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회에 폐교하자” vs “학교 유지해야”
학생수 20명 이하로 떨어진 삼성면 소재 능산초등학교가 분교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일부 학부모는 ‘이 기회에 아예 폐교하고 삼성초등학교로 통합하자’고 주장하고 나서 가뜩이나 분교 위기를 맞은 학교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분교장 개편 행정예고
음성교육지원청에 따르면 능산초등학교는 지난 4월 1일 기준 5개 학급에 19명과 병설유치원은 1학급 3명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교육청은 지난 달 19일 분교장 개편 행정예고 공지를 띄웠다. 2023년부터 분교로 개편하겠다는 것. 교육행정요람과 학생배치계획에 따라 3년간(전년도, 당해연도, 익년도) 학생수가 20명 이하인 학교가 분교 대상이다.
“통폐합하자” vs “지역 소멸로 이어진다”
능산초등학교가 분교 위기에 처하자 일부 학부모들 사이에 “이 기회에 삼성초와 통폐합하자”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작은 학교보다 좀 더 큰 학교에서 교육하자는 게 그 이유다.
이 학교 학교운영위원인 A씨는 “폐교 문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면서 “분교가 되면 행사 때마다 본교로 가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는 데다 저도 분교를 다녀봤는 데 아이들 간에 차별 아닌 차별이 있다”고 통합쪽에 무게를 실었다.
또 다른 위원 B씨도 “통폐합을 하게 되면 매년 4억 씩 10년 간 40억 원 지원을 받을 수 있다”며 통합에 의견을 던졌다.
반면 학부모 C씨는 “무조건 없애려고 해선 안 된다. 소규모학교는 큰 학교에서 할 수 없는 더 많은 장점들이 있다. 그런 장점을 살려 아이들에게 살아있는 교육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폐교에 강한 반대의사를 나타냈다.
또 다른 D씨는 “학교는 폐교하면 다시 설립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학교가 없어지면 지역 소멸은 가속화될 것이다. 폐교에 대해 학부모뿐만 아니라 지역주민의 의견도 수렴해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교육청 관계자는 “능산초는 분교장 개편 대상이어서 행정예고를 하게 됐다”며 “학부모들께서 통폐합에 대해 요구를 하면 추진 가능하다”고 말해 교육청은 행정절차에 따라 분교 개편을 진행하고 있으며 언제든 통폐합 요구가 있을 시 추진하겠다는 게 기본 입장이다.
덜덜 떠는 소규모학교들
현재 관내 초등학교는 21개교 중 분교로 운영되는 학교는 없다. 2012년 덕생초교가 남신초교로, 2019년 대장초교가 소이초교로 통폐합돼 최근 2개교가 사라졌다.
폐교 위기는 능산초 만이 아니라는 게 지역 교육계의 우려 섞인 목소리다. 감곡면 오갑초등학교는 현재 총 학생수 34명. 내년 신입 예정자가 2명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6학년 8명이 졸업하면 30명 이하로 떨어질 수 있다. 삼성면 청룡초등학교는 총 52명으로 조금은 나은 상황이나 그나마 인근 대소면 소재 아파트 거주 학생들을 영입해 위기를 면했다. 소이초등학교는 총 57명으로 청룡초와 비슷한 규모이나 1개 면 1개 학교 존치에 따라 통폐합 위기는 면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이와 같은 소규모학교를 살릴 뚜렷한 방안이 없다는 것. 소규모 농촌학교 살리기는 학교 차원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젊은 이가 찾는 돌아오는 농촌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
소규모학교 살리기는 지역사회가 함께 나서야 한다. 지자체 차원에서 학부모, 지역주민, 단체장, 교육계 등을 아우르는 위원회를 구성해 지역사회 전반에 걸친 프로젝트를 진행해야 한다.
임요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