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일 충북언론인협회장
김현일 충북언론인협회장
  • 이상훈 대표
  • 승인 2011.12.02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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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대표기자의 취중토크 열일곱번째 손님


“취중토크 워밍업은 충분히 하고 왔습니다.” 다짜고짜 무슨 소린가 했더니 하루 종일 행사장을 돌며 어르신들이 따라주시는 술을 마다하지 못하고 받아 마셨다가 취기가 오르는 통에 잠깐 쉬다 오는 길이란다. 지역구가 넓은 중부4군에서 일일이 행사를 챙긴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는 이미 많은 정치인들에게서 익히 들어온 터다. 아직까지 우리 정서는 후보의 능력이나 공약 보다는 조금이라도 낯익은 얼굴을 선호하고 또한 표로 연결될 확률이 높아진다. 현직에 있는 정치인이나 정치인을 꿈구는 이, 그리고 유권자들 마저도 이러한 홍보시스템이 얼마나 비생산적이고 비합리적인가에 대해 성토하지만 달리 방법이 없는 것 또한 현실이다.
김현일 충북언론인협회장. 음성이 고향이지만 중부4군보다는 오히려 중앙에서 인지도가 높은 인물이다. 최근 빨라진 그의 정치적 행보도 궁금했지만 국내 4대 일간지 중 하나인 중앙일보에서 30여년을 정치부 기자로 출입한 국회의사당과 청와대의 뒷이야기를 들을 수도 있겠다는 기대감에 그를 만나러 가는 발걸음이 빨라졌다.

Q 음성이 고향이신걸로 알고 있는데요.
A 원래는 금왕읍에서 10여리 떨어진 사정리가 고향입니다. 1살 때 아버님이 음성교육청으로 가시면서 음성읍내로 이사를 왔어요. 서울시청에 근무하시다가 6·25 때 고향인 음성으로 피난을 오셔서 무극에서 교편을 잡고 계셨거든요. 집안이 원래 교육자 집안이라서 경성사범대를 나오신 백부님이 음성·괴산 일대에서 교편을 잡고 계셨어요. 아버님 역시 평양사범대를 나오셨구요. 그 영향인지 누님을 비롯해 교단에 선 사촌들이 많습니다.

Q 그런 집안 분위기였다면 자연스레 교직을 생각해 볼 수도 있었을 텐데요.
A 그 때는 엄격하고 보수적인 집안이 굉장히 갑갑하게 느껴졌어요. 교사가 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게다가 당시만 해도 교직 여건이 그리 좋지 않을 때였어요. 사촌들끼리 모이면 우린 교사가 되지 말자고 다짐하곤 했던 기억이 납니다.

Q 어린 시절 이야기를 좀 더 해 주시죠.
A 초등학교 의무교육이 막 시작됐을 땐데 전쟁 직후라서 입학하는 나이가 제각각이었어요. 특히 여학생들의 경우 서너 살 차이는 기본이었지요. 저는 다섯 살에 초등학교에 입학했습니다. 골목에서 함께 놀던 친구들이 어느 날 갑자기 학교엘 간다기에 얼떨결에 쫓아 갔어요. 수업도 그냥저냥 따라갔구요. 친구들보다 키는 작았지만 뚝심도 있었고. 굳이 나이를 들출 이유가 없어 이야길 안했는데 선거 한다고 내려오는 바람에 다 들통 났지 뭡니까. 이제 와 물릴 수도 없는 노릇이고.

Q 머리가 상당히 좋으셨나 봅니다.
A 머리는 좋았는지 어쨌는지 모르지만 책은 많이 읽었어요. 그때는 화장실이 다 재래식이었잖아요. 화장실에 한 번 들어가 쪼그리고 앉으면 위인전 한 권을 다 읽어야 나왔어요. 덕분에 발이 저려 화장실 구석에 쌓아둔 잿더미에 엎어지는 일도 다반사였어요. 사실 제가 아무리 대학에서 공부를 하고 유학까지 다녀왔다지만 지금도 잘난 척을 할 수 있는 알량한 지식은 초등학교 다닐 때 읽은 책에서 얻은 것이 대부분이랍니다.

Q 수봉초등학교 총동문회장을 맡고 계시죠?
A 예. 51회 졸업생입니다. 제가 총동문회장을 맡고 있어서가 아니라 수봉초는 상당히 좋은 학교입니다. 성적도 우수하고 인재도 많이 배출했어요. 한 가지 안타까운 현실은 현재 수봉초에 근무하는 교직원의 80%가 청주에서 출·퇴근 한다는 사실입니다. 연유를 물으니 결국 자신들도 자녀의 교육이 문제라는 겁니다. 비약적이긴 하지만 훌륭한 교육풍토가 조성된다면 우리 지역에서도 충분히 걸출한 인재를 배출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Q 공감합니다. 교육문제의 해결 없이 지역 발전이 있을 수 없는 법이니까요. 중학교는 청주에서 다니셨네요?
A 당시만 해도 공부를 잘한다 싶으면 당연히 청주로 보내던 시절이죠. 청주중에 입학해서도 촌놈 치고는 제법 했어요. 첫 시험에서 전교 5등을 했으니까요. 아마 학교에 낸 돈도 제일 적었을걸요. 아버님이 교육청에 근무하셔서 기성회비는 면제 받았고, 도서관에서 아르바이트 해 수업료를 대신했어요. 요즘으로 치자면 근로 장학생 같은거죠.

Q 우등생에 아르바이트까지. 모범적인 학교생활을 하셨군요.
A 엉뚱한 구석이 좀 있긴 했지만 그래도 큰 사고는 없었어요. 다만 딱 1번 선생님께 호되게 맞은 적이 있는데 미술 준비물인 파스텔 때문이었어요. 촌놈이 파스텔을 알게 뭡니까. 색색깔의 분필처럼 생겼더라구요. 게다가 가만히 보니 한 번 쓰고 나면 필요 없을 것 같기두 했구요. 그래서 분필 몇개를 가져다가 빨강, 파랑 잉크로 물을 들여 갔는데 미술선생님께서 불같이 화를 내시더군요. 물론 어머니께 말씀 드리면 파스텔이야 사 주시겠지만 그러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당시 아버님 월급이 쌀 두 가마였는데 5남매를 키우기엔 넉넉지 않았어요. 그래서 어머님이 저희들 교복도 직접 만들어 입히셨거든요. 암튼 그 뒤로 예능과 거리가 더 멀어진 것 같아요.

Q 사실 시골에서 도시로 진학해 잘 되는 경우 보다는 그렇지 못한 경우가 더 많습니다. 지금도 마찬가지구요. 아무래도 바뀐 환경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은 모양입니다. 헌데 서울대까지 가신 걸 보면 평상시 자기관리를 철저히 하셨나 봅니다.
A 자기 관리를 철저히 했다기 보다는 친구들보다 나이가 너무 어렸기 때문에 함께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었어요. 그래서 수업이 끝나면 도서관에서 살다시피 했어요. 별로 말썽없이 지냈는데 고교 입시 과정에서 엉뚱한 짓을 좀 했답니다. 당시 중학교 실력을 평가하는 척도는 '경기고에 몇 명을 보내나?'였어요. 청주중에서 보통 7명에서 11명을 경기고에 보내던 시절이었는데 제가 9등이었거든요. 당연히 학교에서는 제가 경기고에 가야 한다고 생각했만 저는 경복고를 원했어요. 왜냐하면 어차피 서울에 가면 머물 곳이 있어야 하는데 이모님 댁이 경복고 바로 앞이거든요. 그래서 경복고 원서를 들고 갔더니 원서를 안 써 주시지 뭡니까. 결국 이종사촌형이 내려와 사정을 설명하고 경복고 시험을 보러 올라갔지만 마음이 영 개운칠 않았어요. 시험을 앞두고 공부는커녕 형이 보던 책만 읽었습니다. 삼국지와 수호지가 있었는데 시험 전날까지 밤새 책을 읽다가 잠이 들었어요. 눈을 뜨니 그 땐 늦었죠 뭐. 학교가 가깝긴 했지만 헐레벌떡 뛰어갔을 땐 이미 교문이 닫힌 뒤였어요.

Q 아니 그럼 교문도 못들어가 보셨어요?
A 아뇨. 교문은 통과했지요. 무작정 교문을 비집고 들어가긴 했지만 시험은 보지 못했습니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집에 와 1년을 살았지요. 당시 집에서 염소를 길렀는데 정말 염소 먹이고 젖 짜서 배달하는 양치기 소년으로 지냈어요. 제가 아들만 둘인데 집사람이 아이들 걱정을 하면 제 경험을 들려줍니다. 누구나 어느 정도의 일탈을 하고 살잖아요. 하지만 분명한 건 부모의 사랑이 있으면 언젠가는 반드시 돌아오게 돼 있습니다. 다 아이들이 커가는 과정이지요.

Q 그럼 1년을 쉬고 다음 해에 청주고등학교에 입학하신 거네요.
A 그렇죠. 청주중 41회, 청주고 44회죠. 입학을 해 보니 60% 정도가 청주중 후배더군요. 자존심이 상해 학교에 가는 일이 무엇보다도 싫었습니다. 그러다 일이 터진거죠. 입학한 그해 4월 3일 아침 학교에 갔더니 학교가 발칵 뒤집혔어요. 전날 있었던 폭행 사건 때문에 교무회의서 제게 무기정학결정이 내려졌다는 겁니다. 동기 중에 청원중에서 온 아이가 있었는데 절 보고 '야' 하고 부르기에 발끈해서 주먹이 날아간 거죠. 웬만한 아이들은 저와 함께 중학교를 다녔으니 제가 선배들과 동창이라는 사실을 알지만 타 지역에서 온 친구였으니 모르는 게 당연했는데도 말이죠.

Q 사춘기 아닙니까. 그럼 그 길로 무기정학을 당하신 건가요?
A 등교하는 길로 생활지도부 주임이 절 데리고 교장실에 결제를 받으러 갔는데 교장선생님이 무기정학을 1시간 근신으로 감면해줄 터이니 그냥 가라셨어요. 후에 알고 보니 3월에 본 월말고사 성적이 막 나왔는데 제가 1등을 했더라구요.

Q 질풍노도의 청소년기를 보내셨군요. 우리나라의 모든 학생과 학부형들의 꿈인 서울대학교를 졸업하셨는데 입시 때는 어떠셨어요.
A 사실 전 정치학과를 너무 가고 싶었어요. 헌데 아버님이 허락해 주시질 않았습니다. 아버님은 늘 정치가 인간을 타락시킨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일주일을 꼬박 말리시는 통에 하는 수 없이 법대를 지원했어요. 그때까지만 해도 저는 제가 하고자 하면 뭐든 다 되는 줄 알았답니다. 성적도 충분했구요. 물론 아버님 때문에 제가 하고 싶은 공부를 하지 못해 자존심이 많이 상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시험은 코앞인데 1주일 동안 설악산 종주계획을 짰어요. 오죽하면 면접 보는 날 등산복 차림에 배낭을 메고 갔다니까요. 교수님들이 기가 막힌 표정들을 지으시더군요. 암튼 면접 보고 바로 설악산으로 출발을 했습니다.

Q 자신이 있으셨던 모양입니다. 하지만 그래도 대한민국 최고 수재들이 모이는 대학인데.
A 당연히 합격하리라 생각했죠. 그리고 여담입니다만 그 때 신문을 보면 설악산에서 등산객들이 조난당했다는 기사가 나와요. 그게 바로 제 이야기거든요. 등산 신고는 했는데 하산 신고를 안 해서 벌어진 헤프닝이랍니다. 그렇게 설악산 종주를 끝내고 합격자 발표를 보러 갔는데 아무리 눈을 씻고 찾아봐도 제 이름이 없는 겁니다. 생애 처음 맛보는 좌절이었어요. 이듬해에 서울대 철학과에 입학을 했는데 당시 YS가 큰 자극이 됐어요. 그런데 졸업이 가까워 오니 오기가 생기더군요. 그때까지도 정치학과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던 겁니다. 교수님을 찾아가 상의를 드렸더니 대학원은 받아주겠지만 학부는 절대 안 된다고 딱 잘라 거절하셨어요. 결국은 학교 다니는 동안 사고치지 않겠다는 각서를 쓰고 서울대 정치학과에 재입학 했습니다.

Q 그럼 어려서부터 정치에 뜻이 있었던 거네요.
A 돌이켜 보면 운명이라는 것이 피한다고 피해지는 것이 아니더란 말입니다. 하고 싶은 건 결국 하게 되더군요.

Q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서울대 하면 수재들만 모이는 곳 아닙니까?
A 사실 전 학비가 싸서 서울대에 갔는데 막상 학교에 가보니 정말 공부를 좋아하는 친구가 많아요. 그걸 보고 '야! 나는 공부로는 안 되겠구나'하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공부 잘 하는 아이들을 엮어주는 조정자 역할을 하기로 마음먹었죠. 결국 총학생회장 선거에서 지역과 출신학교를 안배한 저의 조정안이 통과됩니다. 다 나눠주고 저는 체육부장 자리를 맡았죠. 지금도 그렇지만 충북은 그 때도 마이너리티였어요. 쪽수가 돼야 뭘 해보든 할 텐데 다 모아봐야 손가락이 꼽히니 누구 하나 거들떠보는 이 없어요. 그때부터 충청도에 대한 보호의식이 생겨났나 봅니다. 비록 소수였지만 충청도 이야기만 나오면 무조건 챙겼으니까요.

Q 총학생회 활동을 했으면 학생운동 좀 하셨겠네요.
A 우리 때는 학생운동의 시대였죠. 전국이 뒤집히던 시절입니다. 대학교 2학년 가을학기부터 졸업할 때 까지 집에 정보과 형사 2명이 상주했어요. 어쩌다 술값이 부족하면 시계를 맡기는데 그래도 안 되면 보태 주었던 기억이 나요. 국가보안법이 서슬 퍼렇던 시절이었죠. 한 번은 안기부에 영문도 모르고 끌려갔는데 수사관이 절더러 민청학련사건 주동자라며 국가보안법을 위반했다는 겁니다. 그 땐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났는지 '나는 공산당은 질색이다. 국보법 위반이면 내가 공산당이라는 이야긴데 집시법 위반으로는 100년을 살아도 괜찮지만 국보법 위반은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 부분에 관해서는 분명했으니까요. 그 때 판사 앞에 두 번 서 봤는데 판결문 서두에 '여러분이 뜻하는 길이 이루어지길 소망한다'는 구절이 있어요. 당시 상황이 그랬던 겁니다. 결국 실정법 위반으로 구류를 살았습니다.

Q 당시는 시국이 그랬으니까요. 그럼 중앙일보에는 언제 입사하신 거죠?
A 대학교 4학년 때 입사했어요. 저는 정말 운이 좋은 편입니다. 보통 정치부 기자가 되려면 5년 정도는 다른 부서에서 일해야 하는데 저는 수습 6개월에 사회부기자 8개월, 그리고 곧바로 정치부로 옮겼어요.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인사였죠. 10대 국회 때 정치부 기자를 시작했는데 정말 운이 좋게도 술 마시고 앉아 있다가도 특종이 터지고, 제 발로 간 것도 아니고 누가 실어다 줘서 백담사에 갔는데 노트까지 얻어오고. 중앙일보 최다, 최고의 특종을 뽑아냈죠. 대한민국에서 내로라하는 사건 많이 터뜨렸어요. 기자 생활 정말 재미있게 했습니다.

Q 정치부에 오래 계셨으니 정치권 인사들과의 친분 관계도 꽤 있으실 텐데요.
A 결과적으론 그렇게 됐죠. 90년부터는 청와대를 출입하면서 적어도 2개월에 한 번씩은 대통령과 저녁을 함께 했으니까요. 그래서 충북 출신의 국회의원들도 어려운 일이 있으면 저를 찾곤 했습니다. 고향을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최선을 다했습니다. 사실 저 개인적으로는 충북 출신이어서 손해 본 일은 없어요. 오죽하면 선배가 부르더니 이병철 씨 손자냐고 물어봤을 정도니까요. 하지만 전체적으로 놓고 볼 때 충북 출신의 고급관리가 고작 3%로 밖에 되질 않아요. 개인적인 노력과 역량이 충분해도 차관급이 고작인 것이 충북의 한계더라 이말입니다. 요직을 주지 않아도 왕왕거리는 사람 없으니 차라리 시끄럽지 않은 쪽을 택하는 거죠. 충북 출신이라는 이유로 능력 이하의 평가를 받는 경우를 저는 수도 없이 봐왔습니다. 정말 자존심 상하는 일이죠.

Q 저도 그런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회장님 말씀대로 정말 자존심 상하고 안타까운 일입니다. 그런데 수십 년을 언론인으로서 살다가 정치인으로 돌아선 계기가 무엇이었나요?
A 아까도 말씀 드렸듯이 운명인 것 같습니다. 사실 저도 제가 여기까지 오리라곤 생각지 못했습니다. 다만 제가 정치에 뛰어든 이유가 '충북의 자존심을 살리기 위해서'라는 것만은 명확히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충북언론인협회 역시 그런 이유에서 만든 충북 출신 언론인들의 모임입니다. 인재를 키우고 지역을 키우고자 하는 것이 저의 목적일 뿐입니다. 국회의원이라는 자리가 탐나는 것이 아닙니다. 그 자리는 벼슬로 생각해서는 안 되는 자리죠.

Q 충북이 인재를 많이 못 키운 것은 사실입니다. 오히려 자기 출신을 숨기는 경우도 많죠. 하지만 종내는 그들도 고향에 손을 내밀지 않습니까.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그나저나 30년을 넘게 언론계에 계셨으니 누구보다 언론의 속성을 잘 아실 테죠.
A 솔직히 고백하자면 제가 가장 자신 없는 부분이 선전과 선동입니다. 30년 넘게 언론밥을 먹었으니 당연히 전문가라 할 수 있겠지만 너무 잘 알기 때문에 함부로 할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원래 사람은 자신의 추한 이면은 잘 모르는 법입니다. 나이 먹는 죄가 무섭다고 오히려 더 조심합니다. 혹여 실수라도 해서 많은 후배들에게 신의를 잃으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에 책임감이 더 커집니다.

Q 국회의원 출마를 선언하셨는데 타 후보들에 비해 회장님만의 장점이라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A 저의 가장 큰 장점이라면 오랫동안 정치부 기자 생활을 하면서 쌓아온 인맥과 정치감각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정계라는 곳이 아무래도 인맥이 크게 작용하는 곳이다 보니 큰 이점이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또한 국회가 하는 일을 정확히 알고 있으니 국회의원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할 수 있겠죠. 국회의원의 역할이라면 지역발전을 위한 예산확보가 최우선 아니겠습니까. 그런 면에 있어서는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Q 마지막으로 중부4군의 군민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A 저의 원칙은 대의를 위해 대세를 따르는 것입니다. 이런 선거 자체도 중부4군에서는 큰 이야깃거리지만 대한민국 안에서는 미미한 이야깃거리에 지나지 않습니다. 좀 더 큰 틀에서 생각해야 합니다. 안 되는 집안은 서로 헐뜯기만 하죠. 잘 되는 집안은 서로를 위해 줍니다. 대한민국에서 충북 출신 고위 공직자가 3% 이상을 넘기는 것. 그것이 제가 고향을 위해서 하고 싶은 일입니다. 우리 세대야 어떻든 내 자식들은 어떻게 할 것이냐는 거죠. 충북 출신이라는 이유로 불이익을 받게 하시겠습니까? 우리 충북도민들이 힘을 모아주셔야 할 때입니다.

30년이 넘는 세월을 정치부 기자라는 한길만을 걸어온 그에게 작금의 정치적 현실은 마뜩치 않은 일일게다. 하지만 부딪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듯이 그 역시 쉽지 않은 도전을 하고 있다.
취중토크를 시작한 지 벌써 6시간을 넘기고 있었지만 전혀 지루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우선 그는 신선했다. 서울대에서 운동 꽤나 한다고 소문났었다더니 박력도 넘쳤다. 정치 감각도 현직 정치인 못지않다. 사회를 보는 날카로운 시선과 독설은 기자 출신인 그만의 매력이어서 이야기가 길어질수록 점점 더 그에게 빠져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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