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약계층 위한다면서”… 관내 한 푸드뱅크, 이장들에게 수차례 공급 논란
“취약계층 위한다면서”… 관내 한 푸드뱅크, 이장들에게 수차례 공급 논란
  • 임요준
  • 승인 2021.08.21 08: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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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받은 두부·닭고기 등 금왕읍 이장들 손으로 넘어가
자원봉사 생활관리사에겐 물건값 명목 회비 수령 의혹
다가구주택을 사무실용도로, 불법 컨테이너엔 물품 가득
총체적 부실 의혹 … 郡, 제보 받고도 권고공문 발송이 전부
사진 삼성면 관성푸드뱅크 컨테이너 창고에 기부물품이 가득 차 있다. 저장된 물품들은 효도잔치나 큰 행사 때 제공되고 있다는 관계자의 설명에 따라 푸드뱅크 사업의 본래의 목적과 다르게 사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사진 삼성면 관성푸드뱅크 컨테이너 창고에 기부물품이 가득 차 있다. 저장된 물품들은 효도잔치나 큰 행사 때 제공되고 있다는 관계자의 설명에 따라 푸드뱅크 사업의 본래의 목적과 다르게 사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기업이나 개인으로부터 식품과 생활용품을 기부받아 결식아동, 독거노인 등 저소득 소외계층에게 지원하는 물적 나눔. 이것이 곧 푸드뱅크(기부식품등지원센터)’.

음성군에는 음성군사회복지협의회가 운영하는 음성읍을 기반으로 하는 음성기초푸드뱅크와 생극면에 위치한 한울사랑푸드뱅크, 삼성면에 관성푸드뱅크가 있다.

 

취약계층 닭고기가 이장들 배 채워

취약계층을 위한 기부물품 일부가 이장들 손에 넘어갔다며 지역이 발칵 뒤집혔다.

충북광역푸드뱅크(충북광역기부식품등지원센터)와 음성군, 주민 등에 따르면 충북광역푸드뱅크는 폭염이 계속되던 지난 달 26, 27, 29일 등 세 차례 여름 보신용 냉동닭고기를 기부받아 관내 3개 푸드뱅크에 공급했다. 26일 음성기초푸드뱅크와 관성푸드뱅크에 각각 55박스 총 110박스가 공급됐다. 27일 관성푸드뱅크만 110박스를 수령했다. 29일 관성푸드뱅크에 70박스, 한울사랑푸드뱅크에 85박스가 제공됐다. 이처럼 3일 일정 중 하루만 수령한 음성기초와 한울사랑푸드뱅크는 공급을 다 감당할 수 없어 필요한 곳에 제공되기 위해서다. 이에 반해 관성푸드뱅크는 유일하게 3일 내내 수령했다. 그 수량만도 235박스에 이른다. 그렇다면 이 모든 닭고기가 본래 목적대로 취약계층에 전달됐을까?

냉방에 취약한 어려운 이웃들이 그나마 닭고기로 기운을 차렸으면 하는 제공자의 뜻과 달리 관성푸드뱅크가 29일 수령한 70박스 중 일부가 금왕읍 이장들 몫으로 돌아갔다. 이들 이장에게 전달된 것은 이번이 처음 아니다. 관성푸드뱅크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15일 두부 등 3년 전부터 계속됐다는 것.

 

이장님들 드시라고

앞서 하루 전인 28일 금왕읍 이장협의회는 마을 이장들에게 휴대폰 문자를 발송했다. 문자 내용은 이랬다. ‘29일 읍사무소 새마을지도자 창고에서 이장님들 드시라고 닭을 나누어 드린다고 합니다. 필요하신 분께서는 시간 안에 수령해 가시기 바랍니다. 두부 수령(15일 배부)하신 이장님께서는 두부판을 반납해 주시면 합니다

강성근 금왕읍 이장협의회장은 음성자치신문과 전화통화에서 “P이장이 어디서 스폰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 이장님들 드시고 마을에서 필요하신 분도 드리라고 했다. (15일 전달된) 두부도 그런 루트인 것 같다고 말해 취약계층 이용자가 아닌 이장들에게 전달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관성푸드뱅크 관계자는 어려운 사람들에게 나눠주라고 P이장에게 말했다. 이장들이 드시라고 말하진 않았다. 이장들 드시라고 문자 보낸 것은 협의회에서 보낸 것이라서 잘 모른다며 뒤로 물러섰다.

기자는 P이장의 의견을 듣고자 전화와 문자로 연락을 취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아 아무런 의견을 들을 수 없었다.

P이장은 전 금왕읍 새마을부녀회장이다. P이장은 관성푸드뱅크와 오랜 관계 속에서, P이장이 읍 부녀회장 당시 관성푸드뱅크에 부녀회 기금으로 100만 원을 기부하기도 했다. 연말결산 때 결산서를 보고 기금으로 기부사실을 알게 된 회원들은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P이장과 관성푸드뱅크 사이 연결고리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자원봉사 생활관리사에게 회비 수령 의혹

관성푸드뱅크는 자원봉사로 나선 생활관리사를 통해 식품 등 기부물품을 이용자에게 전달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생활관리사들에게 물건값 명목으로 일정 회비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년 전 이곳 푸드뱅크에서 생활관리사로 활동했다는 A씨는 처음엔 1만 원, 이후 2만 원씩 냈는데 3만 원씩 내라고 해서 그만뒀다. 그때 많은 생활관리사들이 너무 많은 돈을 내라고 해서 다들 그만뒀다. 이 같은 내용은 음성군에서도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관성푸드뱅크 관계자는 내가 받은 것이 아니고 사랑밭이라는 NGO 단체에서 받았다면서도 나는 기부금으로 1만 원씩 받았다. 기부금 처리해 영수증도 발급해 줬다며 기부금을 강조했다.

 

건축물 위반 군 현장조사

관성푸드뱅크는 지난 2016년 대소면에서 삼성면으로 이전하면서 대표자 A씨의 단독주택에서 사무실을 운영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기자가 확인한 결과 A씨 소유의 다가구주택을 사무실 용도로 사용하고 있었다. 이뿐 아니다. 해당 다가구주택 주차장에 신고돼 있지 않은 가설건축물인 냉장 컨테이너를 설치해 뒀다.

관성푸드뱅크 관계자는 “2016년 당시 도면까지 제출해 문제되지 않았다. 주민지원과에 창고와 냉장 컨테이너도 보유하고 있다고 알렸다면서도 가설건축물 신고는 하지 않았다고 말해 불법 시설임을 인정했다. 음성군은 즉각 현장조사에 착수해 위반 건축물을 확인하고 원상복구 및 자진철거 행정명령을 내렸다.

정부는 식품등 기부 활성화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 기부물품이 목적 외 다른 용도로 사용하지 못하게 제공자와 사업자를 엄격히 관리하고 있다. 또한 이용자가 제공 받은 물품으로 피해를 입지 않도록 철저히 감시하고 있다. 그러기에 괴산군은 조례를 제정해 운영에 만전을 기하고 있지만 음성군은 조례조차 제정돼 있지 않다.

기부물품을 받아 어려운 이웃에게 나눔을 실천하겠다는 푸드뱅크. 하지만 기부물품은 기부자의 뜻과 다르게 엉뚱한 곳으로 흘러갔고, 건축물은 법과 상관 없이 내 맘대로식으로 이용하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음성군은 관성푸드뱅크에 매년 1천만 원씩 혈세를 쏟아 붓고, 관성푸드뱅크는 작년 보건복지부 장관상을 받았다.

 

<반론보도>

취약계층을 위한다면서”...관내 한 푸드뱅크, 이장들에게 수차례 공급 논란기사 관련

음성자치신문은 지난 820취약계층을 위한다면서”...관내 한 푸드뱅크, 이장들에게 수차례 공급 논란이란 제목으로, 관성푸드뱅크가 지원받은 기부식품을 지역 이장들에게 공급하고 자원봉사자들에게 물건 값 명목으로 회비를 수령한 의혹이 있으며 푸드뱅크 사무실과 창고에 건축법 위반 의혹도 있다는 취지로 보도했습니다.

이에 대해 관성푸드뱅크는 기부품목의 지역할당 배분 완료 후 일부를 제품 특성상 변질방지 및 배분 효율을 고려해 금왕읍 이장단을 통해 지역 소외계층에게 전달해주도록 요청한 것일 뿐 이장단에게 직접 제공한 것이 아니라고 알려왔습니다.

또한 자원봉사 생활관리사들로부터 받은 기부금은 물품 배분과 전혀 대가관계가 없었음을 알려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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