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발생 살처분 농장주들
“처음엔 4억 준다더니 갑자기 3억으로 뚝”
“이동제한에도 입식승인하고 살처분하란다”
郡 “예전자료로 가계산하다보니 많이 책정”
“입식자제 독려했지만 회사와 농가서 요구”
세밑을 20여일 앞둔 작년 12월 7일.
도내 첫 조류인플루엔자(AI) 발생이라는 불명예를 안고 금왕읍 메추리 사육 농가에서 발생했다. 이때 살처분된 메추리 마리수만도 72만여 마리.
이를 시작으로 관내 살처분된 닭은 20농가에서 162만6천마리, 오리 5농가 4만3천마리, 메추리 2농가 79만5천마리 등 총 27농가 246만5천마리에 이른다. 피해액만도 1백억 원에 이를 전망이다.
농가 “우리가 잘못한 게 뭐냐”
지난 13일 기자가 찾은 관내 한 종오리농장. 지난 2월 살처분한 이곳 축사는 텅 비어있다. 가족이 운영하면서 젊은 꿈을 함께 키워왔기에 이번 사태는 그저 망연자실할 뿐. 지난 6개월을 내 자식처럼 키워와 이제 막 알을 낳기 시작한 때라 그 좌절감은 더했다.
군의 보상금 지급과정은 더 기가 막힐 지경이다.
이 농장 관계자는 “이웃 농장에서 먼저 AI가 발생해 군에선 살처분하라고 했다. 6개월을 키웠기에 못한다고 했더니 1주 전에도 증상이 없었던 게 수의사도 이해 못하는 항체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어쩔 수 없이 살처분하면서 이웃 메추리농장이 묻을 곳이 없다고 해서 군의 요청으로 함께 처리해줬다. 보상금으로 4억2천만 원을 제시했다가 이후 3억으로 확 줄었다. 이유도 가지가지”라며 “믿었던 음성군에 온전히 당했다. 도대체 우리가 잘못한 게 뭐냐. 어디에 호소해야 하냐”고 억울함을 토했다.
군 축산과 관계자는 “적정사육수를 초과해 사육하면 안 된다. 이 농장은 적정사육수를 초과했고 과태료를 부과했다”며 보상금 감액 이유를 밝혔다.
농장주는 “과태료는 보상금과는 상관없다는 말에 납부했다. 초과수는 사육하면서 죽을 수 있기에 덤으로 들어온 것이다. 이제 와서 군은 딴소리를 하고 있다”며 “소송을 준비 중”이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애써 기른 가축 잃고 돈 잃고...시름에 빠진 농가는 이젠 법정 싸움까지 벌어야 하는 현실이 야속하기만 하다.
닭은 키워야 하는데 보상금은 언제? ‘진퇴양난’
작년 12월 예방적 차원에서 살처분했다는 또 다른 가금류 농장. 살처분 후 1차 가계산한 보상금은 3억3천만 원. 충분하다 생각했던 이 농장 대표는 2차 가계산액 2억1천만 원이라는 군 담당자의 말에 가슴을 쳤다고.
그는 “일단 반액을 받아 사료값과 병아리값을 주고 나니 남는 게 없다. 기름값에 왕겨값도 줘야 하고 새로 들어온 병아리값도 줘야 하는데 주지 못하니 이달 말까지 갚으라고 내용증명이 보내왔다”며 “새로 들어온 병아리는 보름은 더 키워야 하고 출하해도 한 달 후에야 돈을 받을 수 있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한마디로 진퇴양난”이라고 긴 한숨을 내쉬었다.
군 관계자는 “2018년 법이 개정되면서 보상금 산정기준이 살처분한 날 시세에서 AI 발생 3개월 전 시세로 변경됐다. 작년 12월 AI가 처음 발생하면서 정신없이 살처분하다보니 가지급금 계산 자료가 잘못돼 예전 자료로 계산하다보니 1차 가계산액보다 줄어들게 됐다”며 잘못 계산된 내용을 시인했다.
그러면서 그는 “가평가를 높게 해서 농민이 허탈해 하는 것은 이해한다. 꼼꼼히 했어야 하는데 가지급금을 빨리 주려고 하다보니 발생된 문제다. 죄송하기도 하고 오해할 만도 하지만 보상액을 줄이려고 한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박열희 음성군양계협회장은 “다른 축종은 생산원가로 보상금을 책정하는데 육계는 AI 발생 3개월 전 시세로 정한다. 계약업체에 96%를 납품하고 나머지 상인에게 파는 낮은 가격으로 책정하다보니 자연 보상액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kg당 10원의 차이도 큰 금액인데 150원 차이가 나니 억울하다”며 “일부 농가는 보상액 수령 거부 사태까지 벌어지고 있다.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금액 책정을 해야 한다”고 강력 주장했다.
“이동제한 기간에 입식 허용?”
기자가 찾은 또 다른 가금류 농장. 인근 농장에서 AI가 발생했지만 뒤처리가 늦어지면서 전염이 됐다며 의혹과 함께 억울함을 호소하는 농장주는 군의 미숙한 행정을 꼬집었다.
그는 “군내 첫 AI가 발생하고 감곡에서 연이어 터지면서 비상사태가 발생했다. 가축 이동도 제한됐다. 그럼에도 회사는 가축을 기르라며 군 축산과에 입식허가를 신청했고 군은 회사의 신청을 받아들여 입식을 허가했다. 농장의 입장에서 비상사태에서 불안한 마음에 AI 종료 때까지 사육을 중단하고 싶지만 회사에서 받으라고 요구하면 거부할 수 없다”며 “군에서 비상사태를 감안해 입식허가를 하지 않으면 농장은 회사 눈치 안보고 피해갈 수 있다. 그럼에도 군은 회사가 요청한다고 그대로 허가하고 있으니...이것이 음성군 축산행정”이라고 일침을 놨다.
군 관계자는 “지금까지 어느 한 농가도 입식을 거부한 농가는 없었다. 오히려 입식허가를 안 해준다고 항의하는 농가는 있었다”며 “군은 매뉴얼대로 했을 뿐”이라고 답했다.
“소독하라면 소독하고, 방역복 입으라면 방역복 입고, 손씻기까지. 하라는 것 다했는데 남은 게 없다” 행정에 뒤통수 맞고 현실에 좌절했다는 농가의 울부짖음에 음성군은 매뉴얼만 들이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