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 (凍害) 는 인재다” … 농민은 땅을 치는데 농어촌공사는 ‘뒷짐’
“동해 (凍害) 는 인재다” … 농민은 땅을 치는데 농어촌공사는 ‘뒷짐’
  • 임요준
  • 승인 2021.06.17 10: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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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곡저수지 인근 복숭아 재배 농민들
한창 수확할 3만 평 일대 90% 이상 나무 얼어 죽어
“낚시꾼 위해 물 가둬놔 겨울 찬 공기에 동해” 주장
농어촌공사, “과학적 근거 없어 납득하기 힘들다”
패해 보상 거절에다 방풍림·기류 휀 설치 등 난색

<르포> 오래된 이름 장군저수지라 불리는 감곡면 상평리 감곡저수지.

저수지 인근엔 사과와 복숭아 과수원들이 즐비하다. 지난 1일 봉지 씌우기에 한창여야 할 복숭아밭에 농부 몇몇이 전기톱으로 나무를 베어낸다. 게다가 이 나무들은 10년 생으로 과일을 한창 맺을, 사람으로 치자면 청년기 나무들을 말이다.

자식같이 가꾼 나무들이다. 내 자식을 톱으로 베어내는 심정이야 무엇으로 말할 수 있겠는가임완규 영산2리 이장은 애타는 가슴을 치며 분통을 터트렸다.

이곳 저수지 인근에서 복숭아 농사를 하는 농민들에 따르면 3만평 일대 복숭아나무 90%가 동해(凍害 농작물이 추위로 얼어서 생기는 피해)를 입었다.

동해는 냉해(冷害 농작물이 자라는 도중에 여름철 이상 저온이나 일조량 부족으로 입는 피해)와 달리 나무가 추위로 얼어서 죽는 현상이다. 냉해가 한해 농사를 망쳤다면 동해는 나무 자체가 얼어 죽어 베어내는 방법 외엔 없다. 평생 농사를 포기해야 하기에 농민들의 한숨은 더 클 수밖에 없다.

 

방류하지 않아서 생긴 인재다

이곳 농민들에 따르면 이 같은 동해 피해는 감곡저수지가 원인이다.

정용문 전 상평2리 이장은 강추위가 심한 작년 겨울 저수지 물을 빼내지 않아 찬 공기가 과수원으로 밀려와 이로 인해 동해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게다가 기류를 타고 찬 공기가 바로 빠져 나가면 피해는 덜할 텐데 이곳은 지형상 대류가 정체돼 있다. 찬 공기가 정체돼 있으면서 대부분 나무들이 동해를 입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대류현상은 매년 발생해 동해가 예상되는 만큼 한국농어촌공사 음성지사는 겨울엔 저수지 방류를 해왔다는 것. 하지만 작년 겨울엔 방류를 하지 않아 강추위에다 수위까지 높아 찬 공기 발생은 더했다.

농민 정찬호·이정우·김순중 씨는 매년 해오던 방류를 작년엔 하지 않아 피해가 더했다. 이 같은 피해는 7~8년에 한 번씩 주기적으로 나타나 근본적 대책을 수차례 요청했으나 농어촌공사는 소귀에 경 읽기 식이라며 강한 불만을 토했다.

그러면서 방류를 하지 않은 이유는 낚시업체를 위해서라며 농어촌공사는 저수지 낚시터를 위탁해 수익을 올리고 있다. 방류할 경우 낚시업체 손해가 예상돼 방류를 하지 않은 것이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농어촌공사 음성지사 관계자는 낚시업체를 위해 방류하지 않았다는 것은 전혀 사실과 다르다. 농민이 우선이지 낚시업체가 우선이 아니라며 매년 농민들이 방류를 요청해왔지만 작년엔 요청이 없어 방류하지 않은 것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방풍림 기류 휀 설치해 다오

농민들의 소망은 단순했다. 저수지 찬 공기가 과수원에 덜 올 수 있게 저수지 주변에 방풍림을 조성해 달라는 것. 그도 어렵다면 찬 공기가 과수원에 오래 머물지 않도록 기류 휀을 설치해 달라는 것이다.

임완규 이장은 “10년 전부터 방풍림을 조성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음성군도, 농어촌공사도 아무런 답도 없이 흐지부지 지금까지 왔다. 그 결과 농민들만 반복적으로 피해를 보고 있다며 볼멘소리를 했다.

농민들은 성주군의 경우 기류 휀을 설치해 기류정체로 인한 농작물 피해를 최소화하고 있다. 음성군은 아무리 농민들이 애타게 소리쳐도 누구 하나 나서서 도와주지 않는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이에 농어촌공사 음성지사 관계자는 이번 동해의 경우 저수지가 원인이라는 과학적 근거는 없기에 농민들이 원하는 피해 보상이나 방풍림 조성, 기류 휀 설치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잘라 말했다.

농어촌공사는 이곳 저수지에 낚시터를 설치하고 30년 넘게 위탁 운영하고 있다. 현 운영업체와는 지난 20189월 계약해 오는 20238월까지 운영한다. 이로 인해 농어촌공사는 매년 495만 원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

석월애 농어촌공사 음성지사장은 기자와 통화에서 본부에 의견을 물었을 땐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지만 낚시터 운영으로 인한 임대수입이 1년에 495만 원, 5년 계약으로 2500만 원 가량 되는데 이 수입으로 설치가 가능한 지 견적을 받아보겠다고 긍정적 답변을 던졌다.

농어촌공사는 농민을 위해 존재한다는 한 직원의 말이 헛된 말이 아니길 농민들은 기대하고 있다.

임요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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