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수화상병에 울고 매몰비용에 또 눈물 흘린 농민들
과수화상병에 울고 매몰비용에 또 눈물 흘린 농민들
  • 음성자치신문
  • 승인 2021.07.09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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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내 과수화상병 발생 34농가
발생 시 매몰 외 뚜렷한 치료방법 없는 상황에
매몰비용 수백만 원조차 농가서 선지급 해야
郡 “어쩔 수 없다”더니 “군이 우선 지급방안 마련”
과수화상병이 발생한 금왕읍 한 과수원 매몰장소에 ‘발굴금지’ 푯말이 세워져 있다.
과수화상병이 발생한 금왕읍 한 과수원 매몰장소에 ‘발굴금지’ 푯말이 세워져 있다.

 

<르포> 7~8년 소득 없는데 보상은 겨우 2

수십 년 가꿔온 사과나무와 배나무들이 하루아침에 땅 속으로 사라졌다. 민둥산이 된 과수원은 풀 한포기 없이 황량한 흙 밭을 드러냈다.

밭 한켠엔 발굴금지푯말과 함께 출입금지 줄이 쳐있고 희뿌연 석회가루가 뿌려져 있다.

과수화상병이 발생한 금왕읍 한 사과나무 과수원의 현 실태다. 이 같은 과수화상병 발생 농가는 관내 34농가, 면적만도 11.5ha(34,787)에 달한다. 작년 17농가에 비해 두 배가 늘었다.

이곳 농가주 A씨는 군에서 과수화상병 예방약이라며 4가지 방제약을 공급받고 즉시 살포했지만 재앙은 막을 수 없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면서 “5천평 과수원을 밤낮없이 가꾸었는데 하루아침에 매몰해야 하는 현실이 야속하다며 한탄했다.

이어 그는 향후 2년치 소득을 산정해 보상해 준다지만 다시 나무를 심고 소득이 발생하기까지 7~8년은 걸리는데 그동안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하다며 답답한 가슴을 드러냈다.

 

수백만 원 현금 쥔 농민이 어딨냐

문제는 매몰비용. 과수화상병은 예방도 어렵지만 일단 발생하면 뚜렷한 치료제가 없어 매몰만이 최선책이다. 중장비와 인부를 불러 매몰하는 데만 규모에 따라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이 든다. 하지만 이때 드는 비용조차 농민이 선지급하고 이후 영수증을 제출하면 정부에서 정산해 주는 형식이다.

또 다른 과수 농민 B씨는 과수농민 대부분은 소농민인데 현금 수백만 원을 가지고 있는 농민이 어딨냐? 정부에서 사후 정산해 준다지만 언제가 될지 모르는 상황에 농민은 매몰비용을 지급하기 위해 또 돈을 빌려야 한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이에 군 농업기술센터 조기학 팀장은 방제명령서상에 따라 농민이 매몰작업을 하고 그 비용을 청구하면 이후 정부에서 정산하게 돼 있다며 군에선 할 일이 없다는 식의 설명을 했다.

군 농업기술센터 전향화 과장은 음성자치신문에 전화를 걸어와 충주시의 경우 농협과 협업으로 농협에서 작업을 진행해 농가에 부담을 주지 않고 있다우리 군도 작년엔 산림조합과 연계해 작업을 했으나, 올핸 산림조합이 수해복구에 투입되면서 연계하지 못하다가 지난 14일 작업부터는 산림조합에서 작업을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내년엔 예산을 세워 군에서 집행가능한지 검토해 보완하겠다고 의지를 내보였다.

 

시설물 비용도 농민

과목(果木)에 지주목은 절대 필요 시설물이다. 농가는 이 지주목을 설치하는데도 수천만 원을 투입한다. 상황이 이런데도 보상비 항목에 시설물 설치비는 포함돼 있지 않아 고스란히 농민의 몫이 되고 있다.

또 다른 농민 C씨는 지주목을 설치하는 데만 2천만 원 넘게 들었다. 당시 작업 후 영수증과 세금계산서를 발급해 그 증거는 충분하다그런데도 보상항목에 없다는 이유로 전혀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다. 제가 잘못해 발생한 병도 아닌데 왜 농민에게 모든 책임을 지우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전향화 과장은 시설물도 보상항목에 포함시켜 달라고 농촌진흥청에 건의하고 있지만 현재로선 시행되지 않고 있어 안타깝다매몰작업 시 지주대와 관수시설 등 시설물이 재사용될 수 있도록 작업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군은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 1월부터 과수화상병 확산방지를 위한 사전방제조치 행정명령을 시행하고 있으며, 사과·배 재배농업인 310곳의 농가(237.4ha)에 화상병 방제약제를 공급하고 예비비를 투입해 생육기 방제약제를 전 농가에 보급했다방제적기 안내 문자를 발송하고, 과원 현장 사전예찰을 실시하며 과수화상병을 예방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뚜렷한 치료약이 없는 상황에 발생되면 수십 년 키워온 과목을 밭에 묻어야만 하는 현실. 야속한 하늘이지만 이 또한 하늘의 뜻이려니 순응하며 보상만이라도 실제적이고 현실화되길 농민들은 한목소리로 소망했다.

임요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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