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주 음성농민약국 책임약사
이은주 음성농민약국 책임약사
  • 고병택
  • 승인 2015.03.06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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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인의 건강을 지키는 마지막 파수꾼”

▲ “길을 가다보면 사람을 만나고 사람을 만나면 다시 길이 보일 것”이라며, 자신의 삶을 성찰하고 있는 이은주 약사.
▲ “길을 가다보면 사람을 만나고 사람을 만나면 다시 길이 보일 것”이라며, 자신의 삶을 성찰하고 있는 이은주 약사.


농민약국이 추구하는 목표는 '건강한 사회, 건강한 농민'의 구현이다.

국민의 정부 시절 구축된 의약분업은 현실과 동떨어진 미국식 제도였고, 그로 인한 피해는 오롯이 농어촌이나 산간마을의 몫이 돼버렸다.

사실 시골약국이란 병원이 없는 지역에서 의사 역할은 물론, 건강도우미로서 다양한 기능을 발휘했던 전천후 의료 기관이었다.

1980년대 후반, 보건운동을 하던 전남지역의 활동가들은 농촌의 특성상 의료 기관 부족과 농가 경제의 형편상 적절한 시기에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는 농민들의 현실적인 문제를 느끼면서 농민을 위한 약국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얻게 된다.

자본과 시장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의약분업으로 인한 여러 제도적 견제장치로 인해 소득보장을 기대할 수 없는 시골에서 약국을 운영한다는 것은 어쩌면 가장 어리석은 선택일 수도 있다.

전남 나주에서 처음 생긴 농민약국은 그래서 농업인의 건강을 지키는 마지막 파수꾼 역을 자임했고, 음성농민약국 등 현재 전국 각지에 10여개소로 늘어나면서 열악한 농어촌의료체계 하에서 그나마 한 줄기 빛이 되고 있는 것이다.

“가장 귀중한 존재, 인간의 생명과 건강”

음성농민약국 이은주 약사, 그녀는 사회적 약자를 도우며, 체화된 삶을 성찰해 나가고 있었다.

전남대학교 약학대학을 졸업하고, 19년째 농민약국 활동에 매진했던 이은주 약사와 음성군의 인연은 4년째로 접어들고 있다.

대학 농활 중 농촌의 열악한 환경과 의료시설에 안타까움을 느꼈던 그녀는 졸업 후 망설임 없이 농민약국에 입사, 자신의 삶을 집중한다.

안락한 삶을 포기해야 하는 용기가 필요했겠다는 우문에 그녀는 “참담한 농촌 현실을 보며 농민의 건강한 삶을 지원하고 건강하게 살 수 있는 사회를 건설하자는 농민약국의 취지에 동참하고 싶었다”고 담담히 말했다.

이은주 약사는 “우리 사회는 왜곡된 보건의료체계속에서 대다수 국민의 건강이 개인적 문제로 방치되거나 돈벌이의 희생양으로 변질되어가고 있다”며 “보건의료의 문제는 세상에서 가장 귀중한 존재인 인간의 생명과 건강을 자연적·사회적 위협으로부터 지켜내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농민들의 산재법이라고 할 수 있는 농업노동재해법이 임의가입, 민간위탁으로 누더기가 된 채, 다른 법안들과 함께 무더기로 통과 되어버리는 게 현실, 그녀는 “농민들이 건강한 농촌을 만들 수 있도록 정부의 정책적 배려가 절실히 요구된다”고 역설했다.

“단 한 명의 농민이 남더라도”

지난 2008년 충북 최초로 금왕읍에 문을 연 음성농민약국은 약국의 이익을 지역에 환원하는 사업으로 무료투약 활동을 펼쳐 농민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관절염 예방체조, 농약중독예방 교육을 진행하는 등 지역농민의 건강을 직접 살피고 농민 건강권 확보에 힘쓰고 있다.

또한, 농민들의 고질병인 농부증, 농약중독, 하우스병 등에 대한 연구와 조사사업을 진행해 농촌의 직업병을 여론화하기도 했다. 다른 지역의 농민약국과 함께 농민이 직업성 질환과 재해를 국가로부터 보장받을 수 있는 농업 노동재해보험법의 법제화를 위해 노력해 왔다.

실제로 음성농민약국이 마을을 방문해 건강상태를 조사?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상담 농민 353명 중 가장 많은 61.2%가 근골격계 질환인 요통, 무릎통증을 앓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과도한 육체노동을 요구하는 농업의 특성에서 비롯된 결과라고 약국은 진단했다.

이어 고혈압과 야간빈뇨가 43.6%, 속쓰림 41.7%, 어지러움 41.3%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약국은 이밖에 농약중독 5.4%, 농기계사고 3.4%로 조사된 결과를 발표하고 농약과 농기계 등 농사를 짓는 필수품에 대한 주의를 당부했다.

고령화되는 농촌 현실, 그녀는 “마을에 의료 봉사활동을 들어갈 때 마다 매년 인원수가 줄어들고 있다”며, 안타까움을 표한다.

그녀는 “농업인구가 현실적으로 많이 줄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단 한명의 농민이 남더라도 저희는 그 농민을 위해 존재할 것”이라며 “농업을 살리기 위한 근본적인 사회 변화가 필요하다. 지금 하고 있는 농민약국도 그런 활동의 일부분”이라고 했다.

“길을 가다보면 사람을 만나고 사람을 만나면 다시 길이 보일 것”이라는 그녀의 상쾌한 미소가 바람처럼 싱그럽다.

이은주 약사 부부는 지난해 귀한 딸을 얻었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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