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류 대학 진학 여부 따라 교육경비 차등 지급 … 고교서열화 조장
일류 대학 진학 여부 따라 교육경비 차등 지급 … 고교서열화 조장
  • 황인걸 기자
  • 승인 2019.03.1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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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순위 대학 진학하면 3000만 원·없으면 2000만 원 지원
교육계 “교육자 관점에서 볼 때 속히 개선해야할 시책”
음성군 “교육경비지원심의위원회 논의 거쳐 변경 가능”
2019년도 음성군 교육경비지원 심의위원회가 김영배 부군수 주관으로 지난달 8일 음성군청 회의실에서 열리고 있다.
2019년도 음성군 교육경비지원 심의위원회가 김영배 부군수 주관으로 지난달 8일 음성군청 회의실에서 열리고 있다.

 

음성군이 학교에 지원하는 교육경비 보조금 가운데 ‘명문대학교 입학생 배출학교 지원사업비’를 속칭 1류 대학 진학생 유무에 따라 차등지급하는 것으로 밝혀져 지자체가 고교 서열화를  조장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음성군은 지난달 8일 군청 관계자, 교육지원청 행정지원과장, 교육계 인사 등 9명이 참석한 가운데 ‘2019년도 음성군 교육경비지원 심의위원회’를 열고, 교육경비 보조사업 선정 및 지원 규모 등을 심의해 올해 총 69개 사업에 군 수입의 4.47%인 19억 4000만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군은 ‘명문대학교 입학생 배출학교 지원사업비’ 항목을 별도로 정해놓고, 군이 1~3순위로 서열을 매겨 놓은 국내 각 대학 순위에 따라 군내 고등학교 중 1순위에 해당하는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을 배출하는 학교에는 3000만 원, 진학생을 배출하지 못한 학교에는 2000만 원 등  차등 지급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각 학교는 1순위 대학 진학생을 배출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1순위 대학 진학생이 없을 경우 지원금을 적게 받는 것도 문제지만, 그보다는 1순위 대학 진학생을 배출한 타 고등학교와 비교 대상이 되기 때문에 보이지 않게 학교 서열화를 부추기는 원인이 되고 있다.
하지만 올해 군내 모든 일반계 고등학교는 군이 정해놓은 1순위 대학교 진학생을 배출하지 못해 대상학교 모두 2000만 원씩밖에 지원받지 못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교육경비보조금에 이 같은 항목을 두고 있는 것은 이 사업이 2016년 군으로 이관되기 전 음성장학회에서 인센티브 형식으로 각 학교에 지원했던 것을 군이 그대로 받아들였기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음성장학회에서 지역인재양성 차원에서 시행하던 것을 군이 아무 생각 없이 그대로 받아들인 것은 잘못된 처사라는 비판이 적지 않다.
음성교육지원청 관계자는 “지역인재양성 차원에서 학생들을 명문대학에 진학시키고자 하는 장학회의 의도는 충분히 공감이 되지만, 군에서 이것을 정책으로 시행할 때는 좀 더 충분한 고려가 있어야 했다”며 “교육자의 관점에서 볼 때 이것은 속히 개선해야 할 비교육적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학교 측의 의견도 다르지 않다. 모 고등학교 관계자는 “음성군이 고등학교에 일부 교육경비 보조금을 차등 지원하는 시책은 교육자의 관점에서 볼 때 우려되는 점이 많다”며 “그렇게 하지 않아도 학교마다 학생들의 대학진학을 위해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는 상황에서 진학생 유무에 따라 지원금을 차등 지급하는 것은 교육적 차원에서 볼 때 옳지 못한 처사”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음성군 관계자는 “교육경비 보조금 지원사업은 1년 단위의 사업이므로 매년 상황에 따라 변경이 가능하다”며 “각 학교를 비롯한 교육계와 군민들의 의견에 따라 더 나은 방향이 있다면 그에 따라 교육경비지원심의위원회에서 논의해 변경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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