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툭' 하면 예산타령 "단단히 각오하라"
'툭' 하면 예산타령 "단단히 각오하라"
  • 고병택
  • 승인 2014.05.31 18: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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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성군장애인부모연대 석덕순 회장

지난달 10일 '발달장애인법 제정 촉구 전국 장애인부모 총력 결의대회'에 참석, 삭발을 하고 있는 석덕순 회장
지난달 10일

“우리 부모들은 연대를 통해 하나가 되었다. 세상의 벽에 움추려 들지 않고 당당히 나서겠다"

지난 2004년부터 시작된 장애인 교육권 투쟁은 4년간의 진통 끝에 지난 2007년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 교육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막을 내렸다.

그러나, 이 경험은 장애인부모들에게 장애인 문제가 더 이상 내 운명의 문제가 아닌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 주었다.

마침내, 발달장애인 권리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이하 발달장애인법)이 지난달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지난 2012년 제19대 국회 제1호 법안으로 새누리당 김정록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이후 약 2년만에 비로소 법률이 제정된 것이다.

그동안 부모들은 난생 처음 구호를 외쳤고, 풍찬 노속을 하며 장애인에 대한 무관심한 관료들을 질타하고, 연행도 두려워하지 않고 끈질기게 저항했다.

그리고, 이러한 힘들이 모여 그 누구도 가능하리라 생각지 못했던 법률을 기어코 만들어 낸 것이다.

삭발을 감행하며 법안통과를 촉구했던 음성군장애인부모연대 석덕순 회장과 김현순 수석부회장은 결국 눈물을 쏟아냈다. 위대한 모정의 승리였다.

“세상의 벽을 깨고, 하나가 되다"

지난 2월 24일 음성군청 6층 대회의실, “세상의 벽을 깨고, 하나가 된다”는 부모들의 창립 선언은 큰 반향을 일으키며, 관내 장애인 문제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이날 30여 명의 회원들은 "관내 장애인 자녀를 둔 모든 부모들의 대변자, 희망이 되고, 특히 가장 소외받는 발달장애인들의 권익 향상과 인권을 위해 대응해 나가겠다"는 각오를 천명했다.

"발달장애인이 인간답게 사는 세상, 내 자식이 인간답게 사는 세상을 반드시 만들어 내겠다. 앵무새처럼 예산부족만을 내 세우는 정치인들은 단단히 각오하라"며 결의를 다졌던 석덕순 회장.

그녀는 평범한 주부, 엄마의 일상을 깨고, 장애인과 가족들을 옭아 매는 이 사회의 차별과 불평등에 온몸으로 맞서고 있다.

석덕순 회장(41세)은 음성군장애인연대 발족 계기에 대해 "지난해 겨울 부모들의 자조모임을 통해, 아이들을 위한 작은 일을 고민하면서 시작됐다"며 "현재 정회원 39명, 후원회원 40명으로 올 연말까지 정회원 50명과 후원회원 50명을 목표로 활동하고 있다"고 전했다.

석 회장은 "회원들은 집회, 교육, 견학 등으로 몸은 많이 힘들고 지치지만 서로 격려하며 힘을 얻고 있다"며 근황을 소개했다.

'음성군가족지원조례'를 위한 각별한 여정

석 회장은 "이번 발달장애인법의 국회통과로 음성군가족지원조례 제정의 당위성이 확보됐다"며 "지방선거가 끝나면 조례 제정을 위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그녀는 "장애인은 수혜자가 아니다. 우리는 단순히 장애인부모연대의 이익을 위해 일하는 것이 아니라, 보편적 복지를 위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장애인 복지는 우리 사회의 기본적 권리 중 한 방법이라는 걸 이야기 하고 싶다"며 "보편적인 복지만이 국민을 위한 진정한 복지"라고 말했다.

특히 "선거철 표심을 얻기 위한 일시적인 관심은 사양한다"며 "후보들은 민초들의 소망을 반드시 반영, 더 이상 아파하며 눈물 흘리지 않도록 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인터뷰 말미, 석 회장은 "항상 든든한 후원자가 되어 주는 남편, 남다른 형재애로 막내를 보살피는 의젓한 아이들을 보면서 용기를 얻고 있다"며, 가족에 대한 애틋한 심경을 피력했다.

"우리는 머리카락을 잘라내고 수 많은 날들을 굶어냈다. 이제 우리는 장애인과 가족들의 권리를 위한 여정을 다시 시작한다"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이름 '엄마'...석덕순 회장의 따뜻한 미소가 바람처럼 싱그럽다.

석덕순 회장은 남편과 슬하에 2남 1녀를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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