로 해 얼떨결에 시작한 소이면 충도리 가락구미 마을 부녀회장이 올해로 벌써 12년째, 소이면 회장을 맡은지도 4년이나 되었다.
어느 봉사단체나 마찬가지겠지만 새마을 부녀회의 봉사정신은 특히 남다르다.
금요 급식봉사, 향애원 일손 돕기, 독거노인 도배, 석탄일 점심봉사, 김장봉사, 어버이날 행사, 품바축제, 설성문화제 봉사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봉사 스케줄이 빼곡히 메모돼 있는 그의 작은 노트를 뒤적이며,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것 같은 그가 괜히 여장부가 아님을 실감할 수 있었다.
여러 마을을 다니며 독거노인 등 소외 계층에 대한 봉사를 할 때 그분들이 살며시 손 잡아주며 고맙다는 말을 전할 때 보람을 느낀다는 김 회장은 육신의 봉사는 얼마든지 할 수 있는 데 경제적·물질적으로 부족해 도움을 필요로 하는 모든 분들에게 골고루 도움을 주지 못할 때가 가장 가슴 아프다고 말한다.
원래는 내성적인 성격이었으나 사회생활을 하다 보니 활달한 성격으로 변했다는 김 회장은 “매사에 정직하고 노력하면 안 되는 일이 없다”고 말한다.
봉사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당당히 봉사는 '행복'이고 곧 자기위안이라고 서슴없이 말하는 김 회장은 봉사란 자기가 하고 싶어야 하는 것이지 남이 억지로 시켜서 되는 것이 아니라고 명쾌한 결론을 내린다.
한때는 의원이 되어 음성군민을 위한 체계적인 봉사와 음성 발전을 위한 꿈을 펼쳐보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지만, 지금도 그 꿈에 대한 미련을 떨쳐버릴 수 없다고 솔직한 심정으로 정치입문의 뜻도 밝히는 김 회장은 항상 부족하지만 원만한 사회활동을 할 수 있도록 묵묵히 뒷바라지 하며 외조해주는 남편과 지금껏 속 한번 썩히지 않고 잘 커준 2남1녀의 자녀들에게 고마움을 표한다.
강인한 의지를 통해 자신의 삶을 아름답게 펼쳐가는 김순응 회장.
불합리한 제도에 대해서는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거침없이 비판하고 개선방안을 적극 제시·추진하는 여장부 김순응 회장.
남에게 받는 것보다 나누는 삶이 흑자인생이라는 말처럼 나눔을 통해 지역의 희망등불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김순응 회장은 어려운 이웃을 위해 항상 먼저 다가가 손을 내밀고 열심히 땀흘리는 새마을 부녀회원들에게도 감사의 말을 잊지 않는다.
진정한 봉사자의 삶을 살고 있는 김순응 이라는 이름 앞에 그 흔한 여걸이나 여장부, 요즘 자주 쓰이는 알파우먼이라는 표현만으로는 뭔가 좀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아쉬움이 남는 하루다.
사나이로 태어나 이루지 못할 대업, 여장부의 몸으로 당당히 살아낸 세월은 그녀의 삶에 더욱 강렬한 메시지가 될 것이다. 그 여자의 또 다른 이름은 여장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