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 무법천지 감곡CC 공사현장을 가다
르포 / 무법천지 감곡CC 공사현장을 가다
  • 임요준
  • 승인 2021.04.09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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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공사 도 넘었다”…격분한 주민들 법정싸움 예고
감곡CC 공사가 국유지 매입을 하지 않은 채 작년 3월부터 시작돼 한국자산관리공사로부터 3천만 원 과징금을 부과 받았다.
감곡CC 공사가 국유지 매입을 하지 않은 채 작년 3월부터 시작돼 한국자산관리공사로부터 3천만 원 과징금을 부과 받았다.

 

실시인가 전 공사부터 착공…국유재산법 위반 주장
군 안전총괄과 “매입 후 공사진행하라고 의견 제시”
군 도시과 “완공 때까지 매입하면 된다. 문제 없다”
자산공사, 허가 없이 훼손 과징금 3천만 원 부과

맑은 물이 흐르던 감곡면 문촌리 하천이 흙탕물로 뒤범벅됐다. 대형 중장비에 파헤쳐지고 절개지는 흉내만 낸 허술한 그물망이 비라도 올라치면 흙이 내려앉아 하천은 그야말로 구정물로 변한다. 
회원제 골프장 건설이 무산되자 대중제 골프장을 건설하겠다며 작년 3월부터 공사가 시작된 감곡CC 공사현장이다.
외견상 공사는 순조롭게 진행돼 보이지만 주민들은 사업자가 불법을 자행하고 있다며 법정싸움을 예고하고 있다. 무법천지 감곡CC 공사현장을 집중 취재했다.  

 

회원제 취소되자 대중제로 변경
사건은 6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5년 감곡개발(현 ㈜테라)은 회원제 골프장 건설을 허가 받았으나 주민들의 이의제기로 2017년 5월 취소됐다. 하나은행은 해당 부지를 인수해 취소 5개월 뒤 대중제 골프장 건설 허가를 받아냈다. 하지만 주민들은 이 과정에서 몇 가지 석연치 않은 불법이 발견됐다며 이의를 제기하고 나섰다.

 

국유지는 내 맘대로?
신현선 주민대책위원장은 “2017년 당시 음성군이 실시계획인가 조건으로 사업부지내 국유재산에 대해 실시계획에서 정한 기한내 매입을 완료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국유재산인 하천부지 일부에 매입 전 공사가 이뤄져 불법이 자행됐다”고 주장했다.
실제 음성자치신문이 입수한 감곡CC 실시계획인가 조건 제12호에는 ‘사업부지내 국유재산에 대하여는 국유재산법에 의거 실시계획에서 정한 기한 내 매입을 완료하고 공유재산은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에 따라 사업 착공 전까지 반드시 매입(교환) 후 사업을 착수하여야 함’이라고 돼 있다.
문제의 하천은 감곡면 문촌리 1115번지. 이중 4만5176㎡(1만3689평)가 작년 9월17일 문촌리 1115-66번지로 분할, 지난 2월19일 하나은행으로 소유권이 이전됐다. 공사가 작년 3월부터 진행됐으니 매입 1년 전 이미 공사는 착공된 셈이다. 
이에 국유재산을 관리하는 군 안전총괄과 관계자는 “공사 착공 전 매입해야 한다고 군 도시과에 의견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해당 골프장 인허가를 담당하는 군 도시과 관계자는 “(인가조건 제12호)‘실시계획에서 정한 기한내’라는 뜻은 공사착공이 아닌 공사완공 때까지”라며 “아직 공사가 완공되지 않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라는 주장했다. 
하지만 한국자산관리공사는 허가 없이 국유재산을 훼손한 혐의로 사업자에게 3천만 원 과징금을 부과했다.

 

농사용 저류지마저 매도해야할 판
‘주민의 땅’ 음성군의 허술한 재산관리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사업부지내에는 저류지가 포함돼 있다. 해당 저류지는 농사에 필요한 물을 사용할 수 있게 만든 음성군 소유지다. 그럼에도 사업자는 이곳을 사업부지에 포함시켰다. 현재는 대체 저류지가 마련되지 않아 사업자에게 넘어가지 않았지만 실시계획에 포함된 상태에서 음성군이 허가를 한만큼 사업자에게 매도해야 할 형편이다. 
신 위원장은 “이곳 저류지는 농민들이 농사를 짓기 위해 절대 필요한 곳이며 사업부지 외곽에 위치해 있어 실시계획 당시 포함시키지 않아도 골프장 건설에는 문제가 없었다. 그럼에도 음성군은 소중한 주민의 땅을 사업자에게 넘겨줄 꼴이 됐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허가 취소된 주민동의서 그대로 사용
군의 인허가 과정에서 석연치 않은 것은 이뿐 아니다. 2015년 감곡개발 회원제 골프장 인허가과정에서 추진된 시설결정과 주민동의서, 환경영향평가서가 2017년 하나은행 대중제 골프장 인허가과정에서 그대로 사용됐다는 주장이 나왔다. 
신 위원장은 “인허가가 취소된 서류를 사업자와 사업내용이 다른 데도 음성군은 관련서류를 그대로 사용했다. 사업자와 사업내용이 바뀌었으면 주민이 알 수 있도록 설명회를 개최해야 하고 동의서도 받아야 한다. 그럼에도 관련서류가 예전 것 그대로 사용됐다”며 “이는 엄연한 위법”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군 관계자는 “당시 업무를 담당하지 않아 잘 모르겠다”면서도 “환경영향평가는 당초 2015년 3월 9일 협의가 완료됐다. 환경영향평가법시행령 제32조 제2항 제1호 ‘환경영향평가 대상사업이 환경부장관과 협의를 거쳐 승인을 받고 취소 또는 실효된 경우로서 협의내용을 통보받은 날로부터 5년을 경과하지 않은 경우에는 재협의요청을 생략할 수 있다’라고 돼 있다. 따라서 재협의대상이 아니라서 기존 것을 수용한 것”이라고 답변했다. 하지만 신 위원장은 “대상사업이 취소 또는 실효된 후 그대로 다시 진행될 경우에 해당되지만, 이번 경우 사업내용이 회원제에서 대중제로 변경된 만큼 같은 사업으로 봐선 안 된다”고 강조하며 법정투쟁을 예고했다. 


주민들, 협의 없이 물탱크수도관 임의대로 분기
사업주 ‘임의대로 수도관 바꿨다’며 주민들 고발  

 

감곡CC 공사장 옆 하천이 공사로 인해 훼손돼 주민들이 경악하고 있다.
감곡CC 공사장 옆 하천이 공사로 인해 훼손돼 주민들이 경악하고 있다.

 

먹는 물조차 위태롭다 
주민들을 분노케 하는 것은 또 다른 곳에 있었다. 사업자는 공사를 진행하면서 사업부지내 설치돼 있는 마을 상수도 물탱크를 군은 물론 주민과 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분기했다. 그러고는 인근 개인사유지에 허락도 없이 물탱크를 이전했다. 주민들조차 이런 사실을 모르고 있다가 어느 날 갑자기 상수도가 끊겨 확인해 보니 사업자의 일방적 행태를 알게 됐다는 것. 분노한 주민들은 사업자가 설치한 물탱크 수도관을 막고 관정에서 물탱크를 거치지 않고 직접 각 가정으로 보급되게 작업을 했다. 
신 위원장은 “사업자는 아무런 협의도 없이 군 행정자산인 물탱크를 임의대로 파기했다. 그러고는 개인 땅에 물탱크를 버젓이 설치했다. 분노한 주민들이 관정에서 직접 가정으로 보급되는 시설을 했더니 사업자는 우리를 경찰에 고발했다”며 격분했다. 
이에 시행사 하나은행의 대행사격인 ㈜테라 측의 입장을 듣고자 인터뷰를 요청했으나 거절해 듣지 못했다.
1차 허가 취소에 이어 주인이 바뀐 2차 석연찮은 허가과정. 주민의 먹는 물줄기마저 임의대로 변경하는 사업자. 주민들의 분노가 하늘을 찌르면서 법정싸움이 예고가 돼 있어 감곡CC가 벼랑 끝 위기를 맞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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