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가 신종덕 씨의 ‘궤짝’ 사랑
미술가 신종덕 씨의 ‘궤짝’ 사랑
  • 고병택
  • 승인 2015.03.31 17: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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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릉도원, 드넓은 대지에 인생을 담다

▲ 모든 것을 비우고 자연과 동화된 신종덕씨 만의 향기가 진한 커피에 묻어 있다.
▲ 모든 것을 비우고 자연과 동화된 신종덕씨 만의 향기가 진한 커피에 묻어 있다.

햇사레 복숭아로 유명한 감곡면!

4월 중순이면 이곳 감곡면에는 곳곳이 분홍빛으로 물든다.

누가 먼저라고 말할 것도 없이 피어난 꽃망울은 어느덧 꿀벌을 불러 모으고 이내 달콤한 복숭아를 탄생시킨다.

이렇듯 자연의 신비는 우리를 작고 겸손하게 만든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시계바늘에 맞춰 다람쥐 쳇바퀴 돌듯 반복된 속세 속에서 살아간다.

저마다 느끼는 행복은 다를 수 있지만 궤짝카페를 운영하는 신종덕(43) 씨의 삶은 자연을 거스르기보다 자연그대로를 품고 그 속에서 작품을 만들며 생활하고 있다.

말 그대로 무릉도원…무심한 듯 여러 궤짝을 던져놓은 궤짝동산, 궤짝마을을 찾아갔다.


시골소년, 독학으로 미술계 뛰어들다

감곡면 오궁리 한적한 농로를 지나다 보면 복숭아나무로 둘러싸인 과수원 한가운데 커다란 궤짝하나가 바닥에 꽂혀 있다.

이상하다 싶어 현장을 찾은 방문객들은 정작 카페 앞에서면 연신 탄성을 자아내곤 한다.

궤짝카페는 지난 2009년 카페주인인 신종덕씨가 3년여에 걸쳐 손수 지은 건축물이다.

주재료는 궤짝을 만들 때 사용하는 목재를 그대로 사용했고 형태도 궤짝모양 그대로를 형상화 했다.

신 씨가 예술가가 되고 귀향에 이르기까지 큰 결심을 할 수 있었던 건 바로 부인 황승현씨가 존재했기 때문이다.

“중학생 때 성당에서 처음 아내를 만났습니다. 첫눈에 반했지만 아내가 대전으로 이사하면서 멀어지게 됐고 아내를 다시 만나고 싶은 마음에 대학이든 직장이든 남들 부럽지 않게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대학시절에는 이름난 미술학원 강사로 활동하면서 능력도 인정받았고 학비부담도 덜 수 있었다. 그러나 진학을 위한 획일화된 수업과 틀에 박힌 생활로 인해 삶에 회의를 느꼈다고 한다.


빈 궤짝을 채우듯 공허함도 채우다

답답한 삶을 뿌리치고자 2001년 귀향을 선택했다. 그러나 정착하는 과정은 그리 쉽지만은 않았다.

“고향에 내려왔지만 생각만큼 정착은 쉽지 않았어요. 당장 먹고 살기위해 미술학원을 열었지만 시골 분들은 격려가 아닌 비난에 가까운 말씀을 많이 하셨죠.”

그러나 힘든 환경 속에서도 자신만의 미술세계를 제자들에게 전달하려고 최선을 다했고 또 제자들도 그를 잘 따라와 대학 진학도 이뤘다. 하지만 신 씨의 마음 한편에는 자신만의 에너지를 쏟고 싶은 열망이 샘솟고 있었다.

그때 우연히 바라본 궤짝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종이 상자가 나오면서 궤짝이 하나 둘 사라지는 것이 왠지 서글퍼졌어요. 어릴 적 복숭아가 가득 담긴 궤짝을 보면 누구나 환한 미소를 지었던 것처럼 저 또한 궤짝을 본 순간 그동안 힘들고 슬펐던 마음도 비울 수 있었고 또 새로운 걸 채우고 싶은 마음도 들었거든요.”


드넓은 대지에 인생을 담다

틀 속에 갇힌 자신의 삶이 싫었던 신 씨는 대지를 도화지 삼아 큰 궤짝을 만들기로 마음먹었다.

“미술학원 운영과 함께 솥뚜껑 작품, 누드자동차, 매괴성당 모형 등을 제작하면서 자신감 또한 많아 졌어요. 귀향 후 제가 얻은 선물 중 가장 큰 것은 나만의 작품을 맘껏 표현하고 제작 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황막한 토지에 손수 장비를 몰아 터를 잡고 기둥을 박아 벽을 만들었다. 호기심에 여러 사람이 드나들기 시작했고 손님맞이를 하던 부인 황 씨가 커피전문점 제안을 하면서 궤짝카페가 탄생하게 됐다.

“앞으로도 궤짝을 복숭아나무 사이사이에 던져놓은 듯 여럿 만들 생각이에요. 도시 생활에 지친 사람들이 위안이 될 수 있도록 멋진 무릉도원을 만들 계획입니다.”

궤짝을 모티브로 추억과 애환 그리고 사랑을 그려 내고 있는 신 씨는 앞으로 소재를 더욱 각인 시켜 나무의 따뜻한 질감처럼 애틋한 감성을 미술로 표현해 내겠다는 각오다.

대화를 나누는 동안 그의 눈에는 희망이 가득해 보였다. 강인함 속에도 여유가 있었고 상대를 배려하는 따듯한 미소도 아름다워 보인다.


■ 학력 및 경력

·충북대 사범대학 미술교육학과 서양화전공 졸업 동 대학원 재학
·충청북도 미술대전 특상
·재활용미술가tv다수출연
·'궤짝' 충청북도 아름다운 건축물 선정
·'궤짝' 건축물 디자인저작권 실용실안
·'궤짝' 상표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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