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내 교량 절반 30년 이상 노후 불구 안전관리 ‘미흡’
군내 교량 절반 30년 이상 노후 불구 안전관리 ‘미흡’
  • 임요준
  • 승인 2017.09.26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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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성군이 관리하는 교량 중 가장 긴 원남면 남촌교 여러 곳에 상판 일부가 떨어져나간 채 방치돼 있는 상황에 여전히 공사차량부터 여러 차량들이 오가고 있다.
◀음성군이 관리하는 교량 중 가장 긴 원남면 남촌교 여러 곳에 상판 일부가 떨어져나간 채 방치돼 있는 상황에 여전히 공사차량부터 여러 차량들이 오가고 있다.


원남면 남촌교 상판 여러곳 파손돼 주민들 불안감 고조
60년 사용해도 육안조사 그쳐 구조적 결함 발견 어려워
군 관계자 “상·하반기 2차례 외관조사 실시 문제없어”

세월호 참사 이후 '안전사고는 예방이 최선'이라며 끊임없이 강조되고 있지만 음성군의 교량관리는 여전히 먼 나라 얘기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음성군이 본지에 제공한 교량관련 자료에 따르면 군이 관리하는 교량은 총 94곳에 이른다. 이중 20년 이상 30년 미만 교량은 14개, 30년 이상 교량은 48개로 전체의 65.9%를 차지한다. 공용연수 30년 이상 교량만도 51%를 넘고 있다.

군이 관리하는 교량 중 가장 긴 원남면에 위치한 남촌교. 그 길이만도 204m에 이른다. 지난 1986년에 준공된 교량이다. 공용연수 30년을 넘기고 31년째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교량 여러 곳에 상판 일부가 떨어져나가 위험한 상황에 놓여 있지만 보수공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 마을 주민 A씨는 “몇 군데 상판이 떨어져나가 면사무소와 군에 여러 번 건의했지만 아직까지 아무런 답변이 없다. 사방댐공사를 하면서 대형트럭들이 오갈 때마다 위험을 느낀 주민들이 조금씩 적재해 통행하라고까지 했다”며 “지금은 댐 공사가 마무리돼 조금은 안심하고 있지만 언제 어떤 사고가 발생할지 몰라 늘 불안하다”며 가슴을 쓸었다.

그런가 하면 주민 B씨는 “이 교량은 안전을 위해 18톤 이상 차량은 통행을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최대 중량이 40톤인 대형레미콘 차량들도 아무 제약 없이 드나든다”며 “이러다 큰 일이 나지 않을까 싶다”고 불안해 했다.

또 다른 교량으로 소이면 비산리 오리촌교는 지난 1955년 준공됐다. 60년 넘게 사용해 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곳에 새로운 도로가 신설되면서 해당 교량의 사용량이 줄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마을 주민들에 의해 이용되고 있다.

이 마을 주민 C씨는 “새 도로가 나면서 이곳 교량을 이용하는 자동차는 많이 줄었다. 현재는 농사에 이용되는 소형트럭과 농기계, 농작물을 건조하는데 주로 사용되고 있다”며 “이 다리(교량)가 60년이 넘은 줄은 몰랐다. 주민들은 안전에 대해 아무 생각 없이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음성군의 교량관리는 허술하기만 하다. 군은 매년 상·하반기 2차례에 걸쳐 안전조사를 실시한다. 하지만 육안으로 외관조사만 하고 있어 구조적 결함 등은 발견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안전점검이라기 보단 형식적 점검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군 관계자는 “올 상반기에도 전체 외관조사를 실시했다. 일부 크랙과 백태현상이 있어 보수를 마쳤다”며 “외관조사 후 문제가 있을 때는 용역을 의뢰해 정밀점검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로선 정밀점검 대상 교량은 없다”고 말해 안전불감증이 극치를 달리고 있는 형국이다.

음성군의 교량관리가 얼마나 허술한가는 예산정책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군은 교량 유지관리 및 정밀진단에 사용될 별도예산을 전혀 책정하지 않고 있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마다 시설보수비 예산을 사용해 땜빵식 예산을 사용하고 있는 셈이다. 교량의 안전을 위해 한해 수억 원씩 사용하는 타 시군과 비교한다면 안타까운 현실이다.

지난 1994년 10월 21일 성수대교 상판 48m 구간이 무너져 내리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참사로 32명이 사망했고 17명이 크게 다쳤다. 지난달 26일에는 평택 국제대교 건설 공사 도중 상판붕괴 사고가 발생했다. 겉으로 보기엔 이상이 없던 다리도 정밀진단하면 노후돼 붕괴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경우가 많다.

주민 D(금왕읍) 씨는 “부족한 재정 탓만 해서는 안 된다. 늘 그래 왔듯이 사고를 당하고 나서야 그때 가서 허둥대는 게 우리의 안전당국이다. 매사 사후약방문이고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식이다”며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얼마든지 사전에 예방 가능한 사고들이 많다”고 주장했다.

이어 “건조물 붕괴 사고는 갑자기 발생하지 않는다. 축조된 콘크리트에 균열 조짐이 보이는 등 반드시 전조가 있기 마련이다. 이러한 징후를 지나치곤 하는 우리의 과실에서 기인하는 사고들이다”며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이다. 후회를 남기지 않기 위해서라도 노후 교량에 대한 철저한 안전진단을 서둘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행히 음성에서는 유사한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지만 언제 어디서 터질지 모르는 일이다. 음성군의 안전행정이 땅에 떨어졌다며 시급히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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