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추어탕 대표 이 영 옥
시골추어탕 대표 이 영 옥
  • 김규식
  • 승인 2016.11.04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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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으로 마음 표현하는 따뜻한 ‘요리사’

할아버지 고향 한국에 정착해 '시골추어탕' 운영
중국에서도 식당 운영, 맛 ·친절 ·청결 로 승부

▲ 자신의 가게 '시골추어탕' 앞에 선 이영옥 대표. 꼭 맞잡은 두 손에 자신감이 넘친다.
▲ 자신의 가게

“부족한 거이 말하시오, 머이를 더 드래요?”
뜨끈한 추어탕이 생각나는 계절, 소문을 듣고 처음 식당을 찾은 손님들은 독특한 억양과 북한 말투에 잠깐 낯선 표정을 짓는다. 하지만 푸근하고 마음씨 좋은 잘생긴 여사장의 시원시원한 몸놀림에 이내 마음을 놓는다. 음식을 잘 못할 것 같다 조선족이니까 등 선입견을 딛고 지난 6년 동안 맛으로 승부해 착한 추어탕 맛집으로 유명해진 이영옥(58) 시골추어탕 대표. 중국인이나 조선족 등 외국인 노동자들이 많은 음성에서 사장님으로 당당하게 자리 잡은 그녀의 삶이 궁금하다.

성실과 정직으로 사업 번창
이영옥 시골추어탕 대표는 길림성 도문이 고향이다. 우체국에 근무하던 아버지는 문화혁명 시절의 소용돌이 속에서 공직을 그만두고 농사로 10남매를 길렀다. 그 시대와 중국에 사는 조선족들의 삶이 대체로 그러했듯 생활은 어려웠고 삶은 녹록치 않았다. 함께 자라던 형제들은 질병과 사고로 3명만 살아 남았다.

그렇게 형제들의 죽음을 목도하며 살아온 이 대표, 그는 기막힌 사연을 하나하나 기억해내던 중 눈물송이를 털어내다가 말문을 닫았다.

이내 마음을 추스린 그는 “중국에서 추어탕, 칼국수, 기사식당 등 11곳의 식당을 전전했고 성실하고 정직하게 일했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그는 씩씩하고 자신의 삶을 책임지는 젊은이였다.

26세 때는 고향 도문에서 화장품가게를 운영했는데 성공하고자 하는 의지와 간절함으로 단단히 채워져 있었던 그의 화장품 가게는 그야말로 '대박'이었다. 돈도 많이 벌었고 가게도 3개로 늘어났다.

한국행, 결혼, 그리고
사장님이 되다
당시는 중국이 개방정책을 펴면서 조선족들의 고향이나 친척방문을 허용하던 시기였고 그의 주변에는 한국에 돈벌러가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는 “한국에만 가면 많은 돈을 만질 수 있을 것 같았다. 더해서 할아버지의 고향, 한국에 대한 아련한 향수가 많았다”고 했다.

그러나 몇 차례 한국에 들어가려던 시도가 의도치 않게 좌절되면서 많은 돈을 잃고 화장품 가게까지 접게 됐다. 다시 연길에서 6년 간 식당을 운영했다.

그는 “그때 한국에 왔었더라면 큰 돈을 벌었을지 모른다. 그때만 해도 환율차이가 많이 나 한국에서 받는 월급은 꽤 큰 돈이 됐을 거고... 하지만 새옹지마라고 지금의 착한 남편을 만나 행복해지려고 시기가 늦춰진 것 같다”고 정리했다.

이 대표의 한국행은 45세인 2003년에야 이뤄졌다. 그러나 드디어 꿈에 그리던 한국 땅을 밟았지만 한국생활은 만만치 않았고, 허드렛일을 해야 하는 상황은 육체적으로나 심리적으로도 힘든 일이었다. 말투 때문에 이방인 취급받는 일도 많았다. 식당 뒤에서 눈물을 훔치는 일이 잦을수록 그의 마음은 두드릴수록 단단해지는 강철처럼 더 강해졌다.

2006년에는 지금의 남편을 만나 결혼을 했고 2010년에는 가장 잘 할 수 있는 음식점 '시골추어탕'을 개업했다.

외국인 노동자 등 가족 처럼 대해
이영옥 대표는 추어탕 맛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다. 중국과 한국에서 오랫동안 식당 일을 경험해 음식에 대한 관록도 있지만 무엇보다 맛을 내기 위한 욕심과 열정이 남다르다. 더 좋게, 더 맛있게, 더 다르게 하기 위해 연구하고 노력하는 일을 멈추지 않는다.

그는 “더 맛있고 더 친절하게 더 청결하게는 모두 한국에서 배운 것”이라며 “특히 단골 손님 중에 나이 지긋하신 분들을 뵈면 돌아가신 부모님 생각이 나서 더 잘해드리려고 한다”고 했다. 이어 “고향을 떠나 고생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이나 시집온 동남아 새댁들도 동생 같고 조카 같아 하나라도 더 챙기게 된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조선족이다. 중국동포라고도 하고 한국계 중국인이라고도 하지만 그들 역시 한민족이다. 나라를 잃었던 민족, 열강의 전쟁터가 되었던 역사, 이념과 정치로 갈팡질팡하던 근현대사를 함께 헤쳐 온 강인함까지 그들과 우리는 같은 민족이다. 그가 만들어내는 음식이 그것을 증명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손님을 가족처럼 대하는 따뜻하고 친절한 마음씨, 이 대표는 두말 필요 없는 '한국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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