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성 색소안구증, 절망의 늪을 넘어
희귀성 색소안구증, 절망의 늪을 넘어
  • 고병택
  • 승인 2015.01.19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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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경 (사)한국가수협회 음성군지회장

▲ 약해진 시력에도 불구하고, 음악을 통해 희망의 메시지를 선사하고 있는 권오경 회장. 영혼을 담은 연주로 감성을 자극시키는 마력을 지니고 있다.
▲ 약해진 시력에도 불구하고, 음악을 통해 희망의 메시지를 선사하고 있는 권오경 회장. 영혼을 담은 연주로 감성을 자극시키는 마력을 지니고 있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는 '말테의 수기'에서 베토벤을 이렇게 칭송했다.

“잡음이 만든는 혼탁과 허망에 팔리지 않도록 자기 내부에서 일어나는 소리만 듣도록 신이 청각을 막아버린 음악가, 베토벤 세계의 완성자여”

작곡가로서 가장 중요한 청각을 잃었으면서도 창조적인 내면을 침잠해 자신만의 음악세계를 완성한 베토벤의 음악적 유산은 다른 어떤 사람의 그것보다 감동적인 울림으로 다가온다.

권오경 회장, 4년전부터 시력이 약화되면서 갑자기 앞이 보이지 않기 시작했다. 병명은 '희귀성 색소안구증', 절망이 그를 덮쳤다. '왜 나한테 이런 일이 생긴 거지'

감당할 수 없는 시련이 시작됐지만 그는 예전에는 알지 못했던 새로운 '희망의 홀씨'를 발견한다.

그는 장애를 인정하되 그 안에 머물지 않고, 끊임없이 꿈을 향해 달려갔다.

“절대로 포기하지 말자. 돈·명예·관심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진정 음악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다시 시작하자” 수백번 마음을 담금질 했다.

상실한 감각이 재능을 집중시키는 역할을 한 것일까. 역설적이게도 시력이 약해질수록 그의 음악적 깊이는 더해 갔다.

어려운 일에 도전하고 자신이 가진 것을 사람들에게 나눠주려 하는 면에서 베토벤과 소울플레이어들은 같다.

(사)한국가수협회 음성군지회 권오경 회장, 그는 “앞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내 음악 인생에 지장을 주지 않는다. 오히려 더 확고한 목표를 가질 수 있게 됐다. 어려운 이웃을 돌아 보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들국화 멤버 故 주찬권과의 인연

음성군의 대표적 연주자, 권오경 회장(54)은 삼성면 청룡리에서 출생했다.

음악의 길을 선택한 계기에 대해 그는 “중학교 시절, 우연히 학교 밴드부 소리에 반해, 무작정 찾아 갔다. 그게 평생의 업이 됐다”고 말했다.

광혜원중·고를 거치며, 6년간 교내 밴드부 생활을 마친 그는 본격적인 연주가의 길을 걷게 된다.

80년대, 들국화 멤버였던 故 주찬권 씨로부터 드럼연주를 사사하며, 실력을 키워 나갔다.

1986년 KBS 관현악단에 입단, 연주활동을 이어 가던 그는 경기도 연예예술인협회 경기지회 홍보실장에 이어, 지난 2008년부터 4년간 진천군 연예예술인협회 초대지부장을 역임하며, 진천예총 설립과정에 산파역을 맡기도 했다.

에피소드...진천군 연예예술인협회 창단식 현장에서 참석자들이 군수인 줄 알고, 인사세례를 하는 바람에 난감했던 기억이 있었다고 한다. 그의 풍채는 여전하다.

시력이 약해지면서, 그의 인생관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보이지 않던 마음의 눈이 열리며, 의미있는 삶의 벗들이 다가 왔다.

그는 “나에게 육신의 장애는 아무것도 아니다. '할 수 없다'는 마음의 장애가 더 무섭다. 나는 많은 것을 잃었다. 하지만 그 이상의 것을 얻었다”고 했다.

특히, 부인 최혜경 여사에 대한 고마움이 더욱 깊어 졌다. 최 여사는 삶을 포기하고 있던 남편의 수족이 되어 준 그의 희망이자, 은인이기도 하다.

그는 “아내는 내 인생의 최고의 축복”이라며, 애틋한 심경을 피력했다.


한국가요계의 새로운 스타 탄생 예고

지난 4월 8일, (사)한국가수협회 음성군지회가 출범했다. 20여명의 소속가수와 연주가로 구성된 음성지회는 '봉학골, 찾아가는 작은음악회', '음성소망현대병원, 환우들을 위한 가을음악회', '음성노인복지관, 홍복양로원, 경로 위안공연' 등을 전개하며, 이웃을 위한 사회봉사에 나서고 있다.

이들은 가요계의 아웃사이드, 말없는 무명가수를 벗어나, 대중들의 팍팍한 마음을 힐링시켜주고 있다.

권오경 회장은 “유명가수, 그들만의 리그는 없어져야 한다. 히트곡이 없는게 죄가 되어서는 안된다. 우리들도 대중앞에 노출되어 진검승부로 평가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성공하는 가수는 분명히 성공하는 이유가 있다. 최선을 다해 자신을 관리하고 연마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회원들은 현재, 금왕읍 두진택지내 동그라미 라이브카페 지하에 연습실을 마련하고, 한국가요계의 새로운 스타 탄생을 예고하고 있다.

에필로그...장애를 극복한 이들은 마음의 자유뿐만 아니라 '몸의 자유'도 얻는다고 했다. 권오경 회장의 색소폰 선율이 더욱 감동적으로 전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는 기자에게 전했다. “나는 절망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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